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시승]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2WD 그래비티


5세대로 거듭난 기아의 준중형 SUV, 스포티지를 만났다. 한 세대 전 중형 SUV 못지않은 당당한 체격, 연비 좋은 하이브리드 구동계, 12.3인치 모니터 두 개를 엮은 커브드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특기를 품었다. 그러나 이 차가 공략해야 할 ‘틈새’가 뚜렷이 떠오르지 않는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기아, 강준기

스포티지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SUV 중 하나다. 역사부터 재미있다. 1990년대 도심형 소형 SUV 시장을 개척한 주역이다. 1980년대 중반, 당시 기아는 미국 포드자동차와 합작 프로젝트를 통해 프라이드를 생산한 뒤, 두 번째 ‘콜라보’로 소형 SUV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포드의 무리한 요구로 인해 독자생산의 길을 모색했다. 그렇게 태어난 게 1993년 스포티지다.

작은 체구와 실용적인 공간으로 무장한 SUV의 등장에 소비자는 환호했고 업계는 긴장했다. 이를 눈여겨 본 토요타가 1994년 RAV4를 뉴욕에서 선보였다. 이 때부터 글로벌 소형 SUV 시장에 불이 제대로 붙었다. 1996년, 혼다가 CR-V를 출시했고 이듬해 랜드로버는 프리랜더를 내놨다. 포드는 2000년 이스케이프를 통해 미제 SUV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봤다.

이처럼 스포티지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선구자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어느덧 데뷔 30주년을 코앞에 둔 장수 모델이기도 하다. 올해 6월엔 글로벌 누적판매 614만 대를 돌파하며, 역대 기아차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차로 등극했다. 오늘의 주인공, 5세대 신형은 RAV4와 CR-V 등 글로벌 맞수를 위협할 다양한 신기술을 품고 야심차게 나왔다.

①익스테리어



우선 크다. 언뜻 보면 한 세대 전 싼타페(DM)과 비슷할 정도로 ‘벌크업’ 한 번 제대로 했다. 수치로 봐도 그렇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660×1,865×1,660㎜. 배다른 형제 신형 투싼과 비교해도 30㎜ 길고 5㎜ 높다. 게다가 휠베이스는 2,755㎜로 싼타페(DM)보다 55㎜ 넉넉하고 신형 싼타페보단 딱 10㎜ 짧다. 이제는 ‘준중형’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도 좋을 듯하다.

그러나 쏘렌토처럼 ‘훈남’은 아니다. 셀토스부터 시작한 기아 RV 라인업의 패밀리룩과는 결이 다르다. 독특한 그릴과 눈매가 하나씩 보면 예쁜데, 뭉치면 모르겠다. 특히 테일램프는 보는 각도에 따라 표정을 바꾼다. 그래도 6년 만에 나온 신차인데, 대놓고 못생겼다고 말하기 보단 “개성 있게 생겼다”라고 에둘러 말하고 싶다.

②인테리어

외모는 호불호가 확실한데, 실내는 진국이다. 보기에도 멋스럽고, 기능 배치도 탁월하다. 우선 모니터 위치가 마음에 든다. 크기는 K8과 똑같다. 더욱이 모니터 끝단을 구부린 커브드 디스플레이다. 운전자를 아늑하게 감싸는 느낌이 좋다. 컵홀더는 필요할 때만 버튼을 눌러 펼치고, 평상시엔 넓은 수납공간처럼 쓸 수 있다. USB 포트는 C타입까지 구색별로 갖췄다.



궁금한 뒷좌석 공간. 과거 싼타페(DM) 이상으로 넉넉하다. 시트도 포근하고 등받이도 꽤 많이 뒤로 눕는다. 커다란 파노라마 선루프 덕에 개방감도 좋다다. 심지어 2열 팔 받침대는 가장 아래 위치에서 ‘툭’ 하고 고정할 수 있다. 트렁크 기본 용량은 VDA 기준 637L로 신형 싼타페(TM)보다도 3L 더 넓다. 즉, 꽃미남은 아니어도 속은 진국인 스타일이다.

③파워트레인 및 섀시

신형 투싼과 마찬가지로 뼈대는 3세대 플랫폼을 깔았다. 무게중심은 낮추고 경량화도 실현했다. 오늘 시승한 하이브리드 모델은 직렬 4기통 1.6L 가솔린 터보 엔진과 전기 모터, 배터리를 조합해 시스템 최고출력 230마력, 최대토크 35.7㎏‧m를 뿜는다. 정부공인 복합연비는 16.7㎞/L(18인치 휠 기준)로, 투싼(16.2㎞/L, 18인치 휠)보다 0.5㎞/L 더 높다. 스포티지의 공차중량이 35㎏ 더 나가는데,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3g/㎞ 더 적다.

이외에 눈에 띄는 신기술이 두 가지 있다. ‘E-라이드’와 ‘E-핸들링’이다. 둘 다 국내 지형에 최적화한 기술인데, E-라이드는 내비게이션 데이터를 활용한다. 과속 방지턱 앞에서 차의 운동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관성력을 발생하도록 전기 모터를 제어해 ‘쏠림’을 줄인다. E-핸들링은 모터의 가감속을 통해 차의 앞뒤 하중을 조절한다. 그래서 코너 진입할 땐 민첩성을 높이고, 탈출할 땐 안정성을 키운다.

