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가을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힐링스팟' 전북 완주

입력 2021. 11. 3. 17:22 수정 2021. 11. 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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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KBS 1TV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가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힐링된다는 전북 완주를 찾는다.

청명한 하늘에 황금빛 들녘, 마음까지 깊어지는 가을이다. 계절 따라 풍성하게 익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등 가을의 진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 전북 완주다.

이런 완주의 찬란한 가을 풍경이 11월 6일 저녁 7시 10분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제143화. 깊어진다 이 계절 -전라북도 완주] 편에서 공개된다.

완주는 전라북도의 한가운데 자리해 경각산과 모악산, 대둔산 등의 맑고 깊은 산줄기를 병풍처럼 두르고 호남평야의 젖줄인 만경강을 품은 동네다. 가을빛으로 물든 땅 위로 풍요로운 이 계절만큼이나 넉넉한 이웃들이 살아가고 있어 더 빛나는 곳이다. 가을 풍경을 누리기에 더할 나위 없는 전라북도 완주로 구수한 김영철 아저씨가 여정에 나섰다.

▶ 토종 생강 시배지, 봉동 사람들의 생강 이야기

가을 제철을 맞은 완주의 들녘. 우리나라 생강 시배지로 알려진 봉동면의 밭에는 대나무를 닮은 토종 생강 수확이 한창이다. 봉동 일대는 배수가 잘 되는 사질양토로 이루어져 생강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다.

뿐만 아니라 한겨울에도 생강이 얼지 않는 토굴을 만든 선조들의 지혜를 더해 우리나라의 생강 재배를 책임져 왔다고. 이제는 개량종의 수입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었지만, 온 동네가 생강농사를 짓고 집집마다 생강굴을 만들어 살던 시절을 기억하는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남아있다는데. 생강 서리로 엿을 바꿔 먹던 어린아이에서 어느새 생강 밭을 책임질 나이가 된 이들을 만나 봉동 생강마을 이야기를 들어본다.

▶ 봉동 시장 터줏대감, 68년 전통의 물국수

예부터 지역 특산물인 생강 거래가 활발했던 봉동에 자리 잡은 봉동생강골시장. 한국전쟁이 끝날 무렵 시어머니의 손에서 시작돼 지금까지 3대 째 역사를 이어온 국숫집이 있다. 이곳은 양에 따라 대•중•소 선택지만 있을 뿐 메뉴는 멸치육수가 기본인 물국수 단 하나다 2대 정현자 사장님이 갓 시집온 새색시에서 일흔 셋 할머니가 되는 동안 국수 한 그릇을 인생 밑천 삼아 변함없이 지켜오고 있는 작은 가게. 세월의 흔적이 녹아든 양철 냄비 그릇에 오랜 추억까지 넉넉하게 담아낸 물국수를 맛본다.

▶ 오래된 문방구의 변신! 나만의 색을 찾아가는 그림방

봉동 초등학교 앞 40년 역사의 문구점이 특별한 미술공간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졸업생들의 추억이 담긴 문구점을 최대한 보존하며 가게를 직접 리모델링한 김시오•소현 사장님의 그림방이 탄생한 것. 만경강의 아름다운 풍광에 반해 완주에 자리 잡게 된 사장님들은 시간에 따라 계절에 따라 또 기분에 따라 색이 바뀌는 풍경을 보며 얻은 마음의 평안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그래서 이곳은 강사의 클래스 없이 준비된 다양한 재료들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장소만 제공한다는데. 시간이 멈춘 듯 조용한 공간에서 마주하는 한 장의 종이. 완주의 풍경을 나만의 색으로 칠할 수 있는 그림방을 찾아간다.

▶ 수탈의 아픔을 간직한 만경강, 가을 풍경을 만나다

완주에서 시작해 드넓은 곡창지대를 적시며 서해로 흘러드는 호남의 젖줄, 만경강. 이맘때면 은빛 물결이 장관을 이루는 억새 명소로 꼽히지만 한때 이곳은 수탈의 통로가 되기도 했다. 완주와 익산(구 이리) 옥구(군산)의 철길이 일찍 조성된 것도 이 때문이다.

