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 위배 알면서도 조례 개정 강행한 인천시의회

고석태 기자 입력 2021. 10. 2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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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의회가 실제로 시행되기 어려운 조례의 의결을 강행해 논란을 빚고 있다. 시민단체에서는 내년 선거를 앞두고 민감한 현안에 대해 책임을 회피한 결정이란 비판이 나온다.

인천시의회 본회의장 모습./조선일보 DB

인천시의회는 20일 열린 제274회 임시회 5차 본회의에서 안병배 의원(더불어민주당·중구1)이 대표 발의한 ‘인천시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참석 의원 전원의 찬성으로 의결했다.

개정안은 인천 지하도상가의 전매(양도·양수) 및 전대(재임대) 금지 유예기간을 기존 2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행정 재산인 지하도상가를 일반 재산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례가 시행되면 관내 지하도상가 3474개 점포 상인들은 향후 3년간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영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조례안은 당장 시행이 불투명하다. 집행부서인 인천시가 이미 “조례안이 통과되면 재의를 요청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인천시 조성표 교통건설국장은 지난 14일 열린 시의회 상임위 회의에 나와 “유예기간 연장 등의 내용은 상위법인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위반된다. 개정안이 의결될 경우 재의 요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하도 상가를 매각이 가능한 일반 재산으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상위법 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인천시는 지방자치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행전안전부에 보고하고 행안부 유권 해석에 따라 재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시의회는 지난해 1월에도 유예기간을 5년으로 연장하는 개정안을 의결했지만 재의 절차를 거치며 2년으로 축소됐다. 당시에도 인천시는 행안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했고, 행안부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위반이라는 의견을 냈다.

인천 지하도상가 전매·전대 문제는 이미 오래 전에 위법으로 결론이 났다. 인천시는 2002년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를 제정해 전대를 허용했으나, 2006년 국회가 행정 재산의 전대를 금지하는 내용의 공유재산 물품관리법을 제정함으로써 ‘불법 조례’가 됐다. 이후 2007년 행정자치부, 2011년 국민권익위 등으로부터 여러 차례 해당 조례 개정을 요구 받았지만 인천시의회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인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측은 “시의회가 인천시의 재의 요구를 예상하고도 개정안을 처리한 것은 지하도 상가 유권자들을 의식한 매표행위”라며 “시의회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상가 임차인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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