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린 눈을 비비면서 출근하는 버스 안, 좁은 틈바구니에서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습관처럼 경제 뉴스를 확인합니다.
"올해 직장인 평균 연봉 X,xxx만원"
"평균 연봉 1억 넘는 회사 XX곳... 직장인 연봉킹"
반 쯤 감겨있던 눈이 확 떠지고 분노인지 좌절감인지 모를 감정이 울컥 올라옵니다. 갑자기 출근길에 살짝 보고 나온 잠든 아이들의 얼굴이 눈에 밟힙니다. 스톡옵션이나 사이닝보너스 같은 단어는 왜 내겐 생소한 걸까요. 나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세계가 존재하는 것 같은 이 기분은 뭘까요.

중견기업이니 대기업이니 다니시는 직장들은 하나같이 좋아보이는데 연봉도 세후 5천 6천 그이상도 보이고. 이런 글들을 읽다가 내 현실을 돌아보면.. 30대후반의 아이가 생긴 중소기업 연봉 2700. 현자타임 찐하게 오네요. 치열하게 살아왔다 생각했는데 누구보다 뒤쳐지게 살아온거였어요. (언제까지어깨춤을 | 영업 관리·지원)
"현실은 제대로 봐라"
연봉이 인생의 전부는 아닐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연봉을 포기하고 워라벨 등 다른 가치를 찾기도 하죠. 그래도 한국 사회에서 어느 정도 기준이라는게 있습니다. 아예 다른 직무라면 모르겠지만 비슷한 직무와 직급인데도, 또 회사 규모도 비슷한데도 나보다 훨씬 높게 받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심각한 문제겠죠.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냐”라는 추상적인 위로 뒤에 숨기 보다는 현실을 냉정히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인생 그래프는 모두 동일하지 않습니다. (...) 다만 치열하게 사는 호구가 되시기 보다는, 내 성과에 합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인지 고민해보실 필요가 있겠네요." (소통이필요해 · 한의사)
"단순 서류정리하고, 전화응대만 하는 이런 단순업무직도 계약직이긴 하지만 연봉 3천 넘어가는 시대입니다. 조금 심각해보이시긴 해요. 현실적으로 장래 커갈 아이 생각해서라도 다른 직업 알아보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자기만족이란것도 중요하지만 그게 어느정도 경제적 안정이 있고 나서 뒤따라오는거란 관점에서 최소한 수준까지는 노력을 하셔야 될 거 같네요." (lowfi · 전략/기획)
"그 연봉 언제까지 받을 건데"
지금 연봉이 낮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봉은 우리 삶을 구성하는 여러 변수 중 하나일 뿐이라는 걸 잊으면 안됩니다. 누군가는 장기근속을 희망하고 누군가는 짧고 굵게 벌고 은퇴하는 삶을 꿈꿉니다. 요즘은 연봉보다 든든한 경제적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게 트렌드가 되기도 했죠. 소득의 한 부분인 연봉만 보며 불필요한 열등감에 빠지기 보다는 나를 둘러싼 여러 환경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길게 보세요. 여긴 월급쟁이들 커뮤니티입니다. 물론 대표님들도 많이 계시지만, 그 월급쟁이들이 지금 연봉이 5.6.7천 찍고 있어도 10년뒤에 보자구요. 100세 시대입니다. 근로소득의 가치는 물론 소중합니다만, 몸값 불리는게 다른 분들 처럼 쉬운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님이 호구일수도 있고 위에 댓단 누군가도 호구일수 있어요. 근로소득 외의 것에서 돌파구를 찾으시거나, 이 사람 저사람 많이 만나보시면서 아이디어를 얻으세요. 27백으로 95세까지 일할 수 있으면(체력적 무리없이) 저도 지금 연봉 포기 합니다. 생각차이예요." (hendo · 해외영업)
"중소기업입니다. 10년전 신입때 연봉 2100만에서 지금 6000만까지 되었네요. 하지만 지금 드는 생각은 연봉 올리려는 노력으로 재테크를 할껄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아빠는요리사 · 자동차/조선/항공)
"연봉이 굉장히 간단한 비교지표이긴 하지만 직장생활의 모든게 담겨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조직 분위기. 일의 가치. 성장가능성. 함께하는 동료. 직업안정성 등등이요. 돈, 당연히 중요하죠. 어떻게 산정된 연봉인지는 제가 감히 모르겠으나. 서울,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일수도 있고, 업무의 특성이나, 시장 경쟁상황이 반영되어 있을수도 있겠습니다. 조직 규모도 당연히 중요하구요. 연봉이 높다는건 물론 자랑할만한 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바로 비교할수있는 지표니까요. 그리고 자신 있는 사람들이 보통 연봉을 공개하지요ㅎ 일부는 거짓정보고 있을테구요. 아무쪼록 너무 침잠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바다여행 · 경영 컨설턴트)
"우보천리 (牛步千里) : 소의 걸음으로 천 리를 간다"
“그런 연봉 왜 받으세요? 이직하세요” 누가 그걸 모를까요. 이직 하고 싶죠. 고등학교 때 방황해서 좋은 대학을 못갔든, 소설가를 꿈꾸다가 등단에 실패했든 지금 내 현 주소가 내가 살아온 삶의 결과입니다. 적어도 30년 이상의 삶이 누적된 결과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죠.
30년 이상 누적된 삶의 결과를 바꿔내려면, 그렇게 오랜 기간 다시 애를 써야 합니다. 막막하다고만 생각치 마세요. “언젠간 당신의 삶에도 태양이 뜰거야” 같은 값싼 위로를 전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부터라도 새로운 노력을 시작한다면 적어도 어제보단 나을 것이라는 사실을 그저 상기시켜드릴 뿐입니다.

"제가 30살 초반에 한달 월급 실수령액이 80만원이었습니다. 그 이후 몇 번의 이직 후에 4년 정도 다닌 회사에서는 30 대 후반 퇴사할 때 연봉 4000 턱걸이 했었구요. 지금은 대략 7천 초중반입니다. (...) 현실에 대해 낙담하시지 말고 묵묵히 걸어나가보세요. 현재 보여지는게 아니라, 마지막에 어떻게 되는가가 중요하더군요." (장비설계 A · 기계/금속/재료)
"어떻게 본인의 가치를 높일수있는지 성과를 낼수있는지 좀더 고민해보시고 환경에 순응하지마시고 도전을 해보세요. 저도 올해 마흔입니다. 중소기업이구요. 서른일곱에 2700 보다 적었습니다 마흔에 4500입니다. 내년은 앞자리 5는 찍을생각입니다." (푸키푸키 · 빅데이터/AI/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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