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욱의 술기행] (63) "사과증류주 문경바람을 새 술병에 담았어요."
'우리 술 주춧돌 되라' 염원 담아 사각병..양 옆면에 '바람', ' baram' 양각
재료(문경사과), 장비(상압증류기), 양조기술(국내 최고의 증류주전문가) 등 차별화가 성공 비결

우리나라 ‘1호 위스키 마스터블렌더’인 오미나라 이종기 대표가 2016년에 출시한 사과증류주 ‘문경바람’이 최근 유리병 패키지를 교체했다. 대부분의 전통주들이 공용으로 사용해온 기존의 둥근 병 대신 자체 개발한 사각형의 병으로 바꾸었다. 오미나라 이종기 대표는 “출시 초기에는 판매량이 얼마 안돼 독자적인 병을 쓸 엄두를 못냈지만, 최근 들어 연간 2만병 이상 팔려, 이번에 병 패키지를 새로 했다”고 말했다. 새로 개발한 문경바람 사각병에는 양 옆으로 한글 ‘바람’과 영문 ' baram’을 양각해, 여타 전통주들과도 차별화를 꾀했다. 이 대표는 “지역에서 나오는 재료를 이용해 좋은 술을 만들어, 우리 술을 사랑하는 분들에게 즐거움을 전해주고, 농업과 지역특산주가 상생 발전해 모두가 함께 행복해지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의미를 사각병에 담았다”고 말했다.
국내 사과증류주의 대명사인 문경바람 판매가 가파르게 신장하고 있다. 작년 대비 올해 판매가 61%(가격 기준) 늘었으며 올 연말까지 판매량은 4만5000병(375ml 기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종기 대표가 위스키업체 골든블루측에 납품하고 있는 사과증류주 ‘혼’까지 합하면 판매량은 두배 정도로 늘어난다.
문경바람이 세상에 나온 것은 2016년. 오미나라 이종기 대표가 2011년 오미자 스파클링와인 오미로제를 출시한 지 5년만이다. 문경바람이 나오기 전만 해도 국내 증류주 시장은 안동소주, 문배술, 화요 등 쌀을 기본으로 한 쌀소주 일색이었다. 그러다, 사과 본연의 향을 갖고 있으면서도 증류식소주보다 훨씬 부드러운 문경바람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사과는 물론 매실 등 다양한 과일을 활용한 증류주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과일증류주 시대’를 선도하고 있는 술이 곧 문경바람이다. 문경바람을 개발한 오미나라 이종기 대표를 만나, 우리술 시장에서 과일증류주가 갖는 의미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국내 증류주 시장에 과일증류주 시대를 연 문경바람의 성공 비결은?
“그간 국내 증류주들은 곡물을 기본으로 한 소주였다. 문경바람은 브랜디(과일증류주)에 가까운 술이다. 기존 쌀소주 제품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은 세가지 정도를 들 수 있다. 첫째, 재료의 차별화다. 과일에서 오는 향이 가미되면서 좀 더 술이 부드럽고 깊은 맛이 있다. 둘째는 증류설비의 차별화다. 대부분의 증류주업체들이 스테인리스 소재의 감압증류기(의도적으로 기압을 낮추어 낮은 온도에서 술을 증류하는 방식)를 사용한 반면, 문경바람은 전통방식의 상압증류방식, 게다가 동증류기를 사용하고 있다. 최고급 브랜디인 꼬냑 생산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동증류기와 설비를 사용하고 있다.
셋째는 양조기술의 차별화라고 말하고 싶다. 1980년 서울대 농화학과를 졸업한 후 오비맥주, 디아지오코리아 등을 거치면서 40여년을 술 증류에 몸담아왔다. 윈저, 골든블루 등이 내가 만든 위스키다.”
-문경 사과의 장점은?
“요즘엔 강원도 철원까지 사과가 생산되고 있어, 사과의 북방한계선이 많이 올라갔다. 그러나, 사과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위도 차이가 아니라, 고도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문경은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길목에 있다. 산림청이 지정한 국내 100대 명산 중 4개의 산이 문경을 둘러싸고 있다. 백두대간 자락의 청정지역에서 재배되는 문경 사과는 타 지역산에 비해 당도가 높고, 향이 강하고 식감도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사과품종의 하나인 감홍처럼 향이 좋은 사과가 많이 재배되고 있다. 문경은 생산량으로는 전국 5위 정도다. 그러나, 향과 맛, 인지도 측면에서는 전국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문경바람에 쓰이는 사과 품종들은?
“단일품종을 쓰지는 않는다. 생산량이 가장 많은 부사를 가장 많이 쓰고, 감홍, 양광 등이 술 원료로 사용된다.”
-술 생산이 집중되는 시기는?
“아무래도 사과 수확철인 가을이다. 수확철에 사과를 수매해서 즙을 짠 뒤에 발효를 거쳐 증류에 들어간다. 증류 후에도 일년 정도 숙성을 거친 다음에 병입한다. 문경바람 생산의 70% 정도는 가을철에 집중된다.”