④주행성능

이전까지 스포티지의 주력 라인업은 디젤이었다. 반면 이번엔 가솔린과 하이브리드가 메인이다. 파워트레인별 사전계약 비중을 보면 가솔린이 53%, 하이브리드가 42%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가솔린 대신 하이브리드를 선택해야 할 이유는 무엇이 있을까?

단순히 연비 하나만 보고 살 이유는 없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가속이 시원스럽다. 회전수가 무르익을수록 출력을 뽑아내는 엔진과 달리, 전기 모터는 전원이 들어옴과 동시에 막강한 토크를 즉각 쏟아낸다.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에 들어간 모터는 최대토크 26.9㎏‧m를 낸다. 가속할 때 엔진을 ‘지원사격’ 하기 때문에 움직임이 한층 활기차다. 즉, 연비뿐 아니라 가속성능을 중시하는 소비자이겐 하이브리드가 나은 선택이다.

예상한대로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의 주행 느낌은 투싼과 거의 비슷하다. 잘 나간다. 연비 신경 써서 안 타도 알아서 살뜰한 효율을 뽑아낸다. 내가 현재 운행 중인 쏘나타 DN8 하이브리드보다 정체구간에서 연비는 오히려 스포티지가 더 높다. 이유는 전기 모터의 출력. 쏘나타는 38㎾, 스포티지는 44.2㎾다. 그래서 저속 구간에서 EV 모드로 끌고 가는 시간이 조금 더 길다. 오전 출근길 정체가 끝나지 않은 올림픽대로 구간에서 기록한 평균연비는 1L 당 21㎞.

또한, EV 모드와 엔진 주행을 넘나드는 과정도 한층 자연스럽다. 그러나 전체적인 주행품질은 ‘훌륭하다’고 평가하긴 힘들다. 크게 세 가지 이유를 추렸다. 우선 스티어링 느낌이 명료하지 않다. 소위 ‘손맛’이 좋지 않다. 과거 현대기아차가 전자식 파워스티어링을 처음 적용했을 때처럼 노면과 단절한 듯한 느낌을 전한다. 쏘렌토의 완성도 높은 조종성능과 비교하면 차이가 제법 크다.

두 번째는 뒷바퀴의 움직임. 저속에선 ‘부들부들’한 기분 좋은 승차감을 전하는데, 속도를 높일수록 뒷바퀴가 노면을 많이 탄다. 요철을 머금고 내뱉는 과정이 다소 터프하다. 운전대 잡은 손은 노면을 읽지 못 하는데, 내 엉덩이로는 작은 굴곡까지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이질적이다. 즉, ‘E-핸들링’과 같은 전자 조미료 첨가가 아닌, 쏘렌토처럼 기본 섀시 튜닝에 충실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세 번째는 방음 설계. 신형 스포티지가 한 세대 전 중형 SUV만큼 큰 체구로 거듭났지만, 그럼에도 차급의 구분은 냉정하게 나눴다. 시속 90㎞ 부근부터 타이어에서 발생한 노면 소음이 실내로 꽤 들이친다. 쏘렌토만큼 방음 소재를 두르지 못한 한계가 명백하다. 다만, 의외로 창문을 통한 바람소음은 크지 않았다.

⑤총평

5세대 신형 스포티지. 시승을 하며, 이상하게 ‘요즘 중형세단’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쏘나타를 예로 들면, 차체 길이가 4,900㎜까지 훌쩍 성장했다. 과거 준대형 세단 못지않은 넉넉한 체격을 갖췄다. 아반떼 – 쏘나타 - 그랜저 사이의 간격 한층 촘촘하다. 큰 차이 없는 차체 크기와 성격, 기능으로 인해 자가용 수요를 3,000만 원대 그랜저 2.5에 뺏겼다. “200만~300만 원 더 보태 그랜저 사지”란 말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스포티지가 속한 C-세그먼트 SUV가 비슷한 이유로 흥행하지 못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셀토스나 트레일블레이저처럼 B-세그먼트 한계 체중을 꽉 채우는 ‘동생’들이 있고, 옵션 욕심 부리면 ‘형님’ 쏘렌토가 아른거린다. 중간급인 쏘렌토 하이브리드 노블레스 트림이 3,938만 원이니까. 게다가 이 차엔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그래비티 트림(3,834만 원)에서도 선택사양으로 빠진 서라운드 뷰 모니터가 기본 장비로 들어갔다.

그래서 우린 이 트림을 권하고 싶다. 3,476만 원짜리 노블레스 트림. 친환경차 세제혜택을 더하면 3,269만 원에 구입할 수 있다. 여름철 요긴한 1열 통풍시트를 갖췄고, 2열에 탈 아이들을 위한 열선기능도 자리했다. 캠핑 갈 때 없으면 아쉬운 스마트 파워 테일게이트와 러기지 파워아웃렛도 노블레스부터 들어간다. 내가 산다면, 여기에 95만 원짜리 옵션인 12.3인치 내비게이션만 더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타고 싶다. 아니면 조금 더 보태 쏘렌토.

<제원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