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시승] 본분을 지키다, 렉서스 ES300h 이그제큐티브


자동차 제조사가 신차 시승행사를 여는 이유는 딱 하나다. 각종 매체를 통해 새로 출시한 모델의 장점을 알리고, 이를 본 소비자의 구매욕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그런데 애써 홍보를 안 해도 꾸준히 팔리는 차도 있다. 렉서스의 중형 세단 ES도 그중 하나. 소소한 업데이트를 치르고 나온 신형 ES는, 여전히 수입 하이브리드 세단의 대표주자였다.

글 서동현 기자
사진 렉서스코리아, 서동현

‘홍보 없이도 인기가 많은 차’라는 의견은 근거 없는 추측이 아니다. 지난 8월, ES300h는 단일 트림 기준으로 하이브리드 수입차 판매량 1위에 올랐다(573대). 그 아래로는 유럽 제조사의 마일드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줄을 섰다. 전체 수입차 중에서는 8위를 기록했다. 렉서스 및 일본차 중 유일하게 ‘탑 10’ 성적을 꾸준히 유지하는 모델이다.

브랜드 내 판매 비중도 놀랍다. 올해 1~8월 국내 렉서스 판매량이 6,828대인데, 약 65%인 4,429대가 ES다. 오직 한 차종으로 이룬 성과다. 지난 3월, ES는 2001년 우리나라 땅을 처음 밟은 이후 누적 판매 5만 대를 돌파했다. ES는 늘 수요가 꾸준하다. 부드러운 승차감과 정숙성, 연비, 브랜드가 주는 신뢰성 등이 뭉쳐 독일차에 없는 ES만의 캐릭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① 익스테리어



외모 변화에는 큰 힘을 주지 않았다. 헤드램프 테두리 형상부터 그대로다. 대신 램프 속 주간 주행등과 방향지시등 위치를 재배치했다. 사다리꼴 LED 렌즈는 더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직사각형으로 바꿨다. 스핀들 그릴 속 빼곡한 알파벳 ‘L’들은 중심에 자리한 렉서스 엠블럼을 가리킨다. 눈치 빠른 사람만 알아챌 수 있는 디테일이다.

국내 최초로 출시한 ES 300h F 스포트에는 볼거리가 더 많다. 새까만 메시 타입 그릴을 달고, 범퍼 양쪽에 큼직한 공기흡입구를 마련했다. 안 그래도 날카로운 인상이 더 공격적으로 변했다. 그릴 테두리와 리어램프 사이를 잇는 크롬 장식은 어둡게 처리했다. 19인치 블랙 유광 휠도 고성능 분위기를 내는 주인공. 마지막으로 앞 펜더에 자그마한 ‘F’ 배지를 얹었다.

② 인테리어



구형과 신형 ES의 실내 사진을 두고 숨은 그림 찾기를 하면, 단박에 정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고급스러움은 여전하다. 손이 닿는 모든 가죽이 부드럽다. 팔을 걸칠 곳에는 굴곡 있는 독특한 선을 그었다. 도어트림과 스티어링 휠 림 안쪽은 어두운 톤 나무로 마감했다. 진짜 금속과 금속 느낌으로 꾸민 플라스틱 부품들은 시종일관 은은하게 빛난다.

가장 중요한 업데이트는 12.3인치 모니터에 있다. 지금까지는 화면 속 각종 기능을 건드리려면 기어레버 옆 패드를 마우스 쓰듯 조작해야 했다. 그러나 진짜 마우스와는 전혀 다른 조작감 때문에 호불호가 컸다. 이제는 터치 디스플레이를 받아들였다. 손 뻗기 편하라고 위치도 112㎜ 앞당겼다.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는 순간 그동안의 답답함이 싹 가셨다.

여전히 아쉬운 부분도 있다. 바로 계기판이다. 요즘에는 국산 준중형급 세단이나 SUV에도 풀 디지털 계기판이 들어간다. 화면 구성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어 다양한 정보를 띄우기 좋다. ES의 계기판도 디지털이긴 한데, 원형 다이얼과 왼쪽 화면을 완전히 분리한 탓에 활용성이 떨어진다. 투박한 아날로그 바늘도 프리미엄 세단 감성과 거리가 멀다.

F 스포트는 V10 수퍼카 LFA에서 영감을 얻은 슬라이딩 계기판을 가졌다. 운전대 위 버튼 하나로 중앙 다이얼을 밀고 당길 수 있다. 물론 위치만 바뀔 뿐, 드러나는 정보의 차이는 없다. 오히려 전용 스포츠 시트가 탐난다. 잠시 앉아보니,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옆구리와 어깨를 감싸준다. 생김새와 달리 쿠션은 폭신하다. 디자인과 기능 모두 뛰어나다.



