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mula 1] 챔피언 승부는 원점으로, 2021 F1 사우디아라비아 그랑프리


레드 플래그 2번과 세이프티카 2번, 버추얼 세이프티카 3번. 모두 포뮬러 1 최초로 개최한 사우디아라비아 그랑프리에서 발생한 일이다. 트랙 폭이 좁은 시가지 서킷 특성상 많은 팬들은 지루한 경기를 예상했다. 그러나 끝없는 사고와 매끄럽지 못한 레이스 운영 탓에, 21라운드는 올해 경기 중 가장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마무리했다.

제다 코니시(Jeddah Corniche) 서킷은 트랙 디자이너 헤르만 틸케의 아들, 카스텐 틸케(Carsten Tilke)가 설계했다. 길이는 벨기에 스파-프랑코샹 다음으로 가장 긴 6.174㎞. 코너 개수는 무려 27개지만, 대부분 구불구불한 S자 구간의 일부분이다. 모나코 서킷과 비슷한 분위기를 내는데, 비해 평균 속도는 훨씬 높아(시속 252㎞) 사고 위험이 크다.

선두 그룹 출발 순서는 루이스 해밀턴(메르세데스-AMG) - 발테리 보타스(메르세데스-AMG) - 막스 베르스타펜(레드불 레이싱). 최근 스타트가 좋은 베르스타펜이 1~2번 코너에서 추월을 해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보타스 역시 실수 없이 출발해, 해밀턴의 자리를 완벽히 지켜냈다. 뒤따르는 모든 드라이버들도 무리하지 않고 경기를 이어나갔다.


첫 사고는 10랩에 터졌다. 믹 슈마허(하스)가 22번 코너에서 그립을 잃고 벽에 충돌. 세이프티카가 나섰다. 해밀턴과 보타스, 세르지오 페레즈(레드불 레이싱) 등 많은 드라이버가 타이어를 교체한 가운데, 베르스타펜은 피트로 돌아오지 않고 1위에 머물렀다. 도박수는 통했다. 2바퀴 만에 FIA가 레드 플래그를 발령해, 모든 선수가 피트로 복귀했다. 이때는 타이어도 교체할 수 있어, 베르스타펜은 시간 손실 없이 타이어 바꿀 기회를 얻은 셈이다.

두 번째 레드 플래그는 경기 재개와 동시에 일어났다. 샤를 르클레르(페라리)와 접촉한 페레즈는 프론트 윙을 통째로 잃었고, 니키타 마제핀(하스)는 조지 러셀(윌리엄스)의 뒤를 받아 함께 리타이어했다. 그 사이 베르스타펜은 2번 코너를 자르며 억지로 1위를 지켰다. 더불어 베르스타펜의 무리한 진입에 해밀턴이 움찔한 틈을 타, 에스테반 오콘(알핀)이 2위로 깜짝 등판했다.

다시 피트에서 재출발을 기다리는 사이, FIA가 레드불에 무전을 보냈다. ‘1위로 재시작하면 나중에 패널티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해밀턴 뒤에서 출발하면 넘어가겠다’라는 내용이었다. 레드불은 이를 받아들여 베르스타펜을 3번 그리드로 보냈다. 레이스가 절반도 지나기 전에, 두 팀과 드라이버 사이 신경전은 이미 절정에 달하고 있었다.



오기라도 생긴 듯, 베르스타펜은 세 번째 출발에서 해밀턴과 오콘을 한 번에 추월했다. 비좁은 1번 코너에서 경주차 3대가 나란히 달리는 명장면을 연출했다. 그리고 37랩, 이번 그랑프리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충돌이 일어났다. ‘순위를 내줘라’라는 팀 오더에 따라 감속한 베르스타펜의 뒤를 해밀턴이 프론트 윙 가장자리로 들이받았다.

이 사고에 대해 F1 팬들은 온라인에서 ‘베르스타펜이 충분한 공간을 주지 않았고, 너무 급하게 속도를 줄였다’라는 의견과 ‘메르세데스-AMG가 해밀턴에게 상황을 너무 늦게 알렸다. 팀 오더 잘못이다’라는 의견 등으로 나뉘어 논쟁을 펼치고 있다. 경기 종료 후, FIA는 베르스타펜이 순위를 내주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제동했다며(중력가속도 2.4G 수준) 10초 패널티를 부여했다.



오른쪽 프론트 윙 일부가 떨어져 나간 해밀턴은 1위를 되찾은 뒤 무섭게 치고 나갔다. 종료 순간까지 경주차를 밀어붙여, 개인 통산 102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타이어를 많이 소모한 베르스타펜은 2등으로 골인. 보타스는 마지막 랩 마지막 코너에서 오콘을 극적으로 추월하며 3위에 올랐다. 이로써 메르세데스-AMG는 컨스트럭터 챔피언십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관건은 베르스타펜과 해밀턴의 점수다. 21라운드를 마친 두 선수의 점수는 모두 369.5점으로, 마지막 경기 결과에 따라 2021년도 챔피언이 판가름 난다. 만약 지금의 점수로 시즌을 마무리할 경우, 우승 횟수가 더 많은 베르스타펜이 챔피언에 오른다. 22라운드 무대는 아부다비의 야스마리나(Yas Marina) 서킷. 8번째 챔피언을 노리는 해밀턴과 생애 첫 챔피언에 도전하는 베르스타펜. 과연 올해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글 서동현 기자
사진 F1, 각 레이싱 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