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대표팀 투수코치의 기억
오래 전 투수다. 곤도 히로시라는 인물이다. 1961년 주니치 드래곤즈 신인이다.
첫 해 기록이 경악할 수준이다. 69번 등판에 429.1이닝을 던졌다. 완투만 32번(12완봉)이나 된다. ERA 1.70. 무려 35승(19패)을 올렸다. 신인왕은 당연하다. 다승, 방어율 타이틀에 이어 사와무라상까지 휩쓸었다.
그 해 나고야 팬들은 그의 얼굴만 보고 있었다. 오죽하면 이런 말이 돌았다. 곤도, 곤도, 비(雨), 비…. 주니치의 등판 스케줄이다. 우취 빼고는 계속 곤도만 나온다는 뜻이다. 결국 이런 혹사 끝에 선수로는 단명했다.
이후 지도자로 명망이 높다. 주니치, 긴테쓰, 다이에 등에서 투수들을 키워냈다. 2017년 WBC 때다. 일본 대표팀의 투수코치로 위촉됐다. 당시의 경험이다.
"도쿄돔 훈련 때였어요. 라커룸에서 그 친구를 봤죠. 마침 언더 셔츠를 갈아입고 있었죠. 훌러덩. 웃옷을 벗는 데 깜짝 놀랐어요. 그런 몸은 생각도 못했어요. 아이 같은 얼굴과는 딴판이었죠. 완전히 근육질이더군요. 온통 잔근육에, 가슴도 크고 엄청 두꺼웠죠."
22살의 프로 4년차 오타니 쇼헤이였다. 당시 체격은 193cm, 92㎏ 정도였다. (현재는 210파운드, 95㎏으로 돼 있다.)

곤도 코치의 기억은 이어진다. 그 무렵 저녁 식사 자리였다. (아마 대표팀 회식인듯) 마침 옆에 있는 천진한 얼굴에 물었다.
"휴일에는 주로 뭘 하지?" (곤도 코치)
"예? 음… 휴일말입니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네, 별로 하는 게 없습니다. 그냥 훈련말고는…." (22살 오타니)
"쉬는 날에도 아침부터 밤까지 훈련만 한다고?" (곤도 코치)
"(화들짝) 아니요. TV도 보구요, 책도 좀 읽습니다. 그러다가 틈이 나면 웨이트룸이나 타격연습장으로 갑니다. (긁적긁적)"
소박한 뚜벅이 생활
6월 초였다. 샌프란시스코 원정이었다. 출근길에 문제가 생겼다. 구단 버스가 지독한 교통체증에 걸린 것이다. 선발 투수였던 그는 더 빠듯하다. 플랜B로 움직였다. 내려서 BART(바트, 전철)로 환승했다. 그런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결국 등판 일정은 하루가 미뤄졌다.
그럼에도 BART는 환영의 메시지를 전했다. "오타니 같은 슈퍼스타를 모시게 돼 영광이었다."
하지만 대중교통은 전혀 낯설지 않다. 적어도 그에게는 그렇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니혼햄) 신인 때부터 이미 최고 스타였다. 그런데도 전철을 타고 다녔다. 승용차도, 운전면허도 없었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구단측이 마련해준 택시를 이용했다.)
연말 시상식 때 승용차를 받기도했다. 무면허 차주의 결론은 뻔했다. "차는 어떻게 할 지, 부모님과 상의해 보겠습니다."
미국에 가서도 다를 게 없다. 꽤 오랫동안 뚜벅이였다.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 씨의 신세를 져야했다. 간혹 파파라치 샷에 걸리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던 컷이다. 우리가 볼 때는 국산차, 그들 입장에서는 외제차를 이용하는 모습이다. 일본 매체 '플래시'에 실렸다.

결국 작년 초에 숙원 사업이 이뤄졌다. 캘리포니아 운전면허에 합격했다. 무릎 수술 후 재활 기간에 딴 것이다. 첨단 전기차 모델의 오너가 됐다.

클럽하우스 식당 애용하기
니혼샘 시절에는 숙소에서 지냈다. 웬만하면 독립하지만 그는 달랐다. 톱스타임에도 단체 생활을 마다하지 않았다. 덕분에 식사 걱정은 없었다. 유일한 일탈이 간식이다. 가까운 편의점에서 달달한 크레페를 즐긴다.
미국에 간 뒤로는 다르다. 혼자 해결해야했다. 통역의 집에 자주 놀러다닌 모양이다. 거기서 저녁을 해결하고, 남은 것을 싸와서 아침에 먹었다. 민폐(?)도 하루 이틀이다.
1년 내내 그럴 수 있나. 요리를 시작했다. 아침 메뉴로 오믈렛을 즐겼다. 이 요리의 핵심은 프라이팬 다루는 법이다. "나중에는 한 손으로 꽤 능숙하게 뒤집을 정도가 됐어요." 스스로도 대견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작년 겨울이다. 혈액 샘플 검사에 나타났다. 체질적으로 달걀이 맞지 않는다는 결과였다. 글루텐 성분도 비슷했다. 빵과 달걀 섭취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일본 미디어는 이걸 '신체 개조 작업'이라고 불렀다. 올 시즌 폭발의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대단한 걸 먹는 건 아니다. 그야말로 소박함의 극치다. 구장 클럽하우스에서 대부분을 떼운다. 훈련(또는 경기) 하면서 한끼를 해결한다. 요리사가 차려준 걸 먹고, 일부는 '테이크 아웃'이다. 다음날 아침 식사용으로 가져간다는 뜻이다. 구내식당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예다.
적게 받는다고 해도 연봉이 300만 달러다. 광고모델 수익을 합하면 1000만 달러(115억원)는 가볍게 넘는다. 그런 고소득자의 소박하기 이를 데 없는 식사다. 외식? 가끔 한다. 코스타메사에 단골 (한국식) 고깃집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너하임 구장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한달 용돈 100만원…2년간 안쓰고 2천만원 저축
"술은 좀 드시나?" 메이저리그를 취재하는 어느 일본 기자가 물었다. 대답은 역시나 "아니요"였다. "그래도 가끔 한잔 생각이 나죠?" 걸려들 모범생이 아니다. "글쎄요. 술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오프 시즌 때) 고향 이와테에 가서도 마찬가지예요. 한방울도 입에 대지 않아요. '맥주 한 잔 정도는 시원하다'고 생각해요. 더는 아니구요."
천진한 얼굴은 이렇게 말을 보탠다. "뭔가로 인해서 (유지하고 있는 몸상태가) 어지러워지고, 방해가 되는 것이 싫습니다.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것을 먹고 싶다는 생각 자체도 안하구요. 그런 느낌으로 식사하지 않기 때문에 욕심도 없는 것 같아요."
일본 시절 연봉이 2억 7000만엔(약 28억원)이었다. 하지만 부모님께 용돈을 받았다. 한달에 10만엔(약 100만원) 정도다. 부족했냐고? 천만에. 한번은 그의 저축이 공개됐다. 2년간 모은 돈이 200만엔이나 됐다. 용돈의 90%를 손도 안댔다는 얘기다.
밤 늦게 누나들 만나고, 치맥 사먹었으면 절대 모을 수 없는 금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