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일부 수입차 제조사가 공들이기 시작한 부분이 있다. 바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그동안 주행 성능 등 기본기는 국산차보다 한 수 위였을지 몰라도, 한국인 입맛에 맞춘 편의장비 차이는 쉽게 따라잡지 못했다. 볼보자동차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힘썼고, 신형 XC60에 새로 개발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담았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글 서동현 기자
사진 볼보자동차, 서동현

XC60은 2008년 데뷔했다. 볼보의 안전 기술이 한창 무르익은 시기에 태어났다. 2000년, 볼보는 ‘볼보 세이프티 센터’를 지어 수많은 사고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또한, XC90을 만들며 무게중심 높은 SUV 특성을 고려한 안전장비도 개발했다. 그 결과 2012년, XC60은 IIHS(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가 기습 도입한 스몰 오버랩 테스트에서 별다른 보강 없이 통과했다.

2017년, XC60은 2세대로 거듭났다. 플랫폼, 구동계 등 모든 면에서 진화했다. 보닛과 램프, 앞뒤 범퍼 및 펜더 등 차체 모든 곳엔 이정현 디자이너의 손길이 스쳤다. 군더더기 없는 외모로 전 세계 소비자들의 호감을 샀다. 국내에서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볼보 SUV 라인업 판매량은 총 3,957대. 그 중 약 43%(1,697대)가 XC60 지분이다.
① 익스테리어




보면 볼수록 신기하다. 데뷔한 지 벌써 4년이 흘렀는데도, 디자인이 전혀 따분하거나 질리지 않는다. 앞트임 한 T자형 ‘토르의 망치’는 XC90보다 젊고, XC40보다 안정감 있는 첫인상을 만든다. 늘씬한 옆태는 긴장감과 속도감이 넘친다. 뒷문에서 리어램프까지 이르는 선명한 캐릭터라인은 뒤 펜더 볼륨감을 강조한다.
소소하게 바꾼 부분도 있다. 앞 범퍼 양쪽 공기흡입구 면적을 늘리고, 그 중심을 크롬 장식으로 채웠다. 범퍼 립 전체도 크롬으로 뒤덮었다. 아이언 마크 엠블럼은 3D로 볼록하게 빚었다. 전동화에 대한 의지를 담아 머플러는 범퍼 아래로 숨겼다. 시승차는 인스크립션 트림으로, 19인치 블랙 다이아몬드 커팅 휠을 끼웠다.
② 인테리어




실내는 가죽과 나무, 금속을 조화롭게 배치해 아늑한 분위기를 갖췄다. 모든 나무는 친환경 소재다. 시트 컬러에 따라 리니어 라임(Linear Lime) 또는 드리프트 우드(Drift Wood)가 들어간다. 스웨덴 크리스털 제조사 ‘오레포스(Orrefors)’가 만든 투명한 기어노브와 바워스 & 윌킨스(Bowers & Wilkins) 스피커도 인테리어 요소로 녹아들었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은 새로운 테마로 꾸몄다. 푸른색 반원 모양 속도계와 타코미터를 양 끝으로 밀어냈다. 가운데 공간은 현재 속도를 표시하고, 버튼을 눌러 내비게이션 화면으로 가득 채울 수 있다. 예상치 못한 단점도 있었다. 트립 연비 등 내비게이션을 뺀 다른 정보는 친절하게 띄우지 않는다. 면적 대비 활용성이 아쉬웠다.


운전석 시트는 내 몸에 맞게 다양한 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다. 쿠션 길이와 허리 받침, 사이드 볼스터까지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가죽의 촉감도 부드럽다. 특히 타공 없는 2열 시트는 상처가 나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정도다. B5 모멘텀을 뺀 모든 트림에는 1·2열 열선과 1열 통풍 시트가 들어간다.



기본 트렁크 공간은 483L.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1,410L로 늘어난다. 뒷바퀴가 내부 공간을 침범하지 않아 부피 큰 짐을 넣기 수월하다. 왼쪽에는 자잘한 물건을 담아둘 그물망과 12V 소켓을 마련했다. 장바구니를 걸 수 있는 고리는 양쪽에 달았고, 바닥 네 꼭짓점에도 금속 고리를 심었다. 트렁크에서 2열 시트를 바로 접을 수 없는 점은 옥에 티.
③ 파워트레인

심장은 B5와 B6, T8 등 3가지다. 알파벳 B는 볼보의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뜻한다. 이날 시승차는 모두 B5 모델.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터보 엔진과 전기 모터, 8단 자동변속기를 이었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각각 250마력, 35.7㎏·m. 여기에 전기 모터가 상황에 따라 10마력, 4.1㎏·m를 보탠다. 복합연비는 1L당 9.5㎞.

