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시승] 확실한 승차감 차이, 제네시스 GV60


올해 현대차그룹 E-GMP 플랫폼을 쓰는 차세대 전기차가 연이어 등장했다. 현대 아이오닉 5, 기아 EV6가 대표적이다. 오늘은 제네시스 GV60(지브이 식스티)가 주인공이다. 국도와 고속도로 등에서 시승하며 GV60의 차별점을 또렷이 나눌 수 있었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제네시스, 강준기

최근 흥미로운 통계를 봤다.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가 2,500만 대에 달한다는 소식이다. 전기차의 ‘폭풍성장’이 한 몫 톡톡히 보탰다. 2018년 말 5만6,000대에서 2년 9개월 만에 20만2,000대로 뛰었다. 올해 9월 말 기준 누적등록 상위 모델을 보면, 코나 일렉트릭(33,201대, 16.5%)이 1위, 포터 Ⅱ(20,714대, 10.3%)가 2위, 테슬라 모델 3(20,351대, 10.1%)가 3위를 차지했다.

전기차 등록대수는 앞으로 더 큰 폭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메르세데스-벤츠 등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도 엔트리 EV 라인업을 선보이고 있다. 내년엔 폭스바겐도 국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다. 오늘 소개할 GV60은 아이오닉 5, EV6보다 상위에 자리하는 모델이다. 고급차 원하는 소비자를 겨냥하는 동시에, 수입차 이탈 고객은 막아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받았다.

또한, GV60은 기존 제네시스의 중후하고 권위적인 분위기를 벗어나, 브랜드 이미지를 확장할 주역이다. 배 나온 중년 아저씨들이 좋아하는 제조사가 아닌, 젊은 세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브랜드로 영토 확장을 꿈꾼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좋은 예다. 권위적인 S클래스부터, 톡톡 튀는 CLA‧GLA까지 촘촘하게 메뉴판을 짰다. BMW 1시리즈‧X2도 훌륭한 교보재 중 하나다.

①익스테리어




디자인 팀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GV60의 첫 인상은 EV6만큼 매혹적이진 않았다. 이른바 ‘두 줄’ 쿼드램프, 신규 크레스트 그릴, 기요세 패턴 심은 엠블럼 등 다양한 개성을 녹였지만, 역동적이진 않다. 매끈한 덩어리감을 강조한 차체는 우아함보단 다소 뭉뚝하다는 느낌을 준다. 다만, 신발은 무척 화려하다. 시승차는 거대한 21인치 휠과 미쉐린 타이어를 신었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515×1,890×1,580㎜. 아이오닉 5보다 120㎜ 짧고 25㎜ 낮다. 실내 공간 가늠할 휠베이스는 2,900㎜로 100㎜ 짧다. 차체 컬러는 8개의 유광 페인트와 3개의 무광 페인트 등 총 11가지 색상으로 나눈다. 시승차는 마테호른 화이트 사양으로, 매트한 색감이 눈에 띄었다. 전반적인 디자인 완성도를 평가하면, 난 아이오닉 5에게 한 표.

②인테리어




반면, GV60의 실내는 눈이 즐겁다. 화사한 네이비 색 가죽과 애로우 패턴 알루미늄 소재, 형광 스티치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지붕과 각 필러, 도어트림은 스웨이드를 씌워 고급스럽다. 가장 눈에 띄는 부위는 변속기. 이른바 ‘크리스탈 스피어’로, 시동 버튼을 누르면 구 모형이 회전하며 기어레버로 변신하다. 반대로 시동 끈 상태에선 은은한 불빛 감도는 오브제로 변신.


뒷좌석도 아이오닉 5, EV6와 비교해 확실한 차이를 뒀다. 플라스틱 소재를 찾기 힘들다. 몸이 닿는 대부분의 부위를 가죽과 스웨이드로 감싼 결과다. 또한, 방석 길이가 넉넉할 뿐 아니라 C타입 USB 포트 2개와 3단계 뒷좌석 열선 시트도 만족감을 높인다. 다만, 다리공간은 아이오닉 5, EV6와 비교해 소폭 작다. 2열 시트 슬라이딩 기능이 없는 점도 아쉽다. 트렁크 기본 용량은 432L로 아이오닉 5(531L), GV70(542L)보다 100L 이상 작다.

③파워트레인 및 섀시


GV60은 배터리 용량이 딱 하나다. 77.4㎾h로, 스탠다드 2WD / 스탠다드 4WD / 퍼포먼스 4WD 등 3가지 모델로 나눈다. 시승차는 가장 고성능 모델인 퍼포먼스 트림. 앞뒤 차축에 각각 160㎾ 전기 모터를 넣었다. 합산 최고출력은 320㎾. 마력으로 환산하면 426마력, 최대토크는 61.7㎏‧m에 달한다. 여기에 부스트 모드를 누르면 10초 동안 489마력으로 높인다.

지난번 시승한 EV6 GT-라인보다 한층 호쾌한 성능이다. 다만,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는 다소 손해를 봤다. 368㎞로, 성능보다 주행거리를 중요시 한다면 스탠다드 2WD 모델이 제격이다. 168㎾ 모터를 뒤 차축에 얹고 한 번 충전으로 451㎞를 달린다. 스탠다드 4WD 버전은 앞 74㎾, 뒤 160㎾ 모터를 품고 합산 최고출력 318마력을 뿜는다. 주행거리는 400㎞.

