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사람보고 오징어라고 하는 이유

아침에 일어나 뜨끈한 물로 샤워하고 거울에 비친 뽀송뽀송한 내 얼굴을 본다. 솔직히 이 순간만큼은 내가 원빈보다 잘생겼다. 흡족한 마음으로 출근길에 올라 지하철을 탔는데, 그런데! 유리에 비친 내 얼굴이,,,오,, 오징어,,,!!?? 유튜브 댓글로 “못생긴 사람을 왜 오징어라고 하는지 취재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물론 내 얘기는 아니다.

가만히 있던 오징어 의문의 1패

오징어가 못생김의 대명사가 된 건 2009년 SBS 컬투쇼에 한 사연이 소개되면서 부터인 것으로 추정된다. 무슨 사연이었냐면, 한 여성이 영화 무대인사에 나온 장동건의 실물을 보고 ‘흠,,그냥 그렇네’라고 생각하면서 옆자리에 있는 남자친구를 봤더니, 남자친구는 온데간데없고 웬 오징어가 팝콘을 먹고 있었다는 사연.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 사연이 워낙 유명해지면서 못생긴 사람을 ‘오징어’라고 표현하는 게 밈처럼 퍼졌다는 거다.

그러나 사연을 보낸 여성이 ‘오징어’라는 표현을 쓴 걸 보면 그전에도 못생긴 남자를 표현할 때 오징어를 사용했다고 짐작해 볼 수 있는데 오징어는 어쩌다 이런 취급을 받게 된 걸까. 이유는 오징어가 무척 추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무척 추한’=‘무 척추한’,,,척추가 없는,,,ㅎ 방금 이건 진짜 기발하고 재치 넘치는 드립이긴 한데 실제로도 자,, 오징어를 보면,,, 못 생겼잖아 솔직히,, 특히 오징어는 불에 달궈지면 수분이 날아가면서 잔뜩 일그러지는데 과거 코미디언 백남봉은 이걸 매우 우스꽝스럽게 흉내 내면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오징어가 밈처럼 쓰인 건 2009년부터지만 부정적인 대상으로 인식된 건 훨씬 오래 전부터다. 1814년 정약전의 어류학서 ‘자산어보’는 오징어에 대해 “물 위에 죽은 듯이 떠 있다가 까마귀가 다가오면 재빨리 다리로 끌고 들어가 까마귀를 잡아먹었다”고 기록했다. 누군가를 속인 뒤 해치는 존재로 묘사한 것이다. 까마귀를 해치는 도적이라고 해서 ‘오징어는 까마귀의 도둑’이란 의미의 ‘오적어(烏賊魚)’라고 불렀는데 이 오적어가 지금 쓰이는 오징어의 어원이라는 설도 있다.

정약용의 ‘다산시문집’에도 오징어가 등장하는데 여기서 오징어는 하얗고 고고한 백로와 대조되는 더럽고 사악한 존재로 나온다. ‘지봉유설’을 보면 “오징어 먹물로 글씨를 쓰면 해를 지나서 먹이 없어지고 빈 종이가 된다”며 “사람을 간사하게 속이는 자는 오징어 먹물을 쓴다”고 나와 있다. (오징어,,너 조선시대 사람들한테 뭐 잘못했니,,,?)

전통 혼례에서 숯검댕을 바르고 함을 팔았던 함진아비가 현대에 들어서는 ‘오징어 가면’을 쓰기 시작했는데 혹시 이것도 오징어가 못생긴 거랑 연관이 있는 걸까. 이관호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장에게 물어봤다.

이관호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장
“뭔가 얼굴을 가린다고 하는 것은 주술적인 의미가 있는 거예요. 옛날에 탈춤이라고 하는 것은 놀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자기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가리고 억압되었던 서민들의 모습을 특별한 날 놀이를 통해 소위 야자타임하고 풍자하고 욕하고 비꼬고 그러는 거죠. 그런 맥락의 풍습이라고 보면 되겠죠.”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문장은 “자기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가리고” 일종의 해학과 풍자를 위해서는 함진아비의 가면이 우스꽝스러워야 하기 때문에 ‘오징어 가면’을 쓴다는 거다. 남을 속이고 해치는 부정적인 존재로 여겨졌던 오징어의 역사를 생각하면, 오징어 가면은 지금의 조커나 스크림 가면이랑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오징어는 대체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렇게 다들 싫어한 걸까. 그런 의미로 오늘 저녁은 오삼불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