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가우프, 그녀는 신데렐라가 될까?

김홍주 2021. 7. 2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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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윔블던에서 서브를 넣고 있는 가우프(사진 GettyimagesKorea)

[전채항 객원기자] 정확히 2년 전 이 맘 때쯤 테니스계는 신선한 충격과 함께 새로운 신데렐라 스토리에 열광했다. 무명의 소녀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전통이 깃든 윔블던 센터코트에서 이른바 대형 사고를 쳤기 때문이다. 백인이 주름잡던 테니스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며 5차례나 윔블던 챔피언 자리에 오른 살아있는 전설 비너스 윌리엄스를 상대로 24살이나 어린, 그것도 이제 갓 프로 무대를 밟은 15살의 파릇파릇한 신인 선수가 무실세트로 승리를 거둔 것.

자고 일어나니 슈퍼스타, 그 왕관의 무게
이 날의 승리로 하룻밤 사이 메가톤급 슈퍼스타로 격상되며 테니스계의 미래로 점쳐진 그녀는, 바로 코코 가우프다. 

가우프는 이 경기로 인해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린 것은 물론 다음날 모든 스포츠지와 심지어 시사지의 커버스토리를 장식,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날의 경기력이 우연에 가까웠을 것이라는 일부 사람들의 의심의 눈초리를 보란 듯이 실력으로 증명하며 데뷔 무대에서 그랜드슬램 2주차까지 살아남는 저력을 보여줬다. 

그녀의 이름은 처음 ‘코리 가우프’로 소개되었다. 지금도 WTA에는 코리로 표기되어 있다. 가우프는 공식적인 이름 즉 여권상 이름이 ‘코리’이며 처음부터 모든 TV 중계와 매체에서 코리로 표기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유명세를 타며 가우프는 자신의 이름에 대한 속내를 드러냈는데, 자신은 코리 보다는 애칭인 ‘코코’로 불리길 원한다고 밝혔다.

자신의 코치이자 아버지의 이름 또한 코리 가우프이기 때문에 명확한 구분을 위해 아버지와 다르게 불리고 싶다는 것. 따라서 WTA 공식 사이트에는 여전히 ‘코리 가우프’지만,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코코 가우프라고 부른다. 올해 윔블던 역시 그녀를 코코로 명시하였다.

가우프가 동료 흑인 선수인 윌리엄스 자매와 비슷할 것이라 짐작하지만, 실상은 매우 다르다. 태생과 성장환경은 확연하게 다르며, 그나마 성격과 추구하는 플레이스타일 정도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빈민촌인 캘리포니아 콤튼에서 자라 관리도 안된 갈라진 야외 코트에서 총격 소리를 들으며 연습해온 윌리엄스 자매가 ‘헝그리 선수’에 가까웠다면, 가우프는 부유한 가정에서 체계적인 최상급 교육 및 훈련이 포함된 영재 코스를 밟은 ‘엘리트 선수’로 분류된다. 

2004년 3월 태생으로 올해 만 17세인 가우프는 플로리다에서도 부촌에 속하는 델레이 비치에서 태어났는데 체육계 출신인 부모의 영향으로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아버지인 코리(Corey) 가우프는 전직 농구선수였으며 미국 NCAA 조지아주립대학교 농구부에서 활약, 이후 의료계에 몸 담으며 유명기업 임원까지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니인 캔디 가우프는 플로리다주립대학교 육상부에서 선수 시절을 거쳐 교육 관련 일에 종사하였다.

세 형제 중 장녀이자 첫째인 가우프는 7살이 될 때까지 아버지의 직장으로 인해 애틀란타에서 자랐는데, 어릴 때부터 다양한 운동을 접했다. 그녀가 4살이던 2009년 호주오픈에서 세레나 윌리엄스가 우승하는 모습을 TV에서 본 후 테니스에 푹 빠졌다고 한다. 결국 가우프는 ‘세레나 키즈’라고 할 수 있겠다. 

여러 운동을 경험해보며 본인이 농구나 배구 같은 팀 스포츠 보다는 혼자하는 운동이 더 잘 맞다고 판단한 가우프는 테니스에 더 집중했는데 유소년 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자 가우프의 부모는 그녀를 테니스 선수로 키우기 위한 빅 픽처를 그리기 시작했다.

가우프가 7살 때 더 나은 훈련 환경을 고려하여 다시 고향인 델레이 비치로 돌아왔고, 뉴 제네레이션 테니스 아카데미에서  입문생으로 출발하게 된다. ‘Little Mo’로 명명된 8세 이하 전국 대회에서 가우프가 우승을 휩쓸며 입문과 동시에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자, 딸의 가능성을 엿본 부모는 직장까지 그만두며 그녀의 뒷바라지에 올인하였는데, 아버지가 전담코치가 되어 훈련을 주도했으며 어머니는 자신의 장기를 살려 홈스쿨링에 집중, 정식 학업 대신 선수로서의 육성을 선택하였다.

이후 미국이 좁다고 느낀 부모는 가우프가 10살 때 늘 동경했던 세레나 윌리엄스가 소속된 패트릭 모라토글루 아카데미가 있는 프랑스로 이주를 결정했다. 가우프의 가능성을 본 모라토글루가 장학금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함께하기로 하여 이뤄진 성과였다.


