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FW 메이크업 트렌드 리포트

팬데믹이 무색하게 쏟아진 다양한 메이크업 룩. 딱 10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1 나스 클라이맥스 아이섀도우 팔레트 #나이트 리듬 1.5g×9개 6만8000원. 2 돌체앤가바나 펠린아이즈 인텐스 아이섀도우 쿼드 1 볼케이노 스트롬볼리 4.8g 8만2000원.

1 SMOKEY UNDER EYELINE
눈 전체를 칠하는 스모키 메이크업과 다른 모습. 어퍼 아이라인보다 눈매를 한층 부드럽게 강조하는 방식. 클로이 오가 등장한 에트로 런웨이를 살펴보자. 메이크업 아티스트 페트로스 페트로힐로스는 그의 언더 아이라인 점막을 얇게 채운 뒤 그레이 컬러와 브라운 컬러로 스머징했다. 피터 필립스가 완성한 디올 오트 쿠튀르 쇼의 룰루 테니 모습도 인상적. 언더 아이라인을 세심하고 볼드하게 그렸는데, 리얼웨이에서는 보다 얇게 연출한다면 부담 없는 룩이다.   

필요한 아이템은 스머징하기 편한 아이섀도, 진한 색을 포함한 아이섀도 팔레트다. 그레이 계열이나 브라운 계열 모두 상관없다. 블랙 볼드 아이라인과 달리 펜슬 타입 아이라이너로 점막을 채운 뒤 아이섀도를 덧발라 지속력을 높이며 아이라인을 은은하게 스머징해 마무리한다. 올라간 눈매 또는 눈두덩이 도톰한 눈매라면 어퍼 아이라인은 자칫 답답해 보일 수 있는데, 이런 방법으로 언더 아이라인을 강조해 시선을 옮긴다면 눈매가 교정된 효과도 볼 수 있다. 더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다면 쿠레쥬 쇼의 메이크업 룩을 참고하자.

1 데코르테 펜슬 아이브로우 BR302 0.15g 4만2000원. 2 구찌 뷰티 크레이용 데피니씨옹 쑤르씰 파우더 아이브로우 펜슬 06 누아 1.19g 4만1000원. 3 에스쁘아 심플리 브로우 디자이닝 펜슬 다크브라운 0.18g 1만2000원.

2 BOLD ARCHED EYEBROWS
1990년대를 풍미하던 신디 크로퍼드. 30년이 흐른 지금, 여전히 그의 눈썹은 왠지 ‘쿨’하게 느껴져 따라 하고 싶다. 많은 메이크업 아티스트도 우리와 같은 생각일까? 이번 시즌의 아이브로 트렌드는 진한 아치형 눈썹이다. 펜디 오트 쿠튀르 쇼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피터 필립스는 비토리아 세레티의 눈썹을 좀 더 극적으로 표현했다. 각지고 진하고 길고, 할 수 있는 건 다 한 듯하다. 포츠 1961의 런웨이를 맡은 메이크업 아티스트 다이앤 켄달은 어떤가.   

그 역시도 롤리 바히아가 지닌 본래의 눈썹을 더욱 진하게 강조했다. 이처럼 자신의 눈썹과 똑같은 컬러로 빈 곳을 채워 볼드하게 연출하면 되는데, 혹시 자신의 눈썹산과 각이 또렷하지 않다면 위 아 메이드 인 이탈리아 런웨이 위의 모델을 따라 할 것. 숱을 다듬지 않아 다소 거친 듯한 눈썹결을 그대로 올리고 고정하면 완성되기 때문에 굳이 눈썹을 ‘칠하지’ 않아도 된다. ‘송충이 눈썹’이 될까 걱정인가. 눈썹 앞머리에 힘을 뺀다면 자연스럽지만 극적인 눈썹을 표현할 수 있다.

1 샬롯 틸버리 치크 투 시크 엑스터시 8g 5만2000원. 2 샤넬 레 베쥬 워터-프레시 블러셔 15ml 6만8000원. 3 지방시 프리즘 리브르 블러쉬 1.5×4개 6만5000원.

3 COUNTOURING WITH BLUSH
블러셔를 바른 걸까, 그림자인 걸까 아니면 본연의 혈색일까. 그 경계가 모호할수록 이번 시즌 페이스 메이크업 트렌드를 정확히 관통했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샤넬은 시시각각 빛에 따라 변하는 미묘한 색감이 특징인 인상파 화풍에서 영감 받은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공개했다. 두 뺨에 인위적인 ‘색감’이 아닌 ‘빛’을 오롯이 담은 것. 이런 페이스 메이크업 흐름을 인식한 걸까? 에르메스 뷰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롬 투롱도 최근 새로운 블러셔를 선보이며 “톤을 다운시킬 수도 연하게 칠할 수도 진하게 칠할 수도 있다. 삶 자체이며, 모든 감정을 표현한다”며 블러셔의 역할을 재정의했다.   