GV60이 밑바탕 삼은 뼈대는 현대차그룹의 E-GMP 플랫폼이다. 내연기관 골격을 개조한 G80 전동화 모델과 달리, 오롯이 전기차만 쓰는 뼈대다. 엔진 얹는 차와 비교해 보닛 길이가 짧고 앞뒤 바퀴 사이 거리가 길다. 대용량 배터리를 차체 밑바닥에 깔기 위한 설계다. 한 가지 재미있는 부분은 아이오닉 5와 같은 골격을 쓰면서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는 점이다.

④주행성능


GV60은 차에 타는 과정부터 재미있다. 출근할 때, 깜빡 잊고 차 키를 두고 나와도 괜찮다. 아이폰 잠금 해제하듯 B필러에 자리한 카메라가 운전자를 인식해 도어 잠금을 해제한다. 근적외선 방식을 쓰기 때문에 흐린 날씨나 야간에서도 인식율이 좋다. 운전석에 앉으면 자동으로 시트와 운전대 위치,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사이드미러 위치까지 ‘한 방’에 조절한다.

또한, 센터콘솔에 지문인식 버튼도 있다. 운전자 지문을 입력해두면, 다음에 차를 탈 때마다 지문 인증으로 시동을 걸 수 있다. 더욱이 차 내 간편 결제나 발레모드 해제 시 필요한 인증까지 수행한다. 즉, 얼굴 인식과 지문 인식 두 가지로 차의 모든 기능을 통제할 수 있다.

오늘 시승은 경기도 하남에서 출발해 국도와 굽잇길, 고속도로 등지에서 진행했다. 민감한 운전자가 아니더라도 아이오닉 5와 GV60의 차이는 단박에 알 수 있다. 움직임이 한층 깔끔하고 고급스럽다.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덕분이다. 포장상태가 고르지 못한 국도를 보드랍게 다듬는 감각이 좋다. 21인치 거대한 휠을 끼우고도 이러한 승차감을 만들었다는 점이 꽤 놀랍다.

다만, 운전이 즐거운 차는 아니다. 순수 ‘운전재미’ 측면에선 EV6가 더 자극적이다. 0→시속 100㎞ 가속은 정확히 4초에 끝낸다. 부스트 모드를 이용하면 489마력까지 출력을 높인다. 그러나 나긋나긋한 하체와 고성능 파워트레인의 궁합이 감칠맛 있게 다가오진 않는다. 따라서 짜릿한 주행을 원하는 운전자라면 EV6를 권하고 싶다. 325마력 내는 EV6 GT-라인이 가속과 선회 모두 더 즐겁다.

GV60이 가장 자신 있는 영역은 쭉 뻗은 도로를 편하게 크루징 할 때. 무거운 배터리팩이 차체 가장 낮은 부분에 있어 무게중심이 대단히 낮다. 고속주행 안정감은 내연기관차와 다른 레벨에 있는 듯하다. 시종일관 차분하고 안정적이다. 포근한 나파가죽 시트에 파묻혀 17개 스피커로 울리는 뱅앤울룹슨 오디오의 연주를 들으며 달리는 맛, GV60의 가치는 여기에 있다.

승차감뿐 아니라 방음 설계도 아이오닉 5, EV6보다 낫다. 브랜드 배지에 걸맞은 다양한 흡차음재를 심은 결과다. 또한, 노면 소음과 정반대 위상의 주파수를 스피커로 송출하는 능동형 소음 제어 기술 ANC-R도 한 몫 보탠다. 불쾌한 바람 소음과 타이어 소음을 틀어막은 까닭에 더욱 편하게 운전할 수 있다. 따라서 차의 성격상 퍼포먼스보단 스탠다드 트림이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초급속 충전기술은 아이오닉 5와 같다. 400V/800V 멀티 급속 충전 시스템을 담았다. 350㎾ 초급속 충전 시 18분 내에 배터리 용량 10→80%까지 채울 수 있다. 배터리 전원을 이용해 외부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V2L 기능 역시 챙겼다.

한 가지 차별화하는 부분은 무선 충전 기술이다. 제네시스는 올해 4분기부터 무선 충전 인프라 시범 사업에 GV60를 활용할 예정이다. 스마트폰처럼 전기차를 주차장에 세워두기만 해도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이다. 현재 판매 중인 모델에 적용한 건 아니지만, 앞으로 충전 편의성은 더욱 올라갈 전망이다.

⑤총평


제네시스의 두 번째 순수 전기차이자 첫 번째 전용 전기차 GV60. ‘60’이란 숫자가 암시하듯 이 차는 단순히 EV 신차를 넘어, 브랜드 진입문턱을 낮추고 젊은 세대까지 흡수해야 할 막중한 임무를 받았다. 벤츠 GLA, BMW X1과 경쟁할 세그먼트로 내연기관이 아닌 전기 SUV로 내놨다는 점이 좋다. 프리미엄 브랜드 가운데 시장 선점을 빠르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소 무거운 느낌이 있다. 다양한 신기술을 양껏 담았지만, ‘60’ 숫자에 걸맞은 ‘가벼움’ ‘경쾌함’의 가치를 더 살렸으면 어땠을까.

<제네시스 GV60>

*장점
1)포근하고 고급스러운 승차감
2)감각적인 실내 디자인과 소재 구성

*단점
1)다소 작은 트렁크 공간
2)400마력 대 성능을 지녔지만, 운전이 즐거운 차는 아니다.

<제원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