2020 호주오픈에 출전하였을 때 IMG 파티에 참석한 가우프

승승장구, 거침없는 그녀의 질주
프랑스로 이주 후에도 미국 국적인 그녀는 자국내 주니어 대회에 꾸준히 참가했는데, 출전하는 대회마다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우며 미국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미국테니스협회가 개최하는 12세 이하 클레이코트 대회에서 10세 3개월의 나이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미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클레이코트에서의 재능을 일찌감치 확인한 가우프는 이 때부터 코트면에 상관없이 언제나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프랑스오픈 주니어 정상에 오르고 프로 데뷔 후 첫 그랜드슬램 8강 역시 롤랑가로에서 이뤄냈으니 미국에서는 보기 힘든 전천후 선수인 셈이다. 

주니어 시절, 그녀는 출전하는 대회마다 언니들을 이기며 동료들을 긴장시켰는데 13세부터 본격적으로 ITF 주관 세계대회에 출전, 모든 단계를 뛰어넘으며 1급 대회부터 나섰다. 13살에 첫 출전한 그랜드슬램 무대인 2017년 US오픈에서 무실세트로 결승까지 진출, 역대 최연소 결승진출자로 기록되었으며 이듬해 프랑스오픈 우승을 차지하며 1년도 안돼 주니어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가우프는 복식도 병행하며 기술을 연마했는데, 지금도 복식 파트너이자 베스트 프렌드로서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케이티 맥날리(미국)와 함께 주니어 US오픈 복식 정상에도 오르며 네트 플레이에도 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우프는 14세가 된 2018년부터 성인 무대에 도전하기 시작했는데, ITF 챌린저 대회에 나서며 감을 익혔고 그해 US오픈에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참가하며 처음으로 메이저 무대를 밟았다. 이듬해 가우프는 WTA1000 시리즈인 마이애미오픈에 역시 와일드카드를 받아 출전, 생애 첫 투어급 대회에서 승리를 맛봤는데 프랑스오픈 예선 2회전에서 고배를 마신 후 참가한 윔블던에서 결국 대형 사고를 친 것이다. 

이 대회에서의 임팩트가 워낙 강해서 그녀가 윔블던 본선 무대에 직행한 것으로 착각하는데, 사실 그녀는 예선부터 참가해 본선 3회전 승리까지 무려 6경기 연속 승리하며 엄청난 성과를 이루었다. 그녀의 본선 4경기가 미국 ESPN이 집계한 당시 윔블던 경기 중 시청률 톱4를 기록했으니 그녀를 둘러싼 열기는 숫자로도 입증되었다. 

윔블던 이후 300위권이었던 랭킹을 141위까지 끌어올린 가우프는 워싱턴에서 열린 WTA250 대회에서 생애 첫 복식 우승을 차지했고, US오픈에서는 3회전에서 당시 세계랭킹 1위인 오사카 나오미(일본)와 빅매치를 치르며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해가 넘어가기 전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열린 실내하드대회에서 럭키루저로 본선에 운 좋게 합류한 그녀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본선 5경기를 이기며 생애 첫 투어 대회 단식 우승까지 차지하며 2004년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 이후 최연소 단식 우승자로 또 한번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되었다. 

세계랭킹 67위로 2020년을 시작한 가우프는 호주오픈 3회전에서 오사카에게 설욕전을 펼치며 승승장구했고 코로나19로 얼룩진 시즌이었으나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며 톱50위로 한 해를 마감했다. 올해 역시 가우프는 멈출 기세 없이 코트를 종횡무진했는데, 나이 제한으로 출전할 수 있는 대회가 제한적인 점을 감안하여 선택한 대회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호주 애들레이드 대회 4강, WTA1000시리즈인 이탈리안오픈 4강에 올랐고 이탈리아 파르마에서 열린 클레이코트 대회에서는 단식과 복식에서 모두 우승하는 깜짝쇼를 펼치며 생애 두 번째 단복식 트로피를 한꺼번에 들어올렸다. 이어진 프랑스오픈에서는 8강까지 오르며 바이디소바 이후 15년만의 최연소 8강 진출자로 이름을 올렸으며, 윔블던에서는 16강까지 진출하여 2021년 7월 12일 기준 세계랭킹 23위에 랭크되었다. 올해 성적만 기준으로 산정하면 무려 세계 10위에 해당된다.

그녀가 특별한 이유와 장밋빛 미래
그녀의 행적을 보면 얼마나 뛰어난 선수인지 알 수 있다. 2년만에 313위였던 랭킹이 23위까지 올랐으니 2년 후에는 그녀가 어느 자리에 있을지 기대된다. 현재 세계랭킹 20위권 선수들의 평균 나이가 26~27세라는 점과 가우프가 100위권내 가장 어린 선수라는 점에 비추어봤을 때 그녀의 성장세는 대단한 것이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때 가우프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뛰어난 면모를 보이기에 흔히 말하는 ‘챔피언의 기질’이 다분한 선수다.

하지만 작년 말~올해 초 사이 경기당 거의 20개에 가까운 더블 폴트를 범하고, 이기고 있던 경기를 내주는 등 보완해야 할 점 역시 있다. 가우프도 이 점을 스스로 인정하며 지금은 경기를 마무리하는 방법을 꾸준히 연구하며 훈련하고 있다고 한다. 

가우프는 유명세를 바탕으로 경기 외적인 유혹에도 쉽게 노출되었으나, 과한 마케팅 및 사회 활동을 지양하는 면모를 보여 이 역시 다른 선수들과 조금은 다르다. 유망주가 나타나면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유명 업체들이 해당 선수와 수십억원에 달하는 계약을 체결하는데, 가우프는 상대적으로 작은 스폰서에 해당되는 뉴 발란스를 선택하여 돈에 휘둘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SNS 활동도 자제한다.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와 같은 주요 사회적 이슈 발생시에만 집회에 참석하고 팬들에게 독려하는 등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글= 김홍주 기자(tennis@tenni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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