가장 실키하고 연하고 ‘내 피부’ 같은 블러셔를 꺼내 양 볼 바깥쪽과 광대뼈 아래 주변으로 최대한 손목에서 힘을 뺀 채 바른다. 진한 발색을 위해 덧바르지 않아도 된다. 보일 듯 안 보일 듯 두는 것이 이번 시즌의 핵심. 고개를 움직일 때마다 가장 예쁜 생기가 돋보이는 찰나가 있을 테고, 이를 포착한 누군가의 시선, 즉 애정 어린 시선이면 충분하다. 마치 인상파의 본질처럼.

맥 프로 롱웨어 페인트 팟 실버 스크린 5g 3만6000원.

4 TWINKLED EYES
패션 하우스는 올 초부터 홀리데이를 준비했던 것일까. 코페르니와 쿠레쥬, 수언더커버의 모델 모두 눈 밑에 반짝이는 스톤을 붙인 채 런웨이를 활보했다. 특히, 쿠레쥬의 차이 막시무스 언더 아이라인에서 빛나는 스톤 3개는 리얼웨이에서 시도할 법하다. 유분을 최대한 제거한 뒤 페이크 래시 글루로 고정하고, 작은 시퀸이라면 바셀린으로도 붙일 수 있다.

1 구찌 뷰티 플루이드 드보떼 피니 나뛰렐 내추럴 피니시 파운데이션 120N 30ml 8만9000원. 2 뽀아레 바즈 파흐 SFP40/PA+++ 30ml 13만원. 3 조르지오 아르마니 디자이너 리프트 파운데이션 #1 30ml 8만9000원.

5 LIGHT AND GLOW SKIN
“메이크업은 각자 투영하고 싶은 정체성을 형성하기 위해 사용되지만, 이미 존재하는 것을 바꿔야 한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말을 기억할 것. 이번 시즌 베이스 메이크업의 방향성을 짚어준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 윤기 어린 베이스 메이크업이 지속될 전망. 다만, 수분감을 좀 더 가볍게 표현하기 위해 베이스 레이어링을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커버력 역시 과하지 않다. 고르지 않은 피부 톤만 말끔하게 정돈한 정도.  

한마디로 피부 위 수분보다 피부 속광에 집중한 셈이다. 다른 쇼도 마찬가지. 패턴이 구조적인 레더 드레스와 낭만적인 시퀸드레스 그리고 보디라인을 타고 흐르는 니트 드레스까지 디자이너마다 선보이는 룩은 천양지차였지만, 베이스 메이크업은 모두 ‘꾸안꾸’였다. 이런 흐름에 맞게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내추럴’과 ‘모이스처’를 앞세우는 파운데이션 또는 메이크업 베이스다. 그저 손끝으로 얇게 톡톡 발라 자신이 지닌 고유의 빛을 찾아 최대한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이 관건이다.

1 샤넬 르 라이너 드 샤넬 512 느와르 프로퐁 2.5ml 4만7000원. 2 샹테카이 르 스틸로 울트라 슬림 블랙 1.6g 5만3000원. 3 나스 클라이맥스 리퀴드 아이라이너 0.4ml 4만원.

6 BLACK BOLD EYELINE
지난 몇 년간 많은 매체는 ‘점막을 자연스럽게 채울 것’을 강조했다. 이제 끝. 블랙 볼드 아이라인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샤넬 오트 쿠튀르를 중심으로 누메로벤투노, 지암바티스타 발리, 쿠레쥬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하우스 브랜드 모두가 한껏 치켜 올라간 블랙 볼드 아이라인을 선보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누메로벤투노 쇼를 담당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루시아노 치아렐로는 모델 발레리 셰르징거의 아이라인을 인도 전통 염료인 ‘카잘’로 만든 아이라이너와 잉크 아이라이너로 완성했을 정도. 얼마나 진한지 짐작이나 가는가.   

그럼 언더 아이라인도 동일할까? 그렇지 않다. 대부분 어퍼 아이라인을 강조했다면 언더 아이라인은 깨끗하게 남겨두거나 아이섀도로 약간의 음영만 표현하거나, 또는 가늘게 한 줄만 그은 채 마무리했다. 이는 분명 약 15년 전 스모키 메이크업과 확연히 다르다. 필요한 건 아이라인을 정교하게 그리기 좋은 리퀴드 타입 아이라이너 블랙 컬러. 여기에 지속력을 높일 블랙 컬러 아이섀도 하나면 충분하다.

1 시세이도 팝 파우더젤 아이 섀도우 13 스파클링 골드 2.2g 3만원. 2 바이레도 컬러 스틱 퍼플 스팅어 3.5g 4만9000원.

7 PAINTED EYES
유독 형형색색 아이섀도가 시선을 끄는 시즌. 코로나 블루가 무색할 정도다. 지암바티스타 발리는 에메랄드빛 섀도를 눈 전체에 가득 칠한 룩을 선보였고, 수언더커버는 옐로와 핑크, 막스마라는 올리브 컬러를 선택했다. 이걸 어떻게 따라 하나 싶지만, 가는 컬러 아이라인 또는 포인트 아이섀도로 대체한다면 리얼웨이에서 얼마든지 시도할 수 있을 거다.