‘수입 중형 세단의 뒷좌석 다리 공간은 동급 국산차보다 좁다’라는 인식이 있다. 세그먼트 대표 격인 E-클래스와 5시리즈는 뒷바퀴 굴림 특성상 2열 공간이 좁다. 앞바퀴를 굴리는 ES는 다르다. 독일 대표 2인방보다 휠베이스가 100㎜ 짧은데 뒷좌석이 훨씬 여유롭다. 레그룸 치수를 비교하면 제네시스 G80보다도 15㎜ 더 넉넉하다.

③ 파워트레인 및 섀시


ES300h의 보닛 아래에는 직렬 4기통 2.5L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 2개, e-CVT가 들었다. 합산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각각 218마력과 22.5㎏·m. 복합 연비는 1L 당 17.2㎞다(F 스포트 16.8㎞/L). 비결은 ‘직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 구동용 모터와 충전용 모터, 엔진을 각각 링기어와 유성기어, 선기어에 맞물렸다. 기어 뭉치는 ‘PSD(Power Split Device)’라고 부르는데, 방전과 충전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독특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플랫폼은 ‘GA-K’다. 뼈대에 구조용 접착제와 레이저 스크류 용접으로 비틀림 강성을 한껏 높였다. 트렁크와 2열 시트 사이에는 V 브레이스를 달았다. 부분 변경을 통해 리어 서스펜션 멤버 브레이스 설계도 바꿨다. 렉서스 글로벌 보도자료에 따르면, 단일 구조에서 2중 구조로 개선해 비틀림 및 횡방향 강성을 모두 챙겼다. 또한, 이그제큐티브와 F 스포트의 앞뒤 프레임에는 미세 진동을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퍼포먼스 댐퍼를 넣었다.

④ 주행성능

튼튼한 차체와 잘 조율한 서스펜션이 만나니, 도로에 나서자마자 ‘역시 ES’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다가오는 모든 요철을 성심성의껏 처리한다. LS처럼 구름 위를 떠가는 승차감은 아니다. 서스펜션이 각 바퀴와 차체 사이를 아주 적당한 힘으로 쥐고 있어, 큼직한 노면 정보는 운전자에게 솔직히 전달한다. 승차감과 안정성을 모두 챙기려는 의도를 알 수 있다.

덕분에 코너를 돌아나갈 때, 차체는 큰 휘청거림 없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운전대를 따라 앞머리 돌리는 속도도 재빠르다. 모든 움직임이 ‘의외’의 연속이다. 느긋한 하이브리드 시스템 말고, 306마력 V6 파워트레인이 새삼 궁금할 지경이었다. 참고로 북미 시장에는 ES300h 외에 ES250과 ES350 등 두 가지 가솔린 모델도 판매한다.

직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직결감’이 좋다. 혼다의 i-MMD 시스템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확실하다. i-MMD는 직렬 하이브리드로, 엔진이 바퀴 구동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모터 효율이 낮은 고속에서만 클러치를 통해 동력을 보낸다. 따라서 엔진 회전수와 가속력 사이의 이질감이 컸다. 반면 렉서스의 직병렬 하이브리드는 PSD를 통해 엔진과 모터 힘을 한 번에 쏟아 부어 어색함이 한결 적다.


연비는 어떨까. 서울 양재동에서 영종도를 오가며 달성한 연비는 1L 당 20㎞를 훌쩍 넘어섰다. 고속도로 위주였지만, 급가속을 여러 차례 반복해 생각보다 낮은 수치가 나왔다. 시승 당일 ‘연비 왕’은 복합 연비가 무색할 정도인 29.6㎞/L를 찍기도 했다. 다만 높은 연비는 이제 ES만의 장점은 아니다. 배기량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요즘 국산 하이브리드 세단은 더 단순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고 복합 연비 18㎞/L쯤은 손쉽게 넘나든다.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RCC)’의 도움은 쏠쏠했다. 차선 중앙 유지 능력이 믿음직해 장거리 운전 부담이 확 줄어든다. ‘주차 보조 브레이크(PKSB)’는 사물과 차는 물론 보행자까지 인식한다. 실제로 목적지에서 후진으로 주차할 때 뒤에서 다가오는 사람을 재빨리 감지해 제동을 걸었다. 이 밖에도 교차로 긴급 제동 보조와 긴급 조향 어시스트 등 다양한 안전 장비를 보강했다.

⑤ 총평

그야말로 하이브리드 세단의 ‘정석’이다. ES를 한 번 경험한 소비자가 헤어 나올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연비나 승차감, 정숙성, 실내 소재 등 어느 하나 나무랄 데가 없다. 계기판에 대해 아쉬운 소리를 했지만, 실제 구매자에게는 치명적 단점도 아니다. 이제는 F 스포트까지 선보이며 더 낮은 연령대의 수요도 노린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신형 ES의 인기가 꾸준히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제원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