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석 기자의 북레터>이야기를 만든다는 건 '삶의 의미'를 찾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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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퇴근 후 밤마다 딸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아직 두 돌이 안 된 아이는 '엄마''아빠' 외엔 할 줄 아는 말이 거의 없지만, 신기하게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옆에 꼭 붙어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어주는 건 단순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깊은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함"이라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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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퇴근 후 밤마다 딸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아직 두 돌이 안 된 아이는 ‘엄마’‘아빠’ 외엔 할 줄 아는 말이 거의 없지만, 신기하게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옆에 꼭 붙어 있습니다. 얼마 전 악어로부터 새끼를 구하려다 먼저 세상을 떠난 엄마 사슴의 이야기를 들려줬을 땐 아이는 별 반응이 없는데 저 혼자 코끝이 시큰해져 괜히 머쓱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딸과 시간을 보낼 때마다 종종 생각하곤 했습니다. 도대체 ‘이야기를 만들고, 읽고, 듣는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하고요.
이번 주 나온 ‘생각을 바꾸는 생각들’(인플루엔셜)을 펼쳤다가 이런 스토리텔링의 본질을 사유한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이 책은 영국 기업가 비카스 샤가 유발 하라리, 제인 구달 등 시대를 대표하는 지식인 134인과 나눈 대화를 기록한 것인데요. ‘우리는 왜 이야기를 만들고 전하는가’라는 장(章)엔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 ‘파이 이야기’의 작가 얀 마텔이 등장합니다. 마텔은 여기서 “스토리텔링은 우리를 하나로 묶는 접착제”라고 말합니다. “부모가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어주는 건 단순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깊은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함”이라는 거지요.
저자가 스토리텔링의 의미를 말해줄 적임자로 마텔을 고른 건, ‘파이 이야기’가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에서 캐나다로 떠나는 화물선에 올라탄 소년 파이는 태평양 한가운데서 화물선이 침몰당한 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집니다. 세월이 흘러 파이는 극 중 작가에게 자신의 과거를 완전히 다른 두 가지 ‘버전’으로 들려줍니다. 하나는 호랑이와 함께 구명보트에서 227일간 망망대해를 표류한 ‘신비한’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보트에 함께 탄 건 호랑이가 아닌 사람들이었으며 그곳에서 생존을 위한 살육전이 벌어졌다는 ‘끔찍한’ 이야기입니다.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으나 전자는 ‘상상력으로 가공한 이야기’, 후자는 ‘실제로 겪은 사건’이라면 파이가 만든 이야기 속엔 처참한 기억을 잊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바람이 담겼을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끝없이 이어지는 무한소수(파이·π)처럼 명쾌한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인생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는 여정이 곧 이야기를 짓는 행위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지금 여러분은 삶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어떤 이야기를 쓰고 계신가요. 비록 ‘사실’과는 거리가 있어도 각자 희망을 담은 이야기로 재창조할 수 있다면, 파이처럼 우리도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마텔이 ‘생각을 바꾸는 생각들’에서 거듭 강조한 대로 “이야기는 우리가 누구인지 알려주며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니까요. “이야기가 없다면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도 알지 못한 채 대지를 배회하는 고독한 동물이나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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