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기의 과학카페] 왜 화학자들은 여전히 요소 합성 연구에 매달릴까

강석기 과학 칼럼니스트 2021. 11. 9.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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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광주 광산구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미중 패권 다툼으로 세계 경제에서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 물류대란으로 배를 구하지 못해 수출 물건을 싣지 못하는가 하면 반도체가 없어 자동차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많은 나라가 석탄 부족을 호소하고 있고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국은 요소수가 없어서 난리다. 디젤 화물차에 들어간다는 요소수는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는데 최근 중국이 요소 수출을 막았기 때문이란다. ‘냉각수로 쓰이는 건 아닐 텐데 왜 요소가 필요하지?’ 뉴스를 접하고 이런 의문이 생겨 좀 알아봤더니 배기가스 정화에 필요하다. 즉 디젤유가 연소할 때 공기오염의 주범인 질소산화물이 만들어지는데, 배기가스에 요소수를 분사하면 촉매의 작용으로 화학반응이 일어나 질소산화물이 질소분자(N2)와 물로 바뀐다. 요소에 이런 쓸모가 있는 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인류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2% 차지

요소는 분자량이 60에 불과한 작은 분자이지만 연간 생산량이 2억 톤이 넘는 유용한 물질이다. 최근 중국이 요소 수출을 규제하면서 국내에서 요소수 품귀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요소분자 구조와 과립형 결정이다. 위키피디아 제공

사실 요소는 화학사에서 중요한 분자다. 1828년 독일 화학자 프리드리히 뵐러가 무기화합물인 시안산은과 염화암모늄 용액을 가열해 요소를 합성하는 데 성공하면서 유기화합물의 정의를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유기화합물은 생명체에서만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유기화학은 생명체가 만든 물질을 연구하는 화학에서 탄소를 함유하는 물질을 연구하는 분야로 정의가 바뀌었다. 참고로 요소는 1727년 네덜란드의 의사 헤르만 부르하버가 사람의 오줌에서 처음 추출했다. 오줌에서 따온 'urea'와 한자 번역어인 '尿素'라는 이름이 발견 역사를 담고 있다. 

요소는 화학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1909년 독일 화학자 프리츠 하버와 영국인 조수 로버트 르 로시뇰이 암모니아 합성에 성공했고 카를 보슈와 알빈 미타슈가 산업화에 성공하면서 1913년부터 암모니아의 상업생산이 시작됐다. 암모니아는 용도가 많은 유용한 분자이지만 요소를 만드는 원료로 쓰이면서 인류의 삶을 바꿨다. 

요소는 질소비료로 쓰이며 농업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였고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에서 벗어났고 세계 인구가 급증했다. 참고로 요소의 분자식은 CO(NH2)2로 요소 한 분자에 질소원자 2개가 들어 있다. 무게로 치면 질소가 46%를 차지한다. 작물이 잘 자라려면 아미노산과 핵산의 재료인 질소를 잘 공급받아야 한다. 알갱이 형태인 요소비료를 뿌리면 흙의 수분에 녹아 암모니아(암모늄이온)로 분해된 뒤 식물 뿌리로 흡수된다. 참고로 암모니아는 기체이고 수용액도 관리가 어려워 그 자체를 질소비료로 쓸 수는 없다.

요소수가 뜨거운 배기가스에 분사되면 요소가 암모니아(NH3)로 분해된다. 배기가스에 포함된 일산화질소(NO)와 이산화질소(NO2)는 암모니아와 반응해 환경에 무해한 질소분자(N2)로 바뀐다. 이 반응이 잘 일어나려면 촉매가 필요하다. 위키피디아 제공

오늘날도 사정은 마찬가지라 생산된 암모니아의 80%가 요소를 만드는 데 쓰인다. 연간 요소 생산량은 2억t이 넘고 이 가운데 90%가 비료로 쓰인다. 나머지 10% 가운데 일부가 요소수를 만드는 데 쓰인다. 요소수는 말 그대로 요소를 물에 탄 용액으로, 요소 32.5%와 물 67.5% 조성이다. 그런데 생산 체계가 확립된 지 100년도 넘은 요소가 왜 부족하다고 난리일까.

요소 합성은 저부가가치 산업이고 따라서 한국은 중국에서 대부분을 수입한다. 그런데 최근 중국이 석탄 부족에 허덕이면서(미국 편에 선 호주의 석탄 수입을 막으면서 자초했다)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요소 생산을 억제하게 됐고 따라서 수출을 막은 것이다. 

요소의 원료인 암모니아를 만드는데 고온고압 조건이 필요한데 인류가 쓰는 전체 에너지의 2%가 들어갈 정도로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소모된다. 생산량의 80%가 요소 합성에 쓰이므로 요소 원료인 암모니아 생산에 에너지의 1.6%가 쓰이는 셈이다.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로 요소를 만드는 과정에도 상당한 에너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결국 요소 생산에 인류가 쓰는 전체 에너지의 2%가 들어간다. 

