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소비자들에게 제이콥앤코(Jacob & Co.)라는 브랜드는 아직은 생소한 이름입니다. 그럼에도 지난 몇 년간 해외 유수의 매거진 또는 각종 SNS 채널을 통해 이들의 제품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한 분들은 많을 줄 압니다. 특히 하이엔드 시계 업계에서 이들의 존재감은 21세기 중반 이후로 해를 거듭할수록 커져 종종 리차드 밀과 비교되기도 합니다.

위버럭셔리(Über-Luxury), 울트라 하이엔드(Ultra-high-end)로 통할 만큼 제이콥앤코가 시계, 주얼리 양 분야 모두에서 도달한 경지는 전례가 없을 만큼 독보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그간 신비의 베일에 가려져 있던 제이콥앤코가 마침내 새로운 리테일 파트너를 맞이하며 한국 시장에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HYT, 스피크 마린(Speake-Marin), 드빗(Dewitt), 카베스탕(Cabestan) 등 개성 강한 스위스 독립 하이엔드 시계제조사들을 수입하는 타임팰리스(TimePalace)와 손을 잡은 것입니다. 제이콥앤코의 국내 공식 론칭을 축하하며 타임포럼이 제이콥앤코 브랜드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의 스페셜 컬럼을 마련했습니다.

제이콥앤코는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미국 이민자인 주얼리 디자이너 제이콥 아라보(Jacob Arabo)에 의해 1986년 뉴욕에서 탄생했습니다. 수대째 주얼러인 가계의 전통을 이어받아 14살때부터 뉴욕 맨해튼 47번가 일명 다이아몬드 거리에서 주얼리메이킹을 학습한 아라보는 17살때 이미 자신이 디자인한 주얼리를 선보이는 등 탁월한 재능을 인정받았습니다. 이후 일련의 하이 주얼리 피스들을 판매한 자본금을 모아 불과 21살의 나이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회사를 설립하며 경영인으로 거듭납니다. 작은 규모의 가족기업으로 출발한 제이콥앤코는 1990년대 중반부터 제이지(Jay-Z), 노토리어스 B.I.G.(Notorious B.I.G.), 나스(Nas), 50 센트(50 Cent), 빅 션(Big Sean) 등 쟁쟁한 힙합 아티스트들의 선택을 받으면서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했고, 창립자 겸 대표인 제이콥 아라보는 '킹 오브 블링(King of Bling)'이란 별명을 얻을 만큼 일약 뉴욕 사교계의 명사로 부상하게 됩니다.




제이콥앤코는 4C- 색상, 투명도, 컷, 캐럿- 기준 모두 최상급에 해당하는 다이아몬드를 포함한 유색의 볼드한 젬스톤과 화려하면서도 정교한 세팅으로 완성한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유명 연예인들과의 화보 촬영 및 크고 작은 레드카펫 이벤트에 지원함으로써 단기간에 이름을 알리는데 성공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02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시계 사업에 뛰어들어 스위스 제네바에 워치메이킹 워크샵을 설립하고 독창적인 컴플리케이션 및 하이 주얼리 타임피스들을 선보이며 배타적인 시계 업계에서조차 차츰 인정을 받게 됩니다.



예의 창립 이래 수많은 톱스타들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이어온 만큼, 엘튼 존(Elton John),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 제니퍼 로페즈(Jennifer Lopez), 리아나(Rihanna), 드레이크(Drake), 애드리언 브로디(Adrien Brody), 나오미 캠벨(Naomi Campbell), 코너 맥그리거(Conor McGregor),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Floyd Mayweather Jr) 등 각계각층의 셀러브리티들이 제이콥앤코의 주얼리와 타임피스를 선택했음은 물론입니다. 나아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Cristiano Ronaldo), 리오넬 메시(Lionel Messi)와 같은 축구 슈퍼스타들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고, 미국의 세계적인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슈프림(Supreme)과 오프화이트의 창립자이자 루이 비통의 아티스틱 디렉터인 버질 아블로(Virgil Abloh)와의 파트너십 또한 브랜드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제이콥앤코의 타임피스 컬렉션은 LCD 스크린을 통해 5개의 멀티 타임존을 동시에 표시하는 쿼츠 라인업 고스트(Ghost)를 필두로, 오버사이즈 케이스에 스포티한 바이-컴팩스 크로노그래프 디자인을 조합한 에픽 X 크로노(Epic X Chrono), 과거 공항이나 기차역에서 자주 볼 수 있던 기계식 인포 보드에서 영감을 받아 종형의 일명 스플릿-플랩(Split-Flap) 디스플레이로 전 세계 24개 타임존을 표시하는 월드타이머 에픽 SF24(Epic SF24), 오일 저장고와 유정탑(油井塔)에서 영감을 받아 전통적인 오토마통(Automaton, 기계식 자동인형) 기능을 재해석한 오일 펌프(Oil Pump),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 기반에 두 개의 트리플 액시스 투르비용(Triple-axis tourbillon)과 10분 단위로 타종하는 데시멀 미닛 리피터(Decimal Minute repeater)를 결합한 그랑 컴플리케이션 사양의 트윈 터보 퓨리어스(Twin Turbo Furious), 파라마운트 픽처스(Paramount Pictures)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명작 '대부(The Godfather)'의 메인 사운드트랙을 뮤직박스 형태로 구현한 오페라(Opera), 사면이 시원하게 뚫린 케이스와 돔형의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통해 천체에서 영감을 얻은 다축 투르비용을 노출하는 아스트로노미아(Astronomia) 등 그 기능과 유형에 따라 매우 폭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합니다.





