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한테 맞고 떨어져도 홈런일까

가을은 야구의 계절. 소파에 누워서 스트라이크존을 훤~히 들여다보는 것도 좋지만, 직관은 직관만의 매력이 또 있다. 함께 즐기는 응원, 치맥, 그리고 쭉 뻗어 날아가는 홈런볼! 그런데... 이렇게 쭈우우욱 날아가다가! 날아가던 새에 맞으면 어떡하지? 유튜브 댓글로 “홈런볼에 새가 맞으면 어떻게 되는지 취재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하면서, 홈런볼이 애드벌룬에 맞는 경우, 투수가 던진 공에 새가 맞는 경우 같은 돌발 상황에선 어떻게 되는지도 함께 취재해 봤다.

야구에서의 버드 스트라이크

야구를 몇 년째 봤지만 홈런이 될 수 있었던 볼이 새에 맞아 무효가 됐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홈런볼이 새에 맞은 사례가 있기는 했을까.

KBO 이경호 홍보팀장
“현재 저희가 갖고 있는 기록상으로는 그런 사례는 없었습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홈런볼에 새가 맞았다고 기록된 사례는 없지만, 만~~에 하나 그런 일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서 규칙은 정해져 있다.

2021 공식 야구 규칙 5.06 [주루]에 따르면, ‘페어의 타구가 공중에 뜬 상태로 확실히 펜스를 넘어갔을 것으로 심판원이 판단하였을 때는 관중이나 새 등에게 닿았을 때도 본루가 주어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심판이 보기에 이 타구가 확실히 홈런이었을 것이라고 판단하면, 그 공이 새에 맞아 그라운드로 떨어져도 홈런이라는 거다. 실제로 한국 야구에서 새는 아니지만 애드벌룬에 맞고 떨어진 홈런볼이 홈런으로 인정된 사례는 있다.

KBO 이경호 홍보팀장
“94년에 해태 이병훈 선수가 좌익수 쪽 펜스로 날아가다가 애드벌룬에 달려있던 휘장에 맞고 떨어진 사례가 있었어요. 펜스 바로 앞에서 휘장에 맞고 떨어진 타구에 대해서 심판의 판단에 따라서 홈런으로 인정이 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안타깝게(?) 홈런이 되지 못한 외야 뜬공이 새에 맞고 떨어졌을 때는 어떻게 될까? 사실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한다는 명확한 규정은 없다. 대신 심판이 공의 궤적, 수비수의 동작 등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추측하건대 홈런과 달리 단순한 뜬공은 야수가 잡을 수도 있고, 못 잡을 수도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KBO 이경호 홍보팀장
“95년 4월에 OB 김형석 선수의 타구가 애드벌룬에 맞고 그라운드로 떨어진 적이 있는데 이 경우에는 당시 심판의 판단에 따라서 아웃으로 선언이 됐죠. (또 하나의 사례는) 2010년인데 롯데 전준우 선수가 좌익수 방향으로 타구를 날렸고, 애드벌룬을 맞고 좌익수 김현수 앞에 떨어진 사례였죠.”

당시 김형석 선수와 전준우 선수의 타구는 모두 아웃으로 판정됐다. 애드벌룬에 닿아 굴절되지만 않았다면 야수가 쉽게 공을 잡았을 거라고 심판은 판단한 거다.

그럼 투수가 던진 공에 새가 맞으면 어떻게 될까?

KBO 이경호 홍보팀장
이 때는 볼 데드가 돼서 노카운트로 처리가 되죠.

투구에 새가 맞으면 그냥 무효 처리 된다는 말씀. 이것도 역시 한국에서는 찾을 수 없었지만 대신 MLB에 사례가 있었다. 2001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경기에서, 다이아몬드백스의 랜디 존슨이 던진 154km/h 강속구에 근처를 지나던 비둘기가 정통으로 맞은 것. 불쌍한 비둘기는 깃털을 휘날리며 현장에서 즉사했고, 이 투구는 무효 처리됐다. 랜디 존슨도 꽤나 충격을 받았다고 하는데, 야구에서 은퇴하고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지금도 자신의 홈페이지 로고를 당시에 죽은 비둘기로 하고 있을 정도다. 콜로라도 대학의 마이클 분더 교수는 이런 사고가 벌어질 확률이 ‘5000만분의 1’이라고 했다는데, 혹시 우리 왱구님들이 야구장에 갔다가 새가 야구공에 맞는 장면을 보게 되면 로또를 사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