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자녀 교육법
투자의 귀재는 아이도 잘 키울까. 보유 자산 가치가 1000억 달러(약 115조원)에 달하는 세계 6위 갑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자녀들에게 독립심을 심어준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지난 6월 23일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41억 달러를 기부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2006년 그는 재산의 85%를 기부하겠다고 했고, 2010년 빌 게이츠와 함께 기부단체인 기빙프레지를 설립하면서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는데, 이를 지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버핏은 성명에서 “2006년 내가 보유한 버크셔해서웨이 주식을 전부 기부하겠다고 했는데, 이제 절반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버핏이 처음 기부 선언을 했던 2006년, 매스컴의 관심은 그의 세 자녀에게 쏠렸다. 세계적인 거부인 아버지가 전 재산을 기부하면 속이 쓰릴 것 같다는 여론도 일었다. 하지만 하워드, 피터, 수잔 세 남매는 의외로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당시 세 남매는 ABC방송의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했다. 진행자가 “내 돈이 어디 있냐고 아버지에게 묻지 않았냐”고 하자, 수잔은 “아버지가 그렇게 많은 재산을 우리에게 남겨 준다면 그야말로 정신 나간 짓일 것”이라고 답했다. 피터는 “아버지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고 말했다”며 “우리에게 돈을 좇기 보다 좋아할 수 있는 일을 찾으라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버핏은 자녀들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너희들에게 재산을 남기지 않겠다”고 말해 왔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계획을 끊임없이 인지시켰다. 그래서 자녀들은 일찍부터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하려고 노력했다.
실제로 그의 자녀들은 저마다의 길을 걷고 있다. 큰 아들 하워드는 농장을 운영하고 있고, 큰 손자 하워드 워런 버핏은 컬럼비아대 교수다. 막내 아들은 영화 ‘늑대와의 춤을’ 삽입곡을 만들어 이름을 날린 작곡가고 딸은 자선재단에서 일하고 있다.

버핏은 자녀들을 감싸지 않고 책임을 부여하며 자녀들의 독립심을 키웠다. 관련 일화도 많다. 큰 딸 수잔이 워싱턴 DC의 한 공항 주차장에서 주차비로 현금 20달러를 내야 하는 일이 생긴 적이 있다. 주머니에 돈이 없었던 수잔은 옆자리에 앉은 아버지에게 ‘20달러만 달라”고 요청했다. 이때 버핏의 대답은 “체크(수표)를 써 주렴”이었다. 얼마 안 되는 돈조차 그냥 주지 않았던 것이다.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갑부의 딸 역시 ‘세상에 공짜 점심(노력이 따르지 않는 대가)은 없다’는 현실을 매일 마주하며 살아온 것이다. 자선재단을 운영하는 수잔은 ‘돈 많은 아빠에게 기부금을 받으라’는 주변의 말에도 휩쓸리지 않고 직접 발로 뛰며 기부를 받고 다닌다고 한다.

버핏 역시 돈에 있어서 독립심 강하게 자랐다. 1964년 버핏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날 때 아들인 버핏에게 유산을 한 푼도 남기지 않았다. 버핏이 원했기 때문이다. 버핏은 이미 31살이던 1961년에 백만장자가 됐을 정도로 충분한 재산을 갖고 있었다.
버핏의 남다른 독립심은 어릴 적부터 스스로 돈을 벌어온 교육의 결과다.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중심가에서 차로 10여분 정도 떨어진 던디(Dundee)란 동네에 버핏의 할아버지가 경영하던 식료품점 자리가 있다. 지금은 은행이지만 로비에 버핏의 할아버지가 쓰던 금고가 그대로 놓여 있다.
금고의 설명서에는 ‘여섯 살 짜리 워런 버핏은 이곳에서 6병 들이 콜라 한 상자를 25센트에 사다가 한 병에 5센트에 팔았다. 그리고는 상자 당 5센트의 이윤을 남겼다’고 적혀 있다. 이는 버핏의 성장기를 압축한 말로, 버핏은 어릴 적부터 용돈벌이를 해왔다. 워낙 수완이 좋아 음료수 장사로 시작한 사업이 중고 골프공 판매, 신문배달 사업까지 확장됐다고 한다. 고등학생 때는 인근 농장을 사서 부동산 임대업도 했다. 버핏 본인 역시 ‘공짜 점심은 없다’는 산교육을 받고 실천해 온 것이다.
이처럼 스스로 삶을 일궈온 경험이 그의 자녀들에게 ‘어울리는 인생을 스스로 구상하고 개척하라’ 가르친 동력이 됐다. 그리고 자녀들이 아버지에게 기대지 않고 장성한 덕에, 엄청난 재산을 모두 기부하는 결단을 내릴 수 있게 됐다.

자녀가 자기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떤 교육을 실행해야 할까. 가장 간단히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가족 행사 계획 짜기’다. 예산과 일정을 준 뒤 집안 어르신의 생일 파티 준비나 가족여행 계획을 세우도록 하는 것이다. 자녀들은 이 과정에서 모은 정보를 기반으로 스스로 결정하는 능력을 함양할 수 있다.
기부 역시 문제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기부만큼 돈이 가진 위력을 일깨워줄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나라에서는 큰 돈이 아닌 5000원이 빈곤 국가에서는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돈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어디에 기부할 것인가 고민하는 과정에서 판단력도 길러진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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