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주민 50% 모아라".. 도심공공주택 후보지 곳곳에서 비대위 출범
정부가 최근 주민 과반이 반대하면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곳도 지정 해제하겠다고 결정하면서 후보지 곳곳에서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고 있다. 예비지구 지정 요건인 주민 동의율 10%를 달성한 곳에서도 비대위가 등장했으며, 부산 전포3구역 등 일부 지역에서는 반대 의견이 과반을 넘겨 지정 해제 가능성이 커졌다.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당정은 지난달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예비지구로 지정된 후 6개월 이내에 주민 50%가 반대하면 지구 지정을 철회하기로 했다. 기존 법안에서도 예비지구로 지정된 후 1년 이내 토지 소유자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확보하지 못하면 해제되도록 했으나, 예비지구로 지정된 1년간 재산권 행사를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조기 철회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주거지 등을 대상으로 규제 완화와 절차 간소화를 통해 도심 내 신규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하는 사업이다. 절차가 간소하다는 장점 때문에 과거 민간재개발이나 공공재개발 등 다양한 방식의 재개발을 추진했으나 무산된 지역에서 호응도가 높다. 그러나 후보지 선정 과정에 전체 주민의 동의 없이 일부 주민과 자치구의 판단만 크게 개입돼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는 주민들도 등장했다.
3차 후보지로 지정된 부산진구 전포3구역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지역은 민간재개발 사전타당성 조사를 진행중이던 와중에 도심 복합개발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민간재개발에 찬성하는 주민들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지난 25일 도심 복합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후보지 철회 동의서 52%를 받아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바 있다.
당시 비대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전포3구역은 구도심의 핵심으로 서면역과 부전역에 인근하고 있어 항상 부산시민들의 주목을 받던 곳”이라면서 “구민의 민심과 달리 구청장의 공명심에 의해 공공복합 개발사업의 후보지가 됐다”며 철회 요청서를 제출한 배경을 설명했다.
다른 후보지에서도 비대위가 속속 출범하고 있다. 2차 후보지인 강북구 수유12구역에서는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지난 4월 비대위를 구성하고 시위에 나섰다. 지난달 9일에는 사무실을 마련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반대 서명을 모으고 있다. 수유12구역 비대위 관계자는 “이전보다 많은 주민들이 관심을 보여주고 있어 반대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찬성 서명을 했던 분들 중에서 동의서를 철회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고 언급했다.
10% 동의율을 달성한 은평구 불광동 329-32 구역에서도 일부 주민들이 비대위를 구성하고 반대 서명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후보지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비대위 주민들은 은평구에 이 구역을 포함해 9곳이 후보지로 선정된 만큼, 재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규합해 단체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녹번동 근린공원 인근 후보지에서도 반대하는 주민들이 은평구청에 민원을 넣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 중에서는 임대사업자도 있지만 집 한채로 평생을 지낸 70~80대와 전·월세로 살고있는 임차인들도 있다. 또 정부 지원이 있더라도 추가분담금을 내기 어려운 취약계층 주민들도 있다. 이들은 재개발이 시작되면 거처를 구하기 어려워 난감해하는 상황이다. 노부모와 함께 후보지에 살고있다고 밝힌 한 주민은 “이 지역에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사시던 분들은 재개발이 되면 살 곳을 찾을 수 없어 삶이 송두리째 흔들릴 것”이라고 했다.
물론 재개발에 찬성하는 주민들도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1~5차 후보지 52곳 중 24곳은 예비지구 지정 요건인 주민 동의율 10%를 달성했고, 이 중 4곳(증산4, 수색14, 쌍문역 동측, 불광근린공원)은 본지구 요건인 67%을 넘어서기도 했다. 후보지로 선정된 지역에서는 분양권을 노린 매수자들이 몰려들면서 빌라와 단독주택의 호가가 급등하는 등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구조적으로 재개발 사업에 동의할 수 없는 분들도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일부 지역에서는 동의서가 굉장히 빨리 걷히고 있어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업계획을 구체화해서 보여주면 주민들의 판단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는 지난달 29일 본회의를 열고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의 근거법인 공공주택특별법을 찬성 164명·반대 7명·기권 14명으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이 사업을 통해 2023년까지 서울에서 11만7000가구·전국 19만6000가구를 공급하기로 한 계획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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