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펜트하우스
[경향신문]

국내 아파트 거래가격이 100억원을 넘어섰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올해 들어 전국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아파트는 지난 3월 거래된 서울 청담동 ‘PH129(더펜트하우스 청담)’ 전용면적 273㎡형으로 115억원이었다. 2014년 65억6500만원을 시작으로 지난해 77억5000만원까지 7년 연속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최고를 기록했던 서울 한남동 ‘한남더힐(전용 243㎡형)’은 4위권으로 밀려났다. 더펜트하우스 청담 273㎡형의 2017년 분양가는 80억원대 중반에서 130억원대 초반이었다. 분양가 200억원으로 알려진 최상층 407㎡형 펜트하우스 2가구는 올해 공시가격이 163억2000만원으로 국내 아파트 중 최고가였다.
고층 건물 꼭대기층에 위치한 펜트하우스는 웬만한 자산가는 넘보기 힘든 고가 주거지다. 단독에 비해 관리하기 편하고 사생활도 철저히 보호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 덕분에 빌딩 한 채에 맞먹는 초고가임에도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 선수, 고소득 개인사업자 등이 찾는다.
한국 부자의 자산 구성은 보통 부동산이 전체의 절반을 약간 웃돈다. 100억원짜리 주택에 산다면 금융자산도 그만큼 될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KB금융경영연구소의 ‘한국 부자보고서’를 보면 금융자산이 100억원 이상인 부자는 3만명을 웃돈다. 현재 매매가격이 100억원 이상인 아파트는 더펜트하우스 29가구와 한남동 ‘파르크한남’ 17가구 등 46가구뿐이다. 자금력을 갖춘 유효수요가 훨씬 큰 셈이다.
서울 중소형(전용 60㎡ 초과 85㎡ 이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지난 6월 10억원을 넘어섰다고 언론이 요란하게 보도했다. 국토부의 주거실태조사에서 무주택 세대주가 처음 집을 마련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7.7년으로 늘었다는 결과도 비중 있게 전했다. 언론이 전한 사실은 보통사람의 삶과 관련된 것이고, 펜트하우스는 그와 동떨어진 드라마 같은 이야기일 수 있다. 내년에는 더펜트하우스 청담 가격을 뛰어넘는 아파트가 나온다. 그 인근에 짓는 ‘에테르노 청담’ 최상층 슈퍼 펜트하우스 469㎡형 가격이 300억원이라고 한다. 평범한 젊은이는 펜트하우스에서 살 꿈조차 꿀 수 없는 세상이 돼 가고 있다.
안호기 논설위원 haho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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