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인허가·분양 빠를수록 수백억·수천억 대박.. "로비 불가피한 비즈니스"

■ ‘대장동 사태’ 계기로 본 부동산 개발·분양의 세계
부동산 개발 지휘 ‘디벨로퍼’ 전국에 6만3066개… 토지 확보가 전체 공정의 80%·해당 관청과 유기적인 관계 구축 중요
공공·민간·민관 3가지 방식으로 개발… 10년 안팎 장기 프로젝트도 구체적 수익분배 방식은 정해져 있지 않아
천문학적 이익을 챙긴 부동산 개발·분양사업의 실체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나라 전체가 요동치고 있다. 경기 성남시 판교 대장동의 토지 개발을 둘러싼 권력층의 직간접적인 개입 의혹과 로또 당첨금보다 많은 돈 잔치는 국민적 분노를 가중시키고 있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 진영 간의 진실 공방은 갈수록 거세질 전망이다. 부동산 개발과 분양, 막대한 수익의 세계로 들어가 본다.
◇부동산 개발사업과 시행·투자·시공사 역할은 = 부동산 개발·분양(공급) 사업자(디벨로퍼)는 택지 개발과 건축, 복합부동산을 분양·개발하는 이들(혹은 사업자)이다. 통상 ‘부동산 디벨로퍼’로 불린다. 원래 뜻은 미래를 보는 안목과 아이디어로 쓸모없는 땅을 개발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이들이나 사업자를 말한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이 대표적인 디벨로퍼다. 전주(錢主·많은 현금 보유자나 금융권)에게서 돈을 끌어와 개발가치가 있는 땅을 사서 인허가받고, 건설사를 선정하는 등 개발사업 전체를 지휘하는 이들이다.
부동산 디벨로퍼는 전국에 6만3066개(통계청 2020년 말 기준)에 달할 정도로 많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3만6653개가 등록돼 있었지만 집값이 폭등하면서 4년 동안 2만6000개 이상 늘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올해 10월 기준으로 부동산 개발사업자가 7만 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사업이 가장 활발한 곳은 수요가 존재하면서 유휴(미개발)토지가 있는 지역이다. 이들 지역은 막대한 수익이 예상돼 개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부동산 개발사업자가 가장 많은 곳은 경기도로 지난해 말 기준 2만500여 개가 몰려 있다.
부동산 개발사업의 시작은 토지 확보다. 개발할 땅을 확보하면 전체 프로세스의 70∼80%가 끝났다고 말할 정도로 중요하다. 이후 인허가와 공급은 자치단체의 도시 정비와 개발 필요성, 자금 투자사, 시공사 등이 맞물리면서 뜻밖에 쉽게 진행된다. 여기서 땅을 단독 계약했거나 매수한 시행사, 자금을 댄 투자사, 전체 사업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을 하는 시공사 등으로 나뉜다.
확보된 땅만 있으면 인허가와 투자자 유치, PF 보증은 예상보다 쉽게 풀릴 수 있다. 시공사(건설사)는 공사를 통한 이익이 5∼10%만 나올 것으로 예측돼도 PF 보증을 전제로 수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인허가는 시행사가 관할 관청에 개발사업 제안서를 신청하면서 시작된다. 심의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시·군·구청에 구성된 위원회에서 맡는다. 해당 토지가 도시 전체의 장기적인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인허가는 의외로 빨리 진행된다. 다만 2000년 이후 인허가 문제가 자치단체로 대폭 이관돼 관할 관청의 재량권도 커진 상태다.
한 시행업체 관계자는 “개발 프로젝트를 제출하기 전후 관할 관청 공무원과 접촉해 무엇을 장려하고 기피하는지 의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해당 관청과 관할 공무원들과 유기적인 소통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개발사업은 인허가와 시공, 분양 등의 과정이 빠르게 진행될수록 수익이 커지므로 전 과정에서 시행사와 시공사, 투자사의 다양한 인맥이 동원된다. A 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개발은 적게는 수백억, 많게는 수천억 원 사업이어서 빠른 인허가와 사업 청산이 중요하다”며 “인허가 문제로 자치단체와 마찰이 생기면 시행사·투자사들이 막대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어 ‘많은 로비’와 ‘방패막이’가 불가피한 비즈니스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민간개발과 공공개발의 차이는 = 특정 지역 토지의 개발은 보통 세 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 공공 주도 방식과 시행사가 토지를 확보한 뒤 시공사를 선정해 개발하는 민간개발, 공공과 민간이 함께하는 민관 공동개발 등이다. 공공개발은 통상 사업 수익성이 낮아 민간개발이 어려운 곳(달동네 재개발 등)에 정부나 자치단체 예산으로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등을 확보해주면서 개발사업을 시행한다. 공공개발은 개발 추진 주체가 국가나 자치단체여서 분양가 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토지를 협의 및 강제 수용해야 하므로 ‘사업시행 공고-수용-보상’ 과정에서 지주와 마찰을 빚는 경우가 많고, 집단시위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민간개발은 사업기획·자금조달·설계·마케팅·사후관리까지 개발 전 과정을 디벨로퍼가 담당한다. 이에 따라 민간사업자가 사업 리스크를 모두 지고 수익금 대부분도 가져간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경우 사업 초기 공공이 주체가 된 것은 예상 개발수익이 낮아 민간사업자가 적극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공과 민간개발 중 어떤 방식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두 방식 모두 나름대로 명백한 장단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01년 공모해 성공적으로 개발한 ‘용인 죽전 복합개발사업’ 이후 민관 공동개발 방식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최근 대선 경선 후보로 나온 일부 인사가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면 ‘공공·민간 개발사업을 없애고 모두 공공개발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는데 이는 개발사업의 본질을 모르고 한 발언이다. 대규모 복합시설 개발사업을 공공개발로 할 경우 막대한 투자비와 높은 사업 리스크로 인해 나눠서 할 수밖에 없고, 이는 난개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공공은 임대주택 건설 경험은 풍부해도 대자본이 필요하고 사업구조가 복잡한 주거·오피스·쇼핑몰 등의 복합시설 개발 역량은 부족한 실정이다.
◇대장동 사태로 본 ‘개발사업’의 높은 수익 구조 왜? = 부동산 개발사업은 장기간 사업이다. 3∼4년 안에 끝낼 수 있는 사업은 토지를 확보하고 인허가가 완료된 사업일 뿐이며, 기본적으로 10년 내외의 시간이 걸린다.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초기 투자자는 의외의 손실도 많이 본다. 실제 부동산 개발사업의 성공 확률은 10%에 불과할 것으로 분석하는 이들도 있다.
또 거시경제와 정부 정책, 금리 등의 영향을 많이 받아 ‘고위험 고수익(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구조’로 설계될 수밖에 없다. 한 부동산 개발업체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악화 상태로 치닫자 일부 시행사들과 건설사들이 매입한 공공토지를 반납한 것도 더 큰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였다”며 “이처럼 예상치 못한 악재 때문에 대부분 개발사업은 높은 수익 구조가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개별 프로젝트, 사업 설계자마다 분배 구조가 다를 수밖에 없다. 당연히 구체적인 수익 배분 방식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게 부동산 개발업계 설명이다. 논란이 커지고 있는 대장동 사업도 분배구조가 명확하게 설정돼 있지 않다는 게 개발업계의 분석이다. 대장동 사업에 건설사를 컨소시엄이나 명목회사(페이퍼컴퍼니) 등에 포함시키지 않고 단순 도급 형태로 참여시킨 이유도 사업이익을 극대화하는 한편 수익금 분배 시 불필요한 잡음을 막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순환·황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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