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마스크 벗은 아이들의 얼굴

서현숙, 교사·'소년을 읽다' 저자 2021. 7. 2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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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초순이었다. 교실에 가니 아이들 셋이 게시판의 너저분한 부착물을 정리하고 있었다.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는 마음이 예뻐서 아이스크림을 사주기로 덥석 약속하고 돌아서자마자, 이 약속은 지키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염병의 시대에 학교 내에서 여럿이 모여 마스크를 벗고 얼음과자를 먹는 것은 위험한 일, 아니 불가능한 일인 까닭이었다.

일러스트=김도원 화백

기대에 찬 아이들의 얼굴을 생각하니 차마 약속을 취소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집에 가는 아이들 손에 아이스크림을 들려 보내자니 참 싱거웠다. 어떻게 할까. 학교 뜰의 정자가 퍼뜩 생각났다. 그래, 정자는 벽이 없이 사방이 트여 있으니 괜찮겠구나.

우리는 정자에서 만났다. 아이들은 띄엄띄엄 떨어져 앉았다. “일단 대화하지 말고 다 먹은 후 마스크 쓰고 이야기를 하자” 했다. 저만치 앉은 아이들이 마스크를 벗었다. 나는 진짜 놀랐다. 마스크를 벗은 하린이 볼이 통통했다.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이지만 개구쟁이 같은 얼굴이었다. “세상에! 하린이 얼굴에 장난기가 이렇게 가득했니?” 은새는 살짝 웃으니 입 옆에 보조개가 팬다. 덧니가 하얗다. 새침하고 귀여운 인상이다. “은새, 너 이렇게 새초롬한 모습이었어?” 주윤이는 웃을 때 입 모양이 유난히 시원하다.

“너희들, 왜 아무 말도 없어?” 말없이 먹기만 하는 품이 의아해서 물었더니 “선생님이 말하지 말고 먹으라 했잖아요.” 한다. 아이들은 나름 방역을 하고 있는 거였다.

나는 지난 3월 이 아이들을 만났다. 마스크 벗은 아이들의 얼굴을 오개월 만에 처음으로 본 거다. 아이들은 씨익 웃기만 하고, 교사는 너희들 이렇게 귀여운 얼굴이었냐 감탄하는, 이상한 풍경이었다. 반년을 함께 지낸 교사가 학생들 얼굴을 처음 본 사람처럼 놀라는 풍경은 이상해야 마땅하다.

학교 뜰이 조용하다. 보스락 보스락 소리만 퍼진다. 아이들이 비닐 포장지를 주물러 얼음과자를 녹이는 소리다. 우리는 참 희한한 시절을 통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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