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컷] 독성이 청산가리 수천배라는데..개사료 닮은 비료 안써야 할까
(서울=연합뉴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유박비료로부터 반려동물 보호를 골자로 한 '동물보호법 일부개정안'(유박비료방지법)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비료, 농약 같은 반려동물 유해물질을 공동주택, 도시공원 등에 쓰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3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인데요.
유박비료는 피마자(아주까리), 참깨, 들깨 등 유지작물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 즉 유박(油粕)을 건조·가공한 것으로 화학비료에 비해 친환경적이고 비료 특유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이 장점이죠.
그런데 이 중 피마자 찌꺼기인 '피마자박'으로 만든 유박비료를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피마자 씨앗 속 '리신'은 생물 무기로 이용될 만큼 강한 유독물질로 청산가리의 최소 1천 배에 이르는 독성을 지닌 것으로 전해집니다.
체중 60㎏ 성인이 18㎎만 섭취해도 치명적이고 개 경구 치사량은 20㎎/㎏으로 알려졌죠.
이 같은 맹독성에도 피마자 유박이 유기질 비료 원료로 가장 각광받는 이유는 저렴한 원가에 비해 품질이 뛰어나기 때문인데요.
개사료와 모양이 비슷하고 고소한 향까지 나 산책 나온 강아지가 이를 먹이로 착각하고 변을 당하는 사례가 종종 보고됩니다.
2년 전 반려견 '차나'를 애견놀이터에 데려갔던 견주는 "자꾸 뭔가 주워 먹기에 괜찮은 건지 물었더니 직원이 '친환경 유기농'이라며 안심시켰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유박비료였고 차나는 결국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토로했습니다.
설채현 수의사는 "개는 먹성이 좋고 뭐든 입에 넣어 확인하는 특성을 가진 경우가 많아 특히 취약하다"고 설명했는데요.
실제로 2011년 경북대 수의대 연구팀 논문에 따르면 돌연 심한 구토와 복통, 출혈성 설사를 하던 개 15마리 중 13마리가 며칠 만에 숨을 거뒀는데 부검 결과 이들 모두 피마자박과 커피 찌꺼기가 섞인 비료를 먹은 것으로 확인됐죠.
작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애견동반 카페를 찾았던 반려견이 유박비료 때문에 숨진 정황이 게시돼 충격을 줬고 '유박비료 규제를 강화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연이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피해 호소가 잇따르자 농촌진흥청은 2017년 피마자 유박비료(피마자 비료) 리신 함량을 10㎎/㎏ 이하로 제한하고 포장지에 주의 문구를 넣도록 의무화했죠.
농림축산식품부도 작년 6월 지자체가 공원, 산책로 등 공공장소에 피마자 비료를 뿌리지 못 하게 했지만 사유지 살포까지 막는 데는 신중한 입장입니다.
반면 동물보호단체 측은 유박비료방지법이 근본적 문제점은 해결하지 못했다며 적극적 대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피마자 성분을 대체한 제품만 생산을 허가하거나 동물이 기피하는 냄새를 넣고 펠릿(알갱이) 형태가 아닌 수용성으로 바꾸는 등 사료와 헷갈리지 않도록 제조해야 한다는 것이죠.
개정안에 담긴 살포 금지 장소 또한 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야생동물 등의 피해를 막기에 역부족인지라 피마자 비료 사용을 원천 금지하고 꼭 필요한 곳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해당 비료 생산·판매 업체들은 난색을 표명합니다.
리신은 열처리 과정을 통해 대부분 제거되는 데다 허용치를 준수하고 있는데도 자신들을 죄인 취급하고 제품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호도한다는 주장인데요.
냄새 첨가 역시 비료관리법상 원료 외 물질 혼합이 불가능하고 주고객인 농민의 호오가 엇갈릴 수 있는 만큼 동물이 삼킬 것을 예단해 선조치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는 의견입니다.
전영철 한국유기질비료산업협동조합 부장은 "유박비료 섭취와 반려견 폐사 간 인과관계가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 없고 기준치를 맞춰 내놓은 비료에 추가 규제는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습니다.
피마자 비료를 제대로 관리하면 동물에 크게 해가 안된다는 견해도 있는데요.
김진효 경상대 환경생명화학과 교수는 "토양과 비료가 잘 섞이게 하는 것만으로도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며 "흙을 파내는 행동을 통한 섭취가 걱정된다면 비료를 뿌린 지역에 일정 기간 안내 표시를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짚었습니다.
전문가들은 피마자 비료가 동식물은 물론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종합적으로 규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동물 부검을 통해 어렴풋이 연관성을 짐작할 뿐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는 실정인데요.
관련 연구 결과가 없는 상황에서의 논의는 공염불에 불과하고 규제 또한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유박비료 위험성을 경고한 사공준 영남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조차 "의학계에 유해성 이슈가 제기되지 않아 국내 역학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는데요.
한 업계 관계자는 "이를 민간 차원에서 검증하기는 어렵고 정부 기관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주로 인도 등지에서 들여오는 수입 유박을 대신할 만한 국산을 찾는 것도 남겨진 과제인데요.
뿔·발톱 등 가축 부산물을 활용한 비료를 개발, 보급하고 있는 경기농업기술원 같은 시도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김지선 기자 김민주 문정 인턴기자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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