이렇듯 불과 20년 만에 제이콥앤코는 워치메이킹 분야에서 매우 이례적이라 할 만큼 놀라운 성공 신화를 이룩했습니다. 지금의 컬렉션을 구축하기까지 얼마나 맹렬한 노력과 막대한 자본력을 쏟아 부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기존에 없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발명하는 것이 나의 꿈"이라며 "브랜드를 위해 불가능을 현실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멈출 수 없다"고 일갈한 창립자 제이콥 아라보의 파인 워치메이킹을 향한 열정과 신념이 얼마나 진심이었는지를 실감하게 합니다. 그의 과감한 도전정신과 추진력, 그리고 비전이 없었다면 제이콥앤코가 워치메이킹 분야에서 지금처럼 확고한 아이덴티티와 기술력으로 인정을 받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오페라 갓파더 _ 두 개의 실린더와 36개의 핀으로 구성된 한 쌍의 콤(Combs) 세트로 영화 '대부'의 유명한 메인 테마송을 연주하는(온-디멘드 방식으로 작동함) 뮤직박스 기능의 독특한 차임 컴플리케이션 모델이다. 피아노와 대부의 주인공을 사실적으로 형상화한 미니어처 피규어 장식과 함께 무게 1.15그램에 불과한 초경량 트리플 액시스 투르비용 케이지가 세 축을 따라 역동적으로 회전하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부가티 시론 투르비용 _ 부가티의 상징과도 같은 16기통 엔진을 형상화한 역동적인 애니메이션 다이얼과 30º가량 기울어진 플라잉 투르비용 케이지를 부가티 시론의 날렵한 차체를 떠올리게 하는 아방가르드한 케이스 및 사파이어 크리스탈 구조를 통해 드러내는 제이콥앤코의 야심작이다.
지금은 유명무실해졌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세계에서 가장 큰 시계 및 주얼리 박람회의 위상을 자랑했던 바젤월드(Baselworld)에 제이콥앤코도 매년 성실하게 참가했는데요. 필자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자면, 제이콥앤코의 부스는 매년 엄청난 포스와 남다른 화려함으로 여느 메이저 브랜드들을 압도할 만큼 위세가 대단했습니다. 특히 2014년 바젤월드에서 데뷔한 이래 매년 새로운 테마로 변주를 이어간 아스트로노미아 시리즈는 제이콥앤코 부스를 반드시 둘러봐야 할 이유가 될 정도였습니다. '천문학'을 뜻하는 거창한 이름만큼이나 아스트로노미아는 손목시계 역사상 유례없는 개성적인 천체시계를 선보이고자 했던 제이콥 아라보의 바람이 고스란히 구현된 기능적이면서도 미학적인 마스터피스 컬렉션이라 할 만합니다.



어느덧 제이콥앤코의 시그니처 타임피스 컬렉션으로 자리매김한 아스트로노미아 시리즈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혁신적인 베이스 칼리버의 설계를 기반으로 아스트로노미아 스카이, 아스트로노미아 솔라, 아스트로노미아 카지노, 아스트로노미아 마에스트로, 아스트로노미아 옥토퍼스, 아스트로노미아 아트 드래곤, 아스트로노미아 아트 피닉스 등 파인 워치메이킹과 브랜드 고유의 장기인 주얼리메이킹, 메티에 다르(Métiers d'Art, 공예예술)까지 넘나드는 한계 없는 실험을 이어가며 컬렉션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각각의 타임피스를 극소량 한정 제작하거나 아스트로노미아 아트(Astronomia Art)의 경우 예외 없이 유니크 피스 시리즈로 선보이면서 핸드 인그레이빙 및 미니어처 페인팅 마감한 3차원 구조의 피규어를 주문자의 요청에 따라 커스텀(Customization) 제작할 수 있게 함으로써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나만의 타임피스를 소장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제이콥앤코의 아스트로노미아 시리즈가 특유의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플렉스를 뽐내는 힙합 아티스트들부터 수억 명의 팬을 거느린 글로벌 슈퍼스타 플레이어와 영화배우들, 전 세계의 억만장자 컬렉터들까지 단숨에 매료시킬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극도의 익스클루시비티(Exclusivity)를 추구한 전략 덕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스트로노미아 컬렉션 소개 필름
제이콥앤코는 전통적인 파인 워치메이킹의 공식에 연연하거나 몇몇 시그니처 컬렉션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킹 오브 블링’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주얼러로서의 장기를 극대화하면서 워치메이킹의 한계에 도전하는 과감한 시도들로 자신들만의 뚜렷한 입지를 다졌습니다. 극도의 화려함과 유니크함으로 무장한 제이콥앤코의 타임피스 컬렉션은 웬만한 사람은 감히 범접할 수조차 없는 소위 말해 ‘어나더 레벨(Another level)’의 경지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제이콥앤코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응원하게 되는 것은 이들이 재정의하고 있는 ‘21세기형 파인 워치메이킹’의 색다른 시도들이 시계애호가들 및 컬렉터들의 감성과 꿈을 자극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이콥앤코 브랜드 및 주요 타임피스 컬렉션을 개괄 소개한 이번 포스팅에 이어 다음 포스팅에서는 국내 매장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 제이콥앤코의 특별한 시계들을 보다 자세히 소개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