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빌려준 돈, 탱크로 대신 받았다..'불곰 사업'이란

"러측 제안(2004년9월)에 따라 한·러 군사기술협력 사업(3차 불곰사업에 해당)을 추진하였으나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및 국제사회의 대 러 제재로 인해 양국 간 논의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이와 별개로 러측의 차관 상환은 정상적으로 이행되고 있습니다."
16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의 불곰사업 추가 현황 관련 질의에 방위사업청은 이렇게 답변했다. '단군 이래 최대 무기 개발사업'이라 불리는 8조원대 한국형 전투기 KF-21 사업 공동 개발국인 인도네시아의 '현물 대납'(분담금의 30%) 추진으로 군사외교에 있어 '현물대납 선배'격인 불곰사업에 새삼 눈길이 간다.
한국은 노태우 정부 때인 1991년 구소련에 내줬던 14억7000만달러 규모 경협차관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돈 대신 군사장비를 받은 전례가 있다. 비록 상대국 입장에서 '빌린 돈'이냐 '분담금'이냐는 차이는 있지만 한국 입장에선 받아야할 돈 일부를 물건으로 받았다는 점은 동일하다.
김영삼 정부때인 1995년 시작된 불곰 1차 사업은 해당 차관을 군사장비로 되돌려 받는 사업이었다. 그 결과 러시아로부터 T-80U 전차, BMP-3 장갑차, METIS-M 대전차 유도탄, IGLA 대공유도탄 등 4종을 도입해 우선 러시아측의 2억1400만달러 어치 채무는 소멸(차관 상계)됐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진행된 불곰 2차사업을 통해서는 T-80U 전차, BMP-3 장갑차, METIS-M 대전차 유도탄, MURENA 공기부양정, Ka-32A 헬기, IL-103 생도실습용 항공기 등 6종을 도입해 2억5200만달러 어치 러시아 채무가 추가로 해결됐다.
T-80U 전차는 냉전 시기인 1985년 제작됐으니 우리 나라는 난데 없이 '최신예 소련 탱크'를 들이게 됐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우리 군 당국은 초기에 T-80U 도입에 대해 거부감을 지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북한과 친한데다 한국의 동맹인 미국과 한때 냉전 구도를 세웠기 때문이다. 이념적 측면에서 거부감이 든 셈이다. 그러다 뛰어난 성능을 군 관계자들이 목격하면서 높은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육군 주력인 K-1 전차는 105㎜ 주포를 썼는데 T-80U 전차는 이보다 화력이 강한 125㎜ 활강포를 사용했다. 원래는 '적성화장비 연구용'으로 쓰였던 T-80U는 우리 기갑부대에 채택되면서 오늘날에도 육군 일부 부대가 계속 쓰고 있다.
BMP-3 장갑차의 경우 우리 군의 'K-21' 장갑차 개발에 도움이 됐던 장비다. 이 역시 불곰사업에 따라 국내에 들어온 '러시아제 특이 무기'였던 셈이다.
방사청측은 본지의 2014년 대 러 제재에 따른 추가적 차관 상환 절차에 대한 질의에 "대러 제재 내용은 러시아 방산기업과 금융거래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차관 상환의 세부 내용은 국가간 진행 중인 사항으로 답변이 제한된다"고 했다.

한국형 전투기 KF-21 사업에 낼 인도네시아측의 분담금 규모는 약 1조7000억원에서 1조6000억원으로 감소했다. 방사청이 KF-21을 방산물자로 지정하면서 총사업비가 8조6000억원에서 8조1000억원으로 감소한 영향을 받았다. 방산물자 공급에 대해선 영세율(zero tax rate)이 적용돼 전체 사업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KF-21사업은 2028년까지 공군의 장기운영 전투기(F-4, F-5)를 대체하고 기반 전력으로 활용할 4.5세대급 전투기를 한-인니 국제 공동으로 연구·개발하는 프로젝트다. 2017년 인도네시아는 경제사정이 어렵다는 등 이유로 납부를 중단하면서 지금까지 8000억원에 달하는 분담금을 미납한 상태이며 분담금 가운데 30%는 현물로 납부한다는 구상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천연자원도 하나의 그것(현물 납부 수단)이 될 것이고 인도네시아 측면에서는 군수품부터 일반 물자까지 상품도 다 생각하고 있는데 그것이 지금은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다. 방사청은 질의 응답 과정에서 '팜유'를 거론했지만 대납 품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우리 정부가 인니와 KF-21 사업을 함께 하는 것은 향후 동남아를 거점으로한 KF-21 수출과 같은 판로 확대를 염두에 둔 포석이란 관측이 나온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이정재, 좌 ♥임세령-우 이미경…두 여성 재벌 사이서 '활짝' - 머니투데이
- 美 여성 보컬, 공연 중 남성 관객 얼굴에 소변…"역겹다" 질타 - 머니투데이
- "아이 둘 아빠가 무슨 아이돌"…엑소 첸 둘째 소식에 탈퇴 요구 - 머니투데이
- "가슴골·속옷 드러내"…노출 심한 여친 고민인 남친, 수위에 '경악' - 머니투데이
- 디카프리오, 이정재와 투샷 비하인드..."'배우들 어딨냐'며 흥분" - 머니투데이
- '유부남 입맞춤 CCTV' 숙행 "나도 피해자" 주장...위약금 때문? - 머니투데이
- "쿠팡 5만원 보상 쿠폰, 쓰지 마세요" 경고한 변호사...왜? - 머니투데이
- 최고 시청률 8.3%...서강준, 첫 MBC 연기대상 "당황스럽다" - 머니투데이
- "속눈썹에 검은점 바글바글"...50대 남성, 성관계 후 '이것' 전염 - 머니투데이
- 美 12월 금리 동결됐을 수도…생각보다 이견 더 컸다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