-올 한해 문경바람 판매량은?
“11월 23일 기준으로 3만8000병(375ml기준)이 판매됐다. 평소보다 많은 연말수요를 감안하면 올 한해 판매량은 4만5000병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판매금액 역시 작년보다 61% 증가했다.”
-새 유리병 패키지를 소개해달라.
“2016년 출시 이후 사용해온 둥근 병(전통주 공용병) 대신 자체 개발한 사각병 사용을 시작했다. ‘우리 술을 반석 위에 올려놓는다’, ‘전통주의 굳건한 토대, 튼튼한 방어벽을 차곡차곡 쌓는다’는 염원을 담아 사각 모양의 병을 사용하기로 했다. 병 측면에 ‘바람(wish)’과 ‘baram’ 제품명이 양각돼 있다. 상표를 사선으로 만들어 역동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상표 바탕에 백두대간의 산모양을 홀로그램으로 표현했고, 병 뚜껑에는 구름을 나타내, 자연을 즐기며 기쁜 소식을 듣기를 바라는 염원(문경이라는 글자가 기쁜 소식을 듣는다는 뜻)을 담았다.

‘바람’이라는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알리고 싶어 양각으로 바람을 새겼다. 국내 술 중 술 이름을 양각한 사례는 거의 없다. 문경(기쁜 소식을 듣는다)의 의미를 살려, ‘기쁜 소식을 바라다’는 글자도 상표에 작게 적었다.”
문경바람은 4종이다. 우선, 숙성방법에 따라 두 가지 제품이 만들어진다. 동양 전통방식인 항아리에서 숙성한 제품인 문경바람 백자와, 서양 방식으로 오크통에 숙성한 문경바람 오크가 있다. 또, 알코올 도수에 따라 또 둘로 나누어진다. 백자 숙성 25도, 40도, 오크통 숙성 25도, 40도 제품이 그것이다.
-항아리 숙성과 오크통 숙성이 향과 맛에 미치는 차이점은?
“문경바람은 백자 제품과 오크통 숙성제품이 있다. 술 색깔이 투명한 항아리 숙성 문경바람은 사과 본연의 향을 잘 느낄 수 있다. 진한 호박색인 오크 숙성 문경바람은 오크통에서 우러나는 스모키한 향이 도드라져 브랜디, 위스키같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 두 제품 모두 1년 정도 숙성을 거친다.”

-순곡증류주에 비해 단맛이 강하다. 음식 매칭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나?
“문경바람이 달다고 느끼는 것은 사실, 착각에 가깝다. 증류주에는 당분이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단향’을 느끼는 것이지, ‘단맛’이 나는 것은 아니다. 단향이 나니까, 단맛이 난다고 느끼는 것이다. 단맛이 없는 만큼, 우리 음식 어떤 것에도 잘 어울린다. 특히 명절 음식, 다소 기름진 음식이나 묵직한 음식과 잘 맞다.”
-새 과일증류주 개발 계획이 있나?
“문경바람(사과증류주)과 고운달(오미자증류주)은 가격 갭이 꽤 있다. 문경바람은 1만~2만원대(375ml), 고운달은 30만원(500ml)에 달한다. 그래서 그 중간단계의 제품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첫째는 문경바람을 베이스로 해서 좀 더 깔끔한 맛이 강조되는 보드카 생산을 검토 중이다. 둘째는, 문경바람과 고운달을 블렌딩한 제품을 내놓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오미로제 양조장 올해 매출 예상은?
“작년에 20억원(주세 포함) 정도 했다. 올해는 30억~35억원 예상한다. 올해 가장 잘 팔린 상품은 ‘고운달’과 프리미엄 오미자 스파클링 제품인 ‘오미로제 결’(9만원대)이다. 작년에 새로 나온 4만원대 ‘오미로제 연’을 드셔본 소비자들이 그 다음 고급 단계인 ‘결’을 찾는 경우가 의외로 많았다. ‘결’ 판매를 견인하는 역할을 ‘연’이 하고 있다. ‘결’은 작년보다 두배 정도 성장했다. ‘고운달’은 세배 정도 판매가 늘었다. 작년 4분기부터 폭발적으로 판매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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