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철의 놀면 뭐먹니?] '솔향' 품은 경북 봉화 '봉성 돼지숯불구이'

조용철 2021. 7. 10.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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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군 봉성면에 들어서면 마을 식당 굴뚝 여기저기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구수한 고기 굽는 냄새가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봉성 돼지숯불구이단지다.

봉성돼지숯불구이는 식당 주인이 소나무 숯에 직접 구워서 손님상에 내는 것이 특징이다.

다른 지역의 돼지숯불구이와는 달리 고기 굽는 냄새를 굳이 맡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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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철의 놀면 뭐먹니

[파이낸셜뉴스] 경북 봉화군 봉성면에 들어서면 마을 식당 굴뚝 여기저기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구수한 고기 굽는 냄새가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봉성 돼지숯불구이단지다. 이곳은 솔잎돼지숯불구이가 일품이다. 돼지숯불구이 전문 식당들은 봉화군 토속음식단지로 지정돼 있다. 봉성 돼지숯불구이는 고려시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어 10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봉성에는 고려 현종 때부터 들어선 유서 깊은 봉성장이 있었다. 특히 우시장이 컸다. 봉성돼지숯불구이의 역사는 바로 봉성장에서부터 시작된다. 봉성장터를 드나드는 각지의 사람들에게 한 끼 식사 또는 술안주로 내던 것이 바로 돼지숯불구이였다.

봉성돼지숯불구이는 식당 주인이 소나무 숯에 직접 구워서 손님상에 내는 것이 특징이다. 다른 지역의 돼지숯불구이와는 달리 고기 굽는 냄새를 굳이 맡지 않아도 된다.

봉성 돼지숯불구이 /사진=조용철 기자

식당주인이 석쇠를 이용해 숯불 위로 두툼하게 썬 돼지고기를 올리면 고기가 구워진다. 주인이 소금을 뿌린 뒤 뒤집기를 반복한다. 이때 고기가 타지 않도록 굽는 것이 요령이다. 대충 뒤집는 것 같지만 적당히 굽는 비법은 대를 이어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손님들은 고기 구워지는 소리와 함께 마치 ‘불멍’을 하듯 숯불이 일렁이는 것을 바라본다. 보는 것만으로도 허기진 배차 채워지는 것 같다. 석쇠에 흐르는 기름을 화로 밖으로 털어낸 뒤 뒤집기가 수차례 이어진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고기가 어느 정도 익었을 즈음 깨끗하게 다듬은 솔잎을 석쇠 사이에 끼운다. 솔향이 돼지고기에 스미게 만드는 작업이다. 솔잎이 타지 않고 석쇠 사이로 흐르는 돼지기름에 볶다시피하는 이 과정이 봉성 돼지숯불구이의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접시에 솔잎을 깔고 돼지고기를 얹은 뒤 손님 상으로 내간다. 숯불 위에서 정성스레 구운 숯불구이는 반지르르하게 흐르는 윤기와 코를 자극하는 고소한 풍미가 식욕을 한껏 돋운다.

향긋한 솔잎향을 품은 돼지고기는 기름이 빠져 쫄깃쫄깃하고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한입 베어무니 입안에서 소나무 숯과 솔잎, 그리고 돼지고기가 어우러지는 맛이 일품이다. 씹히는 감도 야들야들하다. 기름기가 빠져 돼지고기 특유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그대로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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