전기촉매 합성으로 요소 만들어

최근 난양공대가 주축이 된 공동연구팀은 선택적 전기촉매 합성법으로 상온에서 질산염과 이산화탄소로 요소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왼쪽). 인듐수화물 촉매는 수소이온에서 수소분자(H2)가 만들어지는 반응은 억제해 효율을 더 높인다(오른쪽). ‘네이처 지속가능성’ 제공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기후변화가 심각해지자 화학도 녹색 바람이 거세다. 많은 화학자들이 친환경, 저에너지 반응을 개발하는 연구에 뛰어들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새로운 암모니아 합성법을 찾는 프로젝트도 여럿 진행되고 있다. 이게 성공한다면 요소 합성도 덩달아 친환경, 저에너지 산업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그런데 이와는 별개로 새로운 요소 합성법을 연구하는 화학자들도 있다. 

학술지 ‘네이처 지속가능성’ 10월호에는 암모니아가 아니라 질산염(nitrate)을 원료로 요소를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했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앞서 말했듯이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로 요소를 만드는 지금의 방법은 에너지도 많이 들고 장비도 복잡하다. 싱가포르 난양공대가 주축이 된 다국적 공동연구팀은 인듐수화물(In(OH)3)을 촉매로 한 전기촉매 합성법으로 질산염과 이산화탄소에서 고효율로 요소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전기촉매 합성이란 환원전극(cathode)에 촉매를 코팅한 뒤 전압을 가하면 전자가 몰린 촉매 표면에서 환원반응이 일어나며 합성이 일어나는 방법이다. 이 경우 질산염과 이산화탄소가 촉매 표면에 붙잡혀 활성화되면서 서로 쉽게 반응해 요소가 만들어진다. 원래 환원전극에서는 전자(e-)와 수소이온(H+)이 반응해 수소분자(H2)가 만들어지기 쉽지만 인듐수화물 촉매 표면의 독특한 구조가 이 반응을 억제한다. 

이 방법이 상용화된다면 요소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가 꽤 절감될 것이다. ‘그런데 질산염은 어떻게 만들지...’ 문득 이런 불길한 의문이 들었고 알아보니 내 예감이 적중했다. 질산염은 암모니아를 산화시켜 만들므로 결국 암모니아 합성법이 바뀌지 않는 한 요소 합성에 드는 에너지의 80%는 그대로 안고 가고 나머지 20%에서 몇 % 줄이느냐의 문제라는 말이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은 화학자들은 암모니아를 쓰지 않고 요소를 만드는 합성법을 모색하고 있다. 암모니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학술지 ‘네이처 화학’ 2020년 8월호에는 암모니아 대신 질소분자와 이산화탄소로 요소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중국 후난대가 주축이 된 다국적 공동연구팀은 티타늄산화물(TiO2) 나노시트에 분사한 팔라듐구리(PdCu) 합금 나노입자 촉매를 써서 반응성이 낮은 질소분자를 깨우는 데 성공했다. 

이 역시 전기촉매 합성법으로 환원전극에 티타늄산화물(TiO2) 나노시트가 코팅돼 있다. 전압을 가하면 전자가 몰린 촉매 표면에서 환원반응이 일어나며 합성이 일어나는 방법이다. 이 경우 질소분자가 촉매 표면에 붙잡혀 활성화되고 이산화탄소는 일산화탄소(CO)로 환원된 뒤 반응에 참여해 요소가 만들어진다. 다만 촉매를 만드는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이 자체로는 상업화가 불가능하다.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7월호에는 이론 연구를 통해 고가의 팔라듐구리(PdCu) 합금 나노입자 촉매를 대신할 수 있는 촉매 후보 물질을 찾았다는 논문이 실렸다. 중국 난징대 연구자들은 엠벤(MBene)이라고 부르는, 2차원 금속붕화물 3종의 촉매 활성에 대한 이론 연구를 통해 이 가운데 두 종인 몰리브덴붕화물(MoB2)과 크롬붕화물(Cr2B2)이 촉매로서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추후 실험으로 이어져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해진다.

앞서 말했듯이 요소수는 요소를 탄 물이다. 그렇다면 아쉬운 대로 요소비료를 구해 물에 녹여(1대 2 비율로) 쓰면 되지 않을까. 당장은 문제가 없지만 요소비료에는 불순물이 많아 촉매를 손상할 수 있다고 한다. 자칫 잘못하면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못 쓰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화물차가 멈춰 물류대란이 일어나기 전에 요소수 사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
   

지난해 후난대가 주축이 된 공동연구팀은 티타늄산화물(TiO2) 나노시트에 분사한 팔라듐구리(PdCu) 합금 나노입자 촉매를 써서 질소분자와 이산화탄소, 물로 요소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다만 촉매가 워낙 비싸 이를 대신할 수 있는 값싼 촉매를 찾아야 이 방법이 상업화될 수 있다. 네이처화학 제공

 

※ 필자소개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 쓴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7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가 있다. 번역서로는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을 썼다

[강석기 과학 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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