"부동산 버블 붕괴시 성장률 -3%"..정부 '집값 고점론' 배경에 한은 보고서 있었다
집값 폭락해도 문제..韓 경제 -3% 역성장
이호승 靑 정책실장 " 부동산 시장 변곡점..매수 위험 높아져"
한국은행 안팎에서 부동산 가격 버블(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집값 폭등으로 최근 1850조원 수준으로 불어난 가계부채 등 부동산 거품이 한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부상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최근 들어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에서 ‘부동산 고점론’을 제기하는 등 가격 하락에 대한 경고음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와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긴축을 본격화하면서 가계의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자산시장 거품이 꺼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나라 집값이 폭락하고 경제성장률이 최악의 경우 -3%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고, 가계부채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가격 상승 기대감에 근거한 추격 매수 심리를 차단해야 한다는 판단이 이같은 한은과 기재부의 경고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내년 1~2월 중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한 한은의 ‘명분 쌓기’라는 시각도 있다.

◇ 올해 3분기 부동산 금융취약성지수 ‘역대 최대’…집값 고평가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금융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금융취약성지수(FVI)는 56.4로 집계됐다. FVI가 높을수록 미래 위기 발생시 우리나라 경제가 받는 충격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 3분기 FVI는 전 분기(59.2)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2010년 이후 장기평균(31.3)을 크게 웃돌았다. 누적된 금융불균형이 향후 성장 발목을 잡을 핵심 요인으로 떠오른 셈이다.
FVI 중에서도 부동산 부문 지수는 100으로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9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분기(97.23)보다 2.77포인트(p) 올랐다. 해당 지수는 최저치를 0, 최고치를 100으로 설정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대비 부동산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를 보여준다. 100에 가까울수록 부동산 거품이 크다는 뜻이다.
부동산 부문 지수는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주택가격 상승률, 중대형 상가임대료 상승률을 고려해 산출한다. 이 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는 것은 현재 주택, 상가 등 부동산이 전반적으로 고평가됐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채권과 주식 부문 FVI 지수가 각각 60.7, 50.7로 전분기보다 낮아진 것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그만큼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금융불균형이 누증된 상황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금융취약성지수는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준금리 인상 등에 힘입어 올 하반기 들어 소폭 하락했지만, 예년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라며 “부동산 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급증으로 금융불균형이 심화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 “경제 충격 발생시 집값 급락·경제 역성장”
문제는 이처럼 금융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에서 대내외 충격이 가해지면 자산가격 조정과 함께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면서 경제가 역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3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현재 부동산 거품이 낀 금융불균형 상태에서 10%의 확률로 나타나는 극단적 충격이 발생할 경우 1년 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3%로 급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시장 과열과 함께 가계와 기업부채를 합한 민간부채도 약 3342조7000억원으로 경제의 2.2배 수준으로 불어났는데, 한국은행은 향후 정부 대출 규제와 기준금리 인상 등의 조치로 금융불균형이 급격히 조정될 경우 디레버리징(deleveraging·부채 축소)과 집값 폭락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 카드사태 이후 16년간 가계부채가 누적됐는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현상이다. 가계부채가 오랜 기간 쌓인 만큼, 향후 디레버리징과 이에 따른 주택가격 동반 하락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한은이 2000년대 이후 주요 42개국의 가계부채 통계를 분석한 결과 디레버리징이 나타난 기간이 40%에 달했고, 이중 23%가 주택가격 하락을 동반했다.
이같은 한은의 분석 내용은 정부에서 나오는 부동산 고점론과 맞닿아 있다. 부동산 가격 하향이 멀지 않았으니 가격 상승에 기대한 매수는 자제해야 한다는 게 정부 측 메시지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2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현재 부동산 시장이 변곡점을 맞이한 것 같고, 조금 더 기다리면 시장 하향 안정이 아주 분명하게 나타날 수 있다”며 “금리와 가계부채, 너무 높아진 가격 자체가 매수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 “미국 주식시장 거품 붕괴 위험” 경고도 나와
일부 경제 전문가들도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과열된 글로벌 자산시장이 향후 폭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간 저금리 기조에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미국 증시가 호황을 누렸는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이르면 내년 3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종료하고 기준금리를 3차례 올리는 등 긴축을 본격화하면 주식시장에 낀 거품도 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현재 자산가격 거품을 지탱하고 있는 저금리와 견조한 경기 회복 흐름이 내년부터 바뀌면서 미국 주식시장 거품이 붕괴될 수 있고, 이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이 급격히 떨어져도, 지금처럼 계속 올라도 실물경제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금융불균형을 완화하면서도 자산시장 붕괴나 급격한 부채 축소에 따른 충격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그간의 금융불균형 누증으로 소득 대비 부채·주택가격 비율, 장기추세 대비 괴리율 등이 크게 높아져 있는 상황”이라며 “관련 리스크에 대한 통화정책적 관심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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