만경강의 지류인 고산천과 전주천이 만나는 삼례천 위에 남은 만경강 철교와 4량 열차가 그 증거다. 일제강점기, 호남평야의 쌀을 일본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 만들어진 만경강 철교는 2011년 열차 운행을 마치고 멈춰서있다.

만경강은 전라도의 곡창지대를 유유히 흐른다. 일제가 경작지를 더 넓히기 위해 곡강을 직강화하는데도 우리 조상님이 동원됐다. 수탈의 아픔이 서린 철교를 걸으며 기억해야 할 역사를 되새기고 평화를 되찾은 만경강의 가을을 누려본다. 낙조 무렵 이 곳을 찾으면 자연의 장엄함과 시대의 아픔, 그속에서 밀려오는 차분한 생각들이 섞여 상념을 자아낸다.

▶ 양곡창고에서 꽃피우는 동네 문화, 삼례문화예술촌

일제강점기, 시대의 아픔을 간직한 또 하나. 일본이 빼앗은 곡식을 저장하기 위해 지은 삼례읍의 양곡창고이다. 인근 익산(춘포)에는 일본 농장주(호소가와)가 조선인의 노동력으로 착취한 벼를 먹을 수 있게 만드는 대형 도정공장이 있고, 삼례에는 역사를 증명하듯 양곡창고가 100년 넘게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이제 쌀 대신 지역의 이야기와 작가들의 작품들로 채워지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2013년 6월, 지역 문화 공간으로 새롭게 문을 열고 ‘삼례문화예술촌’이라는 새 이름까지 생긴 것. 현재 코로나19로 일부 전시가 휴관 중이지만 공연장에서는 삼례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이 비대면 공연을 앞두고 있다. 완주 지역의 초등학교 아이들과 성인 배우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가족 뮤지컬 리허설 현장을 찾아간다.

▶ 52년 세월이 빚어낸 엄마의 손두부

만경강의 지류인 고산천이 흐르고, 노령산맥의 산줄기가 감싸는 화산면. 산 좋고 물 좋은 동네에서 직접 농사지은 콩으로 두부를 빚는 가족이 있다. 52년 전, 여덟 식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시작해 새벽부터 불을 때고 콩 삶는 일을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는 우계자 어머님. 이제는 여든이 넘은 어머니를 대신해 둘째 딸 경순씨네 부부가 그 일을 이어 받았다. 엄마의 인생이 고스란히 녹아든 두붓집을 지키고 싶었던 딸은 지금도 옛 전통 방식을 고집한다는데. 어릴 적 셋방살이하던 백년 집에 아궁이부터 가마솥, 나무로 만든 두부 틀까지 52년 시간이 그대로 멈춰진 모녀의 두부 인생을 엿본다.

▶ 느려도 괜찮아! 빵늘보 사장님의 무인 빵집

화산면 화평리의 한적한 시골길을 걷다 보면 눈에 띄는 빵집. 이곳은 특이하게도 커피를 만드는 것부터 고른 빵을 결제하는 것까지 전부 셀프로 운영되는 무인 빵집이다. 10년간 바쁘게만 살아온 도시 생활에 몸도 마음도 지쳐 시골로 내려온 최미경 사장님이 일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라는데. 처음엔 걱정이 많았지만 요즘은 비워진 빵 진열대를 보는 게 소소한 기쁨이 됐다. 완주에서 찾은 인생의 적정 속도에 맞춰 느리지만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사장님이 만드는 빵은 어떤 맛일까?

▶ 감 마을 101세 어머니와 환갑 막내아들의 산중일기

전국 8대 오지 마을로 불릴 정도로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완주의 동상면. 가을이 되면 산중에 노랗게 영근 감나무가 지천인 마을에서 101세를 맞은 백성례 할머니가 있다. 그리고 그 곁을 지키는 막내아들 유경태씨. 30년 전 어머니가 한 평생을 살아온 집으로 돌아와 함께 감 농사를 짓고 있다. 마을 최고령인 101세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 덕에 늙을 겨를이 없다는 63세 막둥이의 웃음꽃 피는 일상을 함께해본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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