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고 복 누리시라' 100번 반복..문자에 녹인 희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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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도’의 재발견
우리 민화(民畵) 알리기에도 진력해 온 서울 삼청동 현대화랑이 2018년 ‘민화, 현대를 만나다’를 잇는 후속전으로 ‘문자도, 현대를 만나다’(9월 14일~10월 31일)를 시작했다. “근현대 미술을 50년간 다뤄 오면서 과연 가장 한국적인 그림이 어떤 것인지를 늘 생각해 왔다”는 박명자 현대화랑 회장이 조형적으로 탁월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조선 후기 문자도 11점과 현대 미술가 3인의 문자도 응용 작품 13점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다.
문자도(文字圖)는 말 그대로 문자를 이미지로 표현한 그림이다. 문자이면서 그림이고, 그림이면서 문자다. 조선 시대 문자도는 크게 ‘길상(吉祥)문자도’와 ‘유교(儒敎)문자도’로 나뉜다. 길상문자도는 행복의 복(福), 출세의 녹(祿), 장수의 수(壽)자를 그린 그림으로, ‘복’자와 ‘수’자를 다양한 모양으로 각각 100번씩 쓴 ‘백수백복도’가 대표적이다.
문자이면서 그림이고, 그림이면서 문자
![문자도(19세기·부분), 8폭 병풍, 종이에 채색, 각 62x32.5㎝. [사진 현대화랑]](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109/25/joongangsunday/20210925002101522wonv.jpg)
유교문자도가 주로 병풍으로 제작된 것도 흥미롭다. 정 교장은 “병풍은 생활 속에서 요긴한 도구이면서 양반의 상징이었다”며 “조선 후기 서민 계층이 성장하면서 서민들의 양반 문화에 대한 동경이 유교문자도 성행의 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유교문자도의 각각의 글자에는 관련된 전설과 설화, 상징 동식물의 문양이 빼곡하게 들어있다. 가장 먼저 시작되는 글자인 ‘효’의 경우, 추운 겨울에 어머니가 생선을 먹고 싶어 하자 얼음을 깨뜨려 고기를 잡은 왕상의 설화나 병든 어머니를 위해 한겨울에 죽순을 찾아 치료한 맹종의 설화 속 상징물을 그리는 식이다.
![문자도(19세기 후반·부분), 8폭 병풍, 종이에 채색, 각 61x36㎝. [사진 현대화랑]](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109/25/joongangsunday/20210925002103834kipc.jpg)
![손동현 작가의 ‘SCARLET CRIMSON’(2019~2020), 130x194㎝. [사진 현대화랑]](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109/25/joongangsunday/20210925002106121desu.jpg)
미술평론가 안현정은 문자도의 확장성에 주목한다. “일제강점기 이후 실생활에 쓰이는 실용적 홍보성과 판화 형식의 인쇄술까지 도입해 대량생산 방식과 결합했는데, 이는 다른 전통회화가 서구화된 감각에 적응하지 못한 채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한 것과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산업화·도시화에 따른 모던한 근대 감각과 잘 맞아떨어지는 ‘세련된 개방성’을 지닌 우리의 문자도는 중국·일본·베트남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보아도 문자의 자획이 상당히 독특해 세계 어디에서도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자유로운 상상력 현대 계승 모색할 때”
![신제현 작가의 ‘문자경(文字景·부분)’(2021), 캔버스에 아크릴, 투명 아크릴 판 위에 아크릴, 각 92x66㎝ (8폭). [사진 현대화랑]](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109/25/joongangsunday/20210925002107474syil.jpg)
정 교장은 “문자도는 애초에 그 문자가 가진 주술적인 영험에서 비롯된 그림”이라며 “길거리 벽화를 지칭하는 그래피티(Graffiti)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끄는 것처럼 자유로운 상상력이 담긴 문자도를 현대에 계승할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관람은 온라인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성인 3000원.
정형모 전문기자/중앙 컬처&라이프스타일랩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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