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천의 성지' 사법연수원·법무연수원..한동훈은 '두 곳' 모두
피해자 한동훈, 법무연수원 거쳐 나홀로 사법연수원 좌천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검찰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문재인 정권 들어 수차례 칼바람이 휘몰아친 검찰 인사를 뜯어보면 이른바 '유배지'가 된 '법무연수원'과 '사법연수원'이 자주 등장한다.
2019년 8월부터 시작된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검찰 조직은 '인사 보복'으로 두 동강 났다. 검찰총장과 대립한 법무부 장관은 '인사'라는 날선 칼로 내 편과 네 편을 명확히 갈랐다. '네 편'으로 분류된 인사들은 어김없이 비수사 부서인 법무연수원과 사법연수원으로 보내졌다.
대표적 인물이 한동훈 검사장(사법연수원 27기)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한 검사장은 지난해 1월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에서 부산고검으로 좌천됐다가 채널A 사건이 불거진 후인 지난해 6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됐다.
법무연수원으로 간지 1년만인 지난 6월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박범계 법무부장관에게 복귀를 요청했음에도 일선 수사라인 복귀가 불발됐다.
사법연수원은 지난 50년간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법연수생 교육을 맡아온 기관이지만 2017년 사법시험이 폐지되며 연수생 교육 기능은 사실상 종료됐다. 앞으로는 법관 연수를 중점적으로 담당하게 된다. 현재 사법연수원에 근무하는 검사는 한 검사장 혼자다. 법무연수원보다 더 척박한 '유배지'란 뒷말이 나왔다.
한 검사장이 근무하고 있는 사법연수원 부원장은 공교롭게도 '소윤(小尹)'으로 불린 윤대진 전 수원지검장(25기)이 직전까지 있던 곳이다. 윤 부원장은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이동했다. 윤 전 총장과 가까운 두 사람 모두 일선 수사지휘 라인에서 연이어 배제됐다.
법무연수원으로 가장 최근 '좌천'된 인물은 한 검사장을 독직폭행한 혐의로 지난 12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정진웅 울산지검 차장검사(29기)다. 간부 검사가 폭행혐의로 기소된 이후에도 자리를 계속 지키는 상황이 계속되자, 법무부는 지난 19일 뒤늦게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냈다. 한 검사장이 지난 6월까지 있던 자리로 가게 된 셈이다.
검사장들의 무덤으로 낙인 찍힌 법무연수원에는 내로라 하는 인사들이 집결해 있다. 현 법무연수원장은 윤 전 총장 사퇴 이후 총장 직무대행을 해온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24기)이다. 사실상 좌천인사로 윤 전 총장 징계 국면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 반기를 들었던 전력이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선 고검장들도 법무연수원행을 피하지 못했다. 윤 전 총장과 동기인 구본선 광주고검장(23기), 강남일 대전고검장(23기)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됐다. 강 고검장은 연구위원으로 발령난 뒤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
법무연수원에 특수통 에이스 검사들이 포진해 있어 서울중앙지검보다 수사력이 뛰어나겠다는 웃지 못할 관전평도 나왔다.

충북 진천군 덕산읍에 위치한 법무연수원은 검사, 검찰수사관, 보호직, 출입국관리직, 교정직 등 법무검찰 공무원에 대한 교육훈련과 법무행정 연구업무를 담당하는 교육·연구기관이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직은 아이러니한 태생으로도 유명하다. 1986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란 '정체불명'의 검사장급 직제가 돌연 신설됐는데 그가 바로 5·6공의 황태자로 불린 박철언 검사였다. 그는 소속만 걸어두고 청와대와 안기부에 파견되는 형식으로 권력 핵심 실력자로 군림했다.
연구위원이 검사장 또는 검사장 승진을 앞둔 검찰 고위 간부들이 잠시 거쳐 가는 명예직인 시절도 있었다. 2003년 노무현 정부는 송광수 검찰총장 내정자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 냈다.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숨을 고르라는 배려 차원이었다.
법무연수원으로 간다고 꽃길이 영 끊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2012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받고 결국 검사장으로 승진하지 못한 채 옷을 벗었지만, 이후 박근혜 정부의 실세 민정수석으로 화려하게 부활하기도 했다. 당시 눈 쌓인 법무연수원 테니스코트를 치우자는 선배에게 불평한 일화도 유명하다.
사실상 '나가라'는 의미가 강화된 건 문재인 정부 들어서다. 정권 교체에 따라 정치적 보복 인사 성격이 두드려졌다. 문재인 정권 출범 직후 이른바 '우병우 사단'으로 불렸던 검사장 4인이 한꺼번에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7년 6월 윤갑근(19기) 대구고검장과 정점식(20기) 대검 공안부장, 김진모(19기) 서울남부지검장, 전현준(20기) 대구지검장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났는데 검사장 4인을 동시에 법무연수원에 보낸 전례가 없어 파장이 상당했다.
이들은 인사 발표가 나자 곧바로 사표를 냈다. 당시 윤 전 고검장은 "조직에 쓸모가 없다고 하면 가야지 별 수 있겠느냐"고 해 검찰 조직에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 대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검찰 내부에선 비판과 자조가 터져나온다.
한 부장검사는 뉴스1과 통화에서 "자의적으로 검찰 조직을 편가르고, 내 편은 상주고 네 편은 벌준다는 새로운 신상필벌의 원칙이 확립되고 있다"며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인사권 행사는 직권남용임이 명백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찰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직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리라 본다"며 "검찰도 이정도인데 다른 정부 부처는 어떻겠느냐"고 했다.
seei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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