뼈대는 SPA(Scalable Product Architecture)를 쓴다. 2세대 XC90에 처음 들어간 모듈형 플랫폼이다. 가장 큰 무기는 안전성. 부위에 따라 강성이 서로 다른 6가지 금속 재료를 섞어 만들었다. ‘VOLVO’ 레터링이 붙은 트렁크 패널 중앙에도 후방 충격을 흡수할 빔을 넣었다. 2017년 유로 NCAP 테스트에서 별 5개를 받았으며, 올해는 IIHS가 선정한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 등급에 올랐다.
④ 주행성능

지난 3월, ‘B6’ 배지를 단 S90과 XC90을 시승했다. B5와 같은 파워트레인으로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42.8㎏·m를 뿜어 시원스러운 가속 성능을 자랑했다. 고회전으로 올라갈수록 엔진 음색도 날카롭게 변했다. 그러나 때론 힘이 과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풍성한 토크를 단박에 쏟아내기보다, 힘을 필요한 만큼만 슬쩍 꺼내 달리는 방법이 가장 어울렸다.
그보다 50마력 덜어낸 B5 엔진은 가속 페달 밟는 부담이 훨씬 적었다. 머릿속으로 떠올린 속도와 실제 속도가 거의 일치했다. 1,800rpm부터 최대토크를 토해내 시내 운전 스트레스도 없다. 0→시속 100㎞ 가속 시간은 XC60 B6보다 0.8초 느린 7초. 대신 복합연비는 1L당 0.4㎞ 높다. 다만, 주행 모드 셀렉터와 함께 스포츠 및 에코 모드를 뺀 점은 다소 아쉽다.
승차감도 인상적이었다. XC60은 앞 더블위시본, 뒤 인테그랄 링크 리프 스프링 서스펜션을 쓴다. 앞서 S90과 XC90을 통해 접해본 하체다. 그런데 두 차는 의외로 승차감이 투박했다. 플래그십 모델 특유의 풍요로움과는 거리가 있었다. 반면 XC60과의 궁합은 찰떡이다. 불규칙한 요철을 지나도 충격을 솔직하게 전하지 않는다. 과속방지턱 넘는 느낌 역시 깔끔하다.

이번 부분변경의 핵심은 9인치 모니터 속에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싹 갈아엎기 위해 티맵모빌리티와 손잡았다. 투자 규모만 300억 원. T맵이 순정 내비게이션으로 들어가며, 음악 플랫폼 플로(FLO)와 음성인식 시스템 누구(NUGU)도 챙겼다. 볼보의 기존 내비게이션이 얼마나 불편한지 경험해 봤기에 업데이트 효과가 더 궁금했다.




출발지인 DDP 주차장을 빠져나오자마자 놀랐다. 중앙 모니터 내비게이션과 똑같은 그래픽이 클러스터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구형 계기판이 원형 다이얼 사이 빈 공간에 지도를 띄웠다면, 새 계기판은 지도를 위해 본격적으로 자리를 내줬다. 팝업 화면으로 진입해야 할 차선을 미리 알려주는 기능도 그대로 가져왔다. T맵을 즐겨 쓰던 운전자라면 더욱 반가워할 만하다.
또한, 조작감도 크게 개선했다. 버벅거리는 화면 전환은 이제 없다. 내비게이션을 확대 또는 축소할 때 움직임이 스마트폰 수준으로 매끈하다. 터치 반응속도는 여전히 빠르다. 여러모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딱 한 가지만 더 바라보면, 내비게이션 화면을 한 번에 켤 ‘바로가기’ 개념의 버튼이 있으면 좋겠다.

음성인식 기능도 더했다. ‘아리아’를 부르고 “무료 도로로 안내해 줘”라고 말하니, 순식간에 조건에 맞는 경로를 찾아냈다. 플로를 통한 음악 재생도 마음에 쏙 들었다. 특정 가수 곡 검색이나 반복 재생 설정도 수월했다. 종합하면, 길 안내와 음악, 뉴스 등 운전 중 손쓰지 않고 제어할 수 있는 영역이 넓다. 평소 음성인식 기능은 굳이 필요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 수준이라면 즐겨 쓸 듯하다.
⑤ 총평

외모 가꾸기보다 단점 지우기에 집중한 신형 XC60. 주행 질감과 실용성, 안전 장비는 부분 변경 전부터 지닌 장점이었다. 이제는 다루기 쉬운 소프트웨어도 갖췄다. 수입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대한 편견을 깨기 충분할 정도. 전략이 통했는지, XC60은 2주 만에 사전계약 2,000건을 넘어섰다. 모난 구석 없는 담백한 SUV를 원한다면, XC60은 꽤 괜찮은 선택지다.
장점
① 남부럽지 않은 순정 내비게이션
② 승차감과 운동 성능을 모두 잡은 하체
단점
① 오른쪽으로 살짝 쏠리는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② 단 하나뿐인 주행 모드
<제원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