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김기범 편집장( ceo@roadtest.kr)
사진 서동현 기자
렉서스의 시작을 이끈 기함
“기간과 비용 개의치 말고, 세계 최고의 차를 개발하세요.” 1983년 8월, 도요다 에이지 회장의 주문이 떨어졌다. ‘서클 F 프로젝트’가 싹을 틔운 순간이었다. 디자이너 60명, 엔지니어 1,400명, 기술자 2,300명, 지원인력 220명을 투입했다. 프로토타입만 450대로, 100여 대는 충돌시험으로 박살냈다. 나머진 전 세계를 돌며 270만㎞의 시험주행을 거쳤다.

1세대 LS의 치프 엔지니어(CE)는 스즈키 이치로. 그가 세운 목표는 아찔했다. 경쟁자들이 최고시속 220㎞를 낼 때 시속 250㎞를 내고, 9.5㎞/L의 연비로 8.5㎞/L에 못 미치는 라이벌을 누를 심산이었다. 시속 97㎞ 주행 시 실내 소음은 58㏈. 경쟁 모델은 60㏈이었다. 각각 생각해도 어려운 과제인데, 하물며 이를 동시에 이루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결국 해냈다. 1989년 5월 등장한 렉서스 LS400은 어떤 경쟁자도 엄두내지 못한 탁월한 품질로 압도하며 순식간에 시장을 삼켜나갔다. 품질을 보여주는 대표적 일화(광고)가 있다. 렉서스는 LS400 보닛 위에 와인 잔을 쌓고 출력 계측기 위에 올라 계기판 바늘이 시속 240㎞를 넘기도록 뒷바퀴를 굴렸다. 하지만 와인 잔속의 물은 출렁이지 않았다.
당시 LS400과 라이벌의 비교시험을 진행한 ‘오토모티브 마케팅 컨설턴츠(AMCI)’의 평가는 이례적이었다. “여러 차종을 동시에 비교하면서 한 대가 월등히 뛰어난 적은 지금껏 없었어요.” 1990년 6월 기준, LS 구매자의 45%가 기존에 타던 유럽차를 팔고 렉서스를 골랐다. 렉서스는 미국에서 1세대 LS를 앞세워 단숨에 프리미엄 브랜드 반열에 올랐다.

이후 렉서스 LS는 1994년 2세대(XF20), 2000년 3세대(XF30), 2006년 4세대(XF40)로 진화를 거듭했다. 국내엔 3세대부터 공식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LS는 개발명 ‘XF50’의 5세대로, 2017년 말 데뷔했다. 2020년엔 헤드램프 윤곽 다듬는 성형을 포함한 업데이트를 거쳤다. 이번 <로드테스트> 시승엔 하이브리드 버전인 LS 500h를 준비했다.
국내에서 유독 저평가된 LS

한편, ‘별들의 전쟁’이 변곡점을 맞았다. 2015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주요 프리미엄 브랜드 기함의 미국 시장 판매량을 집계해봤다. 시장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과 반도체 수급난은 이 같은 추세에 가속을 붙였다. 테슬라 모델S의 약진 또한 눈여겨 볼만하다. 저울질한 경쟁 차종을 매년 집계마다 압도했다. 트렌드 세터이자 게임 체인저다.
테슬라 모델S를 제외하면,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존재감은 흔들림 없이 우뚝하다. 집계기간 중 단 한 번도 선두를 놓친 적 없다. 눈에 띄는 차종은 렉서스 LS다. 2021년 1~3분기 총 3,457대로, S-클래스(9,184대)와 모델S(7,857대), 7시리즈(5,986대)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아우디 A8과 재규어 XJ는 각각 1,762대, 28대로 존재감이 희미했다.

시선을 국내로 돌리면 흥미로운 양상이 펼쳐진다. 올해 같은 기간 S-클래스는 6,792대 팔려 인구가 6배 넘는 미국을 바짝 뒤쫓았다. 7시리즈와 A8은 각각 2,132대, 822대로 미국의 절반 정도. 사실상 단종한 XJ는 9개월 동안 단 두 대 팔려 통계적 의미가 없었다. 가장 의외의 실적은 LS로 단 185대다. 전체 수입 신차 판매의 0.01%에도 못 미쳤다.

(출처: https://www.goodcarbadcar.net *2021년: 1~3분기)
렉서스의 LS와 LC 전용 플랫폼

5세대 LS의 플랫폼은 ‘GA-L’이다. 렉서스가 LS와 LC를 위해 새로 개발한 밑바탕이다. 출시는 LC가 좀 더 빨랐다. 렉서스는 LS 플랫폼을 먼저 만든 뒤 줄여서 LC를 만들었다. LS의 휠베이스는 LC보다 255㎜ 더 길다. 러기지 플로어도 LS 전용.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 확보를 위해서다. 참고로, 토요타 브랜드에선 크라운과 미라이가 이 플랫폼을 쓴다.
렉서스는 신형 LS의 뼈대를 짜면서 뒤쪽에 집중했다. 뒷좌석 중요성이 높은 기함인 까닭이다. 특히 각종 장비를 더하면서 LS는 LC보다 뒷바퀴에 더 많은 하중을 짊어졌다. 따라서 뒤 서스펜션 타워의 강성을 높였다. 구체적으로, LC는 철판을 펀치로 눌러 모양내는 ‘딥 드로잉(Deep Drawing)’ 방식. 반면 LS는 알루미늄 합금을 주조해 만들었다.

‘GA-L’의 핵심은 ①저중심 차체, ②최적의 중량배분, ③차체 경량화, ