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는 커서 블랙 위도우의 여동생이 됩니다

<블랙 위도우>, 플로렌스 퓨

현재 전 세계 극장가를 달구고 있는 <블랙 위도우>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블랙 위도우’를 연기해온 스칼렛 요한슨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영화다. 동시에 관객에게 첫인사를 건네는 새로운 캐릭터들의 활약이 도드라지는 작품이다. 그중에서도 거의 모든 관객을 사로잡은 배우가 있었으니, 바로 플로렌스 퓨. 나타샤 로마노프의 천방지축 동생, 옐레나 벨로바를 연기하며 마블 페이즈 4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올린 이 배우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엔터테인먼트형 유전자

어린 시절의 플로렌스 퓨

플로렌스 퓨는 영국 배우다. 고향은 옥스퍼드. 아버지는 옥스퍼드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어머니는 댄서로 활동했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에게 춤을 배우고, 레스토랑에서 좋은 음식과 활기찬 사람들을 여럿 마주한 플로렌스 퓨 집안의 사남매는 모두 배우, 뮤지션으로 성장했다. 첫째는 영국 연극 무대 위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배우 아라벨라 기빈스, 둘째 토비 세바스찬은 <왕좌의 게임> 속 트리스탄 마르텔 역으로 이름을 알린 배우이자 싱어송라이터다. 플로렌스 퓨 역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 중인데, 얼마 전 둘째 토비 세바스찬의 신곡 피처링을 도와주기도. 아래 영상에서 이들의 협업을 확인할 수 있다.

허스키한 목소리

걸음마를 배울 시절 즈음의 플로렌스 퓨는 병원을 자주 오갔다. 선천적으로 기관지 연골이 약한 이들에게 발생하는 기관지 연화증을 앓고 있었기 때문. 결국 가족은 그의 건강을 위해 스페인 안달루시아로 이주했고, 플로렌스 퓨는 이곳에서 안정적으로 건강을 회복했다. 어린 시절의 아픔은 플로렌스 퓨에게 흔치 않은, 성숙한 목소리를 남겼다. 허스키한 목소리는 그의 독보적인 매력이 됐다. 10대 시절부터 노래하길 즐겼던 플로렌스 퓨는 자신의 가창 실력을 영상에 담았고, 그의 어머니는 그 동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했다. 그 영상들은 현재 그의 채널에 그대로 살아있다.

출세작, <레이디 맥베스>

<레이디 맥베스>

박찬욱 감독(<리틀 드러머 걸>), 그레타 거윅 감독(<작은 아씨들>), 아리 에스터 감독(<미드소마>)까지. 잘나가는 감독들이 플로렌스 퓨를 자신의 작품에 캐스팅하고 싶게 만든 플로렌스 퓨의 독보적인 출세작, 바로 <레이디 맥베스>다. 스크린 데뷔작 <더 폴링> 이후 두 번째 장편 영화였던 <레이디 맥베스>는 늙은 지주에게 팔려간 열일곱 소녀, 캐서린이 금기를 깨고 욕망을 좇으며 파국에 치닫는 과정을 담는다. 경력 없는 신인이었던 플로렌스 퓨는 작품을 오롯이 이끌어갈 단독 주연, 캐서린 역에 캐스팅됐다. 무표정으로 희로애락을 다 표현하던(박찬욱 감독) 플로렌스 퓨의 힘 있는 연기에 전 세계의 찬사가 쏟아졌다. 플로렌스 퓨는 이 작품을 통해 제30회 유럽영화상 여우주연부문에 이자벨 위페르, 줄리엣 비노쉬 등 대선배들과 함께 이름을 올렸고, 영국 독립영화상을 비롯한 여러 시상식의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2019년, 할리우드 중심에 서다

<파이팅 위드 마이 패밀리>

플로렌스 퓨 필모그래피의 확실한 변곡점, 바로 2019년이다. <레이디 맥베스>를 만난 후 그의 필모그래피는 누구보다 빠르게 확장되기 시작했다. 먼저 주목받은 작품은 드웨인 존슨이 제작한 레슬링 소재 영화 <파이팅 위드 마이 패밀리>. 영국의 프로레슬링 선수 페이지가 링에 서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이 영화는 매해 초를 장식하는 선댄스영화제의 화제작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실존 인물 페이지를 연기한 플로렌스 퓨는 실제 캐릭터가 살아있는 듯한 생생함, 레슬러로서 완전히 설득력 있는 인물을 탄생시켰다는 호평을 받았다.

<미드소마>

그해 여름엔 호러 장르의 새 지평을 열었다 평가받은 아리 에스터 감독의 <미드소마>로 극장가를 뒤흔들었다. 플로렌스 퓨는 깊은 상실감에 빠져있다 미드소마 축제에 발을 디딘 주인공 대니를 연기했다. 아리 에스터 감독은 플로렌스 퓨의 직감에 의지하며 촬영을 이어갔다며 그녀에 대한 신뢰를 밝혔다.

<작은 아씨들>

그해 연말을 장식한 작품은 그레타 거윅 감독이 각색한 시대극 <작은 아씨들>. 메릴 스트립과 로라 던, 시얼샤 로넌, 엠마 왓슨, 티모시 샬라메까지 캐스팅만으로도 전 세계 영화팬을 들뜨게 만든 이 작품에서 그는 변덕이 심한 넷째 딸 에이미를 연기했다. 그간의 리메이크 작품에서 철없는 악역에 그쳤던 에이미를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로 재해석한 플로렌스 퓨는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한 수많은 자리에 호명되며 전 세계 평단의 인정을 받았다.

마블의 뉴페이스

<블랙 위도우>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예상치 못한 희생으로 관객에게 감정적 여운을 남긴 블랙 위도우의 마지막 이야기. <블랙 위도우>는 지난 10여 년 동안 관객과 함께한 블랙 위도우, 스칼렛 요한슨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영화임과 동시에 미래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이끌어갈 옐레나 벨로바, 플로렌스 퓨의 첫인사를 전하는 영화다. 말을 아끼는 언니 나타샤와 정반대로, 솔직하고 거침없는 입담과 행동이 매력적인 캐릭터. <블랙 위도우>의 드라마에 활력을 불어넣은 그의 다음 활약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제2의 블랙 위도우 대신, 옐레나 벨로바라는 캐릭터로 저만의 개성을 선명히 뽐낸 그가 출연할 다음 마블 작품은 드라마 <호크아이>. 그가 언니의 절친한 동료, 호크아이와 어떤 이야기를 빚어나갈지 기대해보자.

<호크아이> 등 네 편?! 차기작 부자

올리비아 와일드 인스타그램, <돈 워리 달링>의 첫 이미지

과거 인터뷰에서 계속되는 촬영 덕에 집이 없다는 농담을 던진 바 있는 플로렌스 퓨. 앞으로도 그 스케줄은 계속될 예정이다. <호크아이> 외 그의 주연작 세 편이 관객을 찾을 예정. 현재 후반 작업 중인 <돈 워리 달링>은 플로렌스 퓨 외 해리 스타일스, 크리스 파인 등 탄탄한 출연진으로 주목을 받은 영화다. 연출 데뷔작 <북스마트>로 극찬을 받은 올리비아 와일드 감독의 신작. 1950년대, 의심스러운 사건을 계기로 삶의 평화가 깨진 한 주부가 남편의 어두운 비밀을 밝혀내며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플로렌스 퓨가 주부 앨리스, 해리 스타일스가 그의 남편 잭을 연기한다.​

다음 신작 <더 원더>는 1850년대 후반으로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다. <룸>의 각본과 원작 소설을 쓴 엠마 도노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심리 스릴러다. 몇 달 동안 음식 없이 살아남았다는 어린 소녀를 관찰하기 위해 아일랜드 중부의 오두막으로 떠난 영국인 간호사, 리브 라이트의 이야기를 담는다. 퓨가 리브 라이트를 연기한다. 현재 프리프로덕션 단계다.​

유니버설 픽처스의 살인 미스터리 <더 메이드>의 주연 몰리 역으로도 캐스팅됐다. 모든 방을 깨끗하고 완벽하게 정리하며 손님들의 더러운 비밀을 알게 되는 몰리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플로렌스 퓨 외 배우나 연출자의 합류 소식은 아직 전해지지 않은 상태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