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합리적인 하이브리드, 혼다 i-MMD


요즘 자동차 시장 키워드는 ‘연비’ ‘친환경’이다.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올해 상반기 국내 수입차 시장 등록대수를 보면, 디젤차 점유율은 15%에 머물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가까이 추락했다. 반면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9.4→25%로 ‘폭풍성장’ 했다. 과거 별종처럼 자리했던 하이브리드가 이젠 주력 모델로 발돋움 했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혼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엔진과 전기 모터, 배터리가 들어가 ‘시너지’를 낸다. 그런데 제조사마다 추구하는 방식의 차이가 있다. 따라서 하이브리드 자동차 구입을 고민하고 있다면, 그 차이를 알아야 나에게 맞는 차를 후회 없이 고를 수 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 이해를 위해 먼저 전기 모터의 특성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전기 모터는 양극과 음극을 바꾸면 발전기(제너레이터)로 변한다. 운전자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거나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발전기로 바꿔 쓸 수 있다. 이를 통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회생제동 에너지’의 기본 원리다.

심오한 토요타, 심플한 현대, 합리적인 혼다

이 분야 ‘원조’ 토요타는 심오한 시스템을 추구한다. ‘동력분할기구(Power Split Device)’가 핵심이다. 유성기어를 통해 두 개의 전기 모터(각각 MG1, MG2) 작동을 주무른다. MG1은 엔진의 힘을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MG2는 가속할 때 엔진과 힘을 합쳐 바퀴에 동력을 보내고, 감속할 땐 발전기로 변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주행하면서 구동과 충전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현대차는 토요타와 비교해 굉장히 심플하다. 전기 모터 1개를 쓴다. 일반 내연기관 모델처럼 자동변속기도 있다. 주도권은 엔진이 갖고 전기 모터는 ‘보조’ 역할을 맡는다. 가령, 엔진으로 달리면서 배터리를 충분히 충전하면 저속과 고속 가리지 않고 EV 모드에 들어간다. 다시 배터리 양이 줄면 엔진으로 달린다. 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특징이다.


반면, 혼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토요타처럼 심오하진 않되 현대차처럼 단순하진 않다. 엔진 직결 모드가 있는 직렬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현대차와 달리 주도권은 전기 모터가 갖고 엔진이 보조한다.

모터 출력이 돋보이는 혼다 i-MMD 하이브리드

통상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EV 모드로 달리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가속 페달을 살살 밟지 않는 이상 금세 엔진이 깨어난다. 이유는 모터 출력. 비교를 위해 토요타 RAV4 하이브리드, 현대 투싼 하이브리드, 혼다 CR-V 하이브리드 세 차종을 모았다.

우선 RAV4 하이브리드는 직렬 4기통 2.5L 가솔린 밀러 사이클 엔진과 2개의 전기 모터(AWD는 3개)를 쓴다. 모터 최고출력은 120마력. 투싼 하이브리드는 직렬 4기통 1.6L 가솔린 터보 엔진에 1개의 전기 모터를 물린다. 모터 최고출력은 59마력에 불과하다.


반면 CR-V 하이브리드는 직렬 4기통 2.0L 앳킨슨 사이클 엔진과 전기 모터 2개를 품었다. 모터 출력만 184마력에 달한다. 오히려 엔진보다 모터의 힘이 더 강력하다. 그래서 저속에서 EV 모드를 한층 오랫동안 유지한다.

회전수가 무르익을수록 출력을 뽑아내는 엔진과 달리, 전기 모터는 막강한 힘을 즉각 쏟아낸다. 그래서 혼다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타면 가속이 훨씬 기운차다. EV 모드로 달릴 때 엔진은 오롯이 배터리 충전용으로 쓴다. 여기까지만 보면 ‘레인지 익스텐더 전기차’와 비슷하다. BMW i3가 좋은 예다. 기본적으로 전기차인데, 작은 엔진을 달아 항속거리를 늘리는 데 활용한다.



그러나 혼다는 ‘엔진 직결모드’를 별도로 갖췄다. 시속 80㎞ 이상 고속으로 달릴 때 엔진과 휠을 클러치로 연결해 동력을 보낸다.

혼다 i-MMD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①EV 드라이브 ②하이브리드 드라이브 ③엔진 드라이브 등 3가지 주행모드를 쓴다. EV 드라이브는 오롯이 전기 모터로 바퀴를 굴린다. 기본은 하이브리드 드라이브. 엔진은 발전기 돌려 배터리를 채우고 나머지 1개의 모터가 구동을 전담한다. 엔진 드라이브가 앞서 말한 엔진 직결모드로, 고속 항속주행 상황에서 휠에 직접 동력을 보낸다.

정리하면,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선 184마력 전기 모터로 움직인다. 반면 항속주행 할 땐 효율 높은 엔진이 구동을 맡고 불필요한 배터리 소모를 막는다. 굉장히 합리적인 방식이다.

차종에 따라 배터리 위치도 다른 치밀함

최근 들어 ‘차박’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2열 시트를 접고 차에서 잠을 자거나 휴식하는 라이프스타일이다. 그래서 차박을 염두에 둔 소비자는 뒷좌석을 평평히 접을 수 있는지 유심히 살핀다. 현대차가 놓친 부분이 여기에 있다. 투싼 하이브리드는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마찬가지로 배터리를 2열 시트 아래에 품었다. 때문에 가솔린 모델처럼 시트 등받이를 완전히 접을 수 없다.



반면, 혼다는 차종에 따라 배터리 위치가 다르다. 어코드는 뒷좌석 아래에 얹어 넉넉한 트렁크 공간을 확보했다. CR-V는 적재공간 아래에 숨겼다. 여유로운 짐 공간을 갖추면서 가솔린 모델에서 호평 받은 ‘다이브 다운 시트’를 그대로 살렸다. 2열 등받이를 접을 때, 엉덩이 받침이 자연스레 밑으로 내려가며 180° 폴딩을 지원한다.

운전이 즐거운 하이브리드

혼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단순히 높은 연비만 추구하진 않는다. 운전재미도 챙겼다. 스티어링 휠 뒤에 달린 시프트 패들이 대표적이다. 단순히 기어 단수를 조작하는 장치가 아니다. 회생제동 에너지 강도를 여기서 조절한다.



가령, 운전대 왼쪽 ‘-’ 패들을 당기면 회생제동 에너지 강도가 한 단계씩 늘어난다. 최대 4단계로 조절한다. 방지턱을 만나거나 코너에 진입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다. 브레이크 페달 조작 없이 어지간한 감속은 다 할 수 있다. 엔진 브레이크와 비슷한 효과다. 덕분에 브레이크 패드 수명도 한층 길고 배터리도 더 많이 충전할 수 있어 ‘꿩 먹고 알 먹고’다.

보다 합리적인 방식을 추구하는 혼다의 i-MMD 하이브리드 시스템. 혼다는 ‘모든 영역에서 고품질의 상쾌한 주행’을 목표로 앞세운다. 엔진과 모터, 두 개의 동력원이 가장 자신 있는 영역에서 실력발휘 하도록 ‘업무분담’을 체계적으로 나눴다. 혼다가 주장하는 시너지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