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1 서킷 중 평균 속도가 가장 빠른 트랙, 이탈리아 몬자(Monza)에서 2021 F1 14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홈 그랑프리를 맞은 페라리 덕분에 관중석은 붉은 옷 입은 팬들로 가득했다. 그러나 진짜 주인공은 페라리와 컨스트럭터 챔피언십 순위를 다투는 맥라렌이었다.


지난 영국 그랑프리처럼, 이번에도 추가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는 스프린트 레이스를 치렀다. 그 결과 1~3위로 들어온 발테리 보타스와 막스 베르스타펜, 다니엘 리카르도가 각각 3, 2, 1포인트를 챙겼다. 2번 그리드에서 출발한 해밀턴은 클러치 조작 실수 탓에 5위로 추락했는데, 18랩 내내 맥라렌의 랜도 노리스를 추월하지 못했다.
게다가 보타스는 1위를 차지했음에도, 엔진 교체 패널티로 인해 맨 뒤에서 출발해야 했다. 덕분에 맥라렌 드라이버가 맨 앞줄에서 출발하는 보기 드문 광경을 연출했다. 오랜만에 맥라렌에게 좋은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경기 시작.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리카르도가 1번 코너에 먼저 진입했다. 이후 베르스타펜과 약 1초 간격을 꾸준히 유지하며 선두를 지켰다. 2경기 연속 중상위권에서 경기를 시작한 알파로메오의 안토니오 지오비나치는 충돌로 인해 프런트 윙이 통째로 날아갔다. 파편을 치우기 위한 버추얼 세이프티카 상황이 끝나고, 다시 경기를 시작했다.
드라이버들이 타이어를 바꾸기 시작할 때까지 의미 있는 추월은 일어나지 않았다. 19위로 출발한 보타스가 차근차근 중위권까지 올라왔을 뿐이었다. 23랩부터 미디엄 타이어로 출발한 선수들이 피트로 들어왔다. 리카르도는 깔끔하게 타이어 교체를 마쳤는데, 문제는 베르스타펜이었다. 오른쪽 앞바퀴를 끼울 때 문제가 생겨 무려 11.1초 동안 멈춰 있었다. 참고로 이번 시즌 피트인 최단 기록 보유 팀은 레드불. 기록은 1.8초다.



해밀턴도 타이어 교체에 4.2초가 걸리며 뒤늦게 서킷으로 나왔다. 이때, 동시에 1번 코너로 진입한 베르스타펜과 뒷바퀴끼리 엉켜버렸다. 해밀턴 위로 베르스타펜이 올라타는 아찔한 상황이 일어났다. 드라이버 머리를 보호하는 헤일로 구조물이 없었다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FIA는 경기 종료 후 두 선수를 불러 조사를 진행했고, 베르스타펜이 무리하게 진입했다고 판단해 3 그리드 패널티를 부여했다.

유력한 우승 후보 2명이 탈락하자, 맥라렌은 축제 분위기를 맞았다. 심지어 노리스가 페라리의 샤를 르클레르를 추월해 원투 피니시를 기대할 수 있었다. 끝까지 주의해야 할 드라이버는 페레즈와 보타스. 페레즈가 8위에서 3위로, 보타스가 19위에서 4위로 올라오며 빈틈을 노리고 있었다. 페라리의 두 드라이버는 5위와 6위에서 순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다른 이변은 없었다. 리카르도가 2018년 모나코 그랑프리 이후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2012년 브라질 그랑프리 이후 맥라렌의 첫 번째 우승이기도 하다. 페레즈는 3위로 골인했으나, 부당한 추월로 5초 패널티를 받아 최종 5위로 마무리했다. 포디움을 따낸 보타스는 “오늘 레드불보다 많은 포인트를 따냈다는 사실로 만족한다”라며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고속 서킷에서 뚜렷한 강점을 보여준 맥라렌. 이로써 페라리를 제치고 다시 컨스트럭터 챔피언십 3위로 올라섰다. 시즌 내내 눈에 띄는 활약이 없었던 리카르도의 깜짝 우승도 반가웠다. 과연 맥라렌의 기세는 시즌 끝까지 이어질까? 다음 경기는 이달 24~26일,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다.
글 서동현 기자
사진 F1, 각 레이싱 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