1 에르메스 루즈 에르메스 매트 립스틱 루즈 아쉬 85 3.5g 9만원. 2 맥 러스터글래스 립스틱 스파이스 잇 업! 3g 3만1000원. 3 에스티 로더 퓨어 컬러 휩 매트 립 무스 930 바누아 9ml 4만1000원.

8 DEEP-COLORED LIPS
이번 시즌 아미는 깨끗한 피부 바탕과 미니멀한 아이 메이크업 그리고 투명도를 마치 ‘150%’까지 끌어올린 듯한 레드 립을 바르며 딥 컬러 립의 표준을 제시했다. 여기에 딥 컬러 립의 스펙트럼을 넓힌 브랜드는 위 아 메이드 인 이탈리아. 입체적인 그러데이션 립을 표현하기 위해 MLBB와 토마토 레드 컬러를 베이스로 바른 후 그 위에 크림슨 레드를 덧발랐는데, 무심한 듯 툭툭 거칠게 표현한다는 점이 특별했다.   

그렇다면 어두운 레드 립만 정답일까? 그럴 리가. 샌디 리앙 쇼에서는 입술에 와인이 물든 듯한 플럼 립이 눈에 띄었고, 비비안 후 쇼에서는 촉촉한 베리를 한 아름 베어 문 듯한 립 메이크업이 인상적이었다. 에르뎀도 비슷했다. 이렇듯 레드를 비롯한 체리, 플럼, 핑크 모두 진해졌다. 색조의 다양성은 유지하되 명도는 낮아지고 투명도는 높아진 셈이다. 그러니 이번 시즌에 ‘핏’한 립 메이크업을 하고 싶다면 화장대에서 가장 농밀한 컬러의 립 제품을 꺼낼 것. 컬러 콤플렉스를 잔뜩 함유하거나 밀도 높은 제형이어야 한다.

1 더샘 글로우 스테이 스틱 섀도우 서피 블루 1.1g 8000원. 2 샤넬 스틸로 이으 워터프루프 30 마린 0.3g 3만6000원. 3 구찌 뷰티 스틸로 꽁뚜르 데 이으 06 셀레스트 0.34g 4만1000원

9 SOFT BLUE EYELIDS
가을이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인 건 만국 공통인 건가. 맑은 가을 하늘을 그대로 담은 듯한 아이섀도 컬러가 유독 눈에 들어온다. 명색이 F/W 시즌인데 컬러만 본다면 마치 S/S 시즌 같다. 중심에는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아르마니 프리베 오트 쿠튀르 쇼가 있다. 모델 전원의 눈두덩이 부드러운 하늘빛으로 물든 것.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팬데믹 이후 런웨이를 통해 감정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싶었다.  

그동안 진심에 관한 감정과 강력하고 풍요롭고 활기 넘치는 감정 등을 겪었는데, 이 모든 걸 녹이고자 했다”며 하늘색을 아이 메이크업의 키 컬러로 잡은 이유를 설명했다. 라프 시몬스 런웨이에서도 하늘색 아이섀도를 찾을 수 있는데, 화이트 펄을 가미해 좀 더 구름 같은 아이 메이크업을 완성했다. 잘못하다가는 2000년대 ‘사이버 메이크업’이 될 수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에디터가 제안하는 방식은 어퍼 아이라인 위에 하늘색 스틱 아이섀도로 가늘게 한 줄을 그려 넣어 스머징해 최대한 부드럽게 연출하는 것.

1 베네피트 캘리포니아 키싱 컬러밤 520 핑크 쿼츠 3g 3만3000원. 2 클리오 멜팅 쉬어 글로우밤 01 핑크 2g 1만6000원. 3 어뮤즈 듀 틴트 05 힙지로 4g 2만원.

10 NATURAL GLOSSY LIPS
분명 맨 입술은 아니다. 그렇다고 제형도 도톰하게 올라간 거 같지 않다. 자신에게 딥 컬러 립이나 볼드 립이 어울리지 않는다면 이번 시즌 프라다와 에르메스 런웨이를 본보기로 삼을 것. 모델 할리 허머와 미리암 산체스의 글로시한 립 메이크업을 유심히 보자. 심지어 부다페스트 셀렉트 쇼에서는 입술 광택과 코 끝 광택을 정확히 일치시켜 얼굴 전체에 빛을 비추는 듯한 효과를 극대화했다. 모두 본래 입술을 최대한 강조하기 위해서 필요한 아이템은 틴티드 립밤과 투명 립글로스 또는 MLBB 립글로스.   

이마저 에르메스 쇼의 메이크업을 담당한 한나 머레이의 “두꺼운 레이어링은 내 방식이 아니다”라는 말처럼 최대한 얇게 바르는 게 중요한데, 번들거려 보이지 않기 위해 레드 립보다 섬세한 터치가 요구된다. 이렇게 한 듯 안 한 듯한 립 메이크업과 조화를 이루는 베이스, 아이 메이크업은 무엇일까? 입술처럼 은은한 광이 감도는 글로우 베이스, 그후 앞서 말한 대로 눈썹은 진한 아치형으로 아이라인은 선명하게 연출하자. 아직 헷갈린다면 앞장을 확인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