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과 럭비를 오갔다.. 은퇴까지 번복한 '엄마의 도전'

‘엄마의 도전’이 끝이 났다. ‘딸에게 엄마가 올림픽에 나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은퇴까지 번복한 일본 육상 대표팀 테라다 아스카(31)가 결승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대회를 마쳤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육상을 시작한 테라다는 열아홉 살이었던 2009년 일본 주니어 기록을 경신했다. 주 종목인 100m 허들에서였다. 같은 해 아시안선수권대회에 나가 은메달을 획득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일본선수권대회 3연패를 이루며 일본의 ‘육상 여왕’으로 군림했지만 2012 런던올림픽 출전을 부상으로 놓쳤다. 연이은 부상에 섭식 장애까지 잇따르자 2013년 스물세 살의 나이로 은퇴를 결정했다. 이듬해 결혼한 테라다는 같은 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낳았다.

그러던 테라다가 7인제 럭비 선수로 ‘깜짝 복귀’했다. 일본 스포츠 닛폰 등 매체들에 따르면, 2016년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리우올림픽을 지켜보던 테라다는 일본 럭비 대표팀이 패배하는 장면을 보게 됐다. 당시 일본 7인제 럭비 대표팀은 금메달을 목표로 했지만 10위로 초라하게 대회를 마쳤다. 경기를 지켜본 테라다는 ‘걸음이 빠른 선수라도 외국인을 따라잡지 못하는구나’라며 ‘공백기가 있었지만,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딸과 함께 올림픽을 보고 싶다’는 생각은 ‘딸에게 엄마가 나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로 바뀌었다. 2016년 7월 럭비 선수로 복귀한 테라다는 도쿄 피닉스, 지바 페가수스 등 일본 프로팀에서 활약했다.
2018년 말, 테라다가 럭비에서 육상으로 종목을 다시 바꿨다.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럭비 선수로는 출전권을 따내기 어려울 것 같아 내린 판단이었다. 무엇보다 테라다는 가족들에게 자신이 올림픽에 나오는 모습을 보여주겠단 결심을 지키고 싶었다고 한다. 육상 선수로 돌아온 그는 2019년 9월 일본인 최초로 100m 허들 13초의 벽을 깨 12초97의 신기록을 세웠다. 2021년 12초96으로 자신이 세운 일본 신기록을 재차 수립했다. ‘육상 여왕’의 부활이었다.

지난 1일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100m 허들 준결승, 테라다는 13초06으로 결승점에 골인했다. 조 꼴찌인 6위로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테라다는 “2위나 3위로 달리겠다고 말했는데, 딸한테 혼날 것 같다”면서도 “달리기를 직업으로 진지하게 임할 수 있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서른한 살 ‘엄마의 도전’은 결승 문턱에서 좌절됐다. 한 번의 은퇴, 두 번의 종목 변경 끝에 나온 결과였다. 하지만 그는 2000 시드니올림픽 이후 21년 만에 일본을 여자 100m 허들 준결승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엄마가 나오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딸과의 약속을 지킨 테라다의 얼굴엔 미소가 번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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