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산업 성공 위해선 '이것' 필요하다"

우리나라 캐릭터 산업은 지난 15년 동안 여섯 배 가까이 성장했다고 하는데요. 탄탄한 문화 기반을 필요로하는 캐릭터 산업이 이렇게 빠르게 성장한 것은 콘텐츠 산업 측면에서 고무적인 일이라고 합니다. 문동열 콘텐츠산업 칼럼니스트의 글을 통해 한류와 동반 성장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국내 캐릭터 산업에 대해 살펴볼까요?


한류와 함께 커가는 캐릭터 산업

콘텐츠 산업 내에서도 캐릭터 산업은 매우 특이한 분야입니다. 제작자 입장에서 보면 콘텐츠 장르 중에서 투자 대비 수익률이 가장 좋은 분야이기도 한데요.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는 그림 한 장이 사람들의 인기를 얻고 생명력을 가지며 엄청난 이득을 가져다주는 콘텐츠의 원형이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대박을 꿈꾸며 한 해 수천 개 이상의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고 사라지지만 이 중 성공하는 캐릭터 수는 그렇게 많지 않아요. 가장 진입 장벽이 낮은 콘텐츠 분야이기도 하면서 가장 성공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받죠. 그래서 캐릭터 산업 자체를 가장 고도화된 산업 형태로 보는 견해도 많습니다. 캐릭터 산업 자체가 잘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문화 산업을 포함한 전반적인 사회 기반이 탄탄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문화콘텐츠의 반도체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핑크퐁 아기상어 캐릭터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 중소벤처기업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2005년에 2조 700억 원대의 시장 규모였던 우리나라 캐릭터 산업은 15년 동안 여섯 배 가까이 성장했습니다. 2020년 통계에 따르면 12조 원 규모인데요. 콘텐츠 산업 측면에서 캐릭터 산업이 이렇게 빠르게 성장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에요. 앞서 말했듯이 캐릭터 산업이 탄탄한 문화 기반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캐릭터 산업이 높은 수준의 저작권 보호 환경을 요구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캐릭터는 구현이 손쉬운 만큼 금방 도용당하죠. 저작권이 제대로 보호되지 않는 환경에서 캐릭터 산업 자체가 성립하지 않거나 약해집니다. 그만큼 까다로운 산업인데요. 거기에 더해 캐릭터가 가지는 부가가치를 충분히 소화해낼 문화 수준이나 어느 정도 이상의 생활수준도 필요해요. 그래서 문화 수준이 낮은 나라로 갈수록 캐릭터 산업은 발전하지 못합니다. 우리나라가 그랬죠.

한때 우리 캐릭터 산업은 미국 디즈니사가 지배하거나 일본산 캐릭터들이 득세했던 ‘일제 강점기’로 불리던 시기가 있었는데요. 199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 캐릭터 산업은 대표할 만한 캐릭터 하나 없는 캐릭터 불모지였습니다. 캐릭터 저작권에 대한 이해도 부족해 불법 해적판이 난무하거나 사용료(로열티)를 물어가며 해외 캐릭터를 가져다 썼던 것을 생각하면 캐릭터 산업 자체의 난도를 짐작할 수 있어요.

캐릭터 산업은 한 나라의 문화콘텐츠 산업이 어느 수준까지 올라왔는지 보는 일종의 지표 산업으로도 불립니다. 캐릭터 산업이 발달하기 위해서는 게임, 애니메이션, 출판 등의 1차 콘텐츠도 성장해야 하는데요. 기반이 부실하다면 더 완성도 높은 해외 콘텐츠와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어요. 거기에 일명 캐릭터 산업의 꽃이라 불리는 ‘굿즈 비즈니스’ 같은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했던 사회 인식과 문화, 생활수준까지 다양한 조건이 충족돼야 하죠. 이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져 선순환을 일으킬 때 비로소 캐릭터 산업은 성장합니다. 그래서 캐릭터 산업을 문화콘텐츠의 반도체라 부르기도 해요.


한류 동반 성장의 시너지 효과

10조 원 이상의 시장으로 성장한 우리 캐릭터 산업은 이제 내수 시장을 벗어나 든든한 수출 밑거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여기에는 또 하나의 든든한 지원군이 등장하는데요. 바로 한류입니다. 한때 ‘뽀통령’이라 불리며 어린이들의 최고 인기 캐릭터로 군림한 ‘뽀로로’를 비롯해 최근 유튜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아기상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키즈 캐릭터의 선전은 캐릭터 한류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라인 프렌즈의 브라운 캐릭터


거기에 더해 ‘카카오 프렌즈’나 ‘라인 프렌즈’ 같은 각 메신저 서비스의 대표 이모티콘에서 시작된 캐릭터의 활약도 눈부신데요. 이들 캐릭터는 이모티콘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 장르의 원천 IP(지적재산권)로 게임, 애니메이션, 출판 등 다양한 장르로 무대를 옮기며 세계 각국에 우리 캐릭터의 입지를 넓히고 있어요.

특히 K-팝이나 K-드라마와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폭넓게 보면 K-팝의 아이돌이나 K-드라마의 배우들도 캐릭터로 볼 수 있어요. 실제로 많은 K-팝 스타와 한류 배우도 캐릭터화해 ‘굿즈’라 불리는 다양한 판촉 상품으로 팬들의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1인 커머스 플랫폼인 ‘마플샵’에서 해외 구매 비중이 큰 상품군 중 하나가 바로 ‘K-팝 굿즈’입니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도 마플샵의 글로벌 매출은 무려 2,800% 상승했는데요. 미래 우리 캐릭터 산업을 끌어갈 젊은 창작자나 디자이너들의 작품이 상대적으로 많이 팔린 점도 고무적입니다.

캐릭터 산업은 이제 한류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어요. 지금 같은 확산세가 지속된다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있어 독자적인 캐릭터는 강력한 콘텐츠 파워의 원천이에요. 굳이 미키 마우스나 헬로키티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캐릭터가 지닌 엄청난 고부가가치성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죠. 잘 키운 캐릭터 하나 열 공장 부럽지 않은 시대가 우리 곁에 다가와 있기 때문입니다.

ⓒ문동열 콘텐츠산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