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순박한 얼굴에 속았다"..강남 병원장에 50억 뜯어낸 그놈

오원석 입력 2021. 12. 1. 10:26 수정 2022. 1. 1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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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그래픽

“그 남자, 생긴 건 시골에서 올라온 것처럼 생겼어요. 말투도 아주 순진했고요. 흔히 생각하는 사기꾼 이미지와 전혀 딴판이었어요."
A(55) 원장은 강남에서 병원을 운영 중이다. 전 배우자와는 25년 전 이혼하고 싱글맘으로 대형 병원, 종합 병원 등을 돌며 밤낮없이 일만 했다. 이혼 때 5살이었던 딸은 30대가 됐다. 오로지 딸만 바라보며 25년을 살았다. 그러던 A 원장은 2018년 12월 평소 알고 지내던 커플매니저가 ‘사업가’라고 소개한 김모(58)씨를 만났다. 김씨와 함께 새로운 노후를 꿈꿨지만 악몽이 됐다.

1일 경찰에 따르면 분당경찰서는 지난 10월 말께 김씨를 여성을 상대로 결혼을 빙자해 금품을 편취한 혐의(사기)로 검찰에 넘겼다. 2019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A 원장에게서 8차례에 걸쳐 약 42억 3600만원을 뜯은 혐의다.


"결혼이란 이름의 묻지마 투자"

김씨는 A 원장처럼 홀로 사는 여성 자산가와 주로 만났다. A 원장을 처음 만나고 보름이 지나기도 전인 2019년 1월 김씨는 A 원장에게 “60세 전에 병원 그만두도록 해주겠다. 노후자금을 마련해 주겠다”고 제안하며 돈을 요구했다. 서울 종로구 땅에 오피스텔을 지어 분양하겠다는 사업계획을 내세웠다.

같은 해 2월 A 원장은 부친이 유산으로 남긴 땅을 담보로 20억 7000만원을 대출받아 김씨에게 건넸다. 7개월 뒤에도 A 원장은 강남 아파트를 담보로 9억 8000만원을 더 김씨에게 보냈다. 20억 7000만원 중 주식으로 10억원을 탕진했다며 10억원을 추가로 빌려달라는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다. 이후에도 A 원장은 적게는 7000만원에서 많게는 7억 8000만원을 김씨와 김씨의 모친 통장으로 송금했다.

김씨는 A 원장과 함께 지방에 있는 모친을 만나러 가거나, 결혼 서약서를 쓰는 등 A 원장의 불안을 달래가며 금품을 갈취했다. “사랑을 말하는 김씨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A 원장은 뒤늦게 가슴을 쳤다.

A 원장은 “(자신은) 가진 것이 없으니 돈을 벌어서 화려하게 결혼하고 싶다는 말만 믿었다”라며 “지금 생각해보면 결혼이라는 이름의 묻지마 투자가 된 것 같다”고 한탄했다.

A 원장은 “이혼 뒤 25년 동안 굳세게 살아온 의사 엄마가 딸의 자랑거리였는데, 지금은 (딸이) 엄마를 얼마나 미워하겠느냐”라며 “지금 딸에게 엄마는 바보고, 김씨는 괴물일 뿐”이라고 말했다.

판사 이미지그래픽

중매 서비스로 女 자산가 노려

A 원장 외에도 피해자가 더 있다. B씨(60) 등 복수의 싱글 여성이 김씨를 결혼 빙자 사기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피해 여성 대부분이 40~60대다. 모두 재혼을 전문으로 하는 스마트폰 중매 서비스에서 김씨와 만났다.

최근 김씨와의 항소심 재판에서 일부 승소판결을 받아낸 B씨는 A 원장에 앞서 2018년 4월 김씨와 만났다. 김씨는 B씨를 보고는 “첫 눈에 반했다. 평생 함께 가자”고 했다고 한다. 부부가 될 예정이니 함께 땅에 투자해 돈을 벌자고 제안하는 김씨에게 B씨는 4억원을 건넸다. 이자를 내주겠다는 김씨의 약속은 불과 넉 달 만에 깨졌다. B씨가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김씨는 “정상적인 투자였으니 돌려줄 수 없다”며 태도를 바꿨다.

B씨는 “평생을 함께 살 부부가 될 예정이라고 믿고 있는 상황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계속되는 투자 권유를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다”고 돈을 내준 이유를 설명했다. 투자한 땅이 근저당권 설정, 사용허가 문제 등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뒤늦게 파악했다. 청담동 아파트에서 홀로 살아온 B씨는 소송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40여년을 살아온 동네를 떠났다.

지난달 22일 수원고등법원은 김씨에 대한 B씨의 매매대금반환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김씨는 4억원에 이자를 더해 B씨에게 반환해야 하지만, 김씨는 현재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반론보도문

본 보는 지난 2021년 12월 1일자 사회섹션에 〈“순박한 얼굴에 속았다”… 강남 병원장에 50억 뜯어낸 그놈〉이라는 제목으로 김모(58)씨가 A원장(55)을 상대로 결혼을 빙자해 50억원을 편취했으며 또 다른 여성인 B(60)씨는 김모씨를 상대로 결혼빙자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는 취지로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김모씨는 A씨와 결혼을 전제로 교제한 사이였고, A씨와의 다툼은 동업관계의 갈등에서 비롯된 법적인 다툼이었으며, 이외 다른 여성인 B씨와 관련된 형사 고소 사건은 무혐의 처리됐고 현재 민사 소송은 대법원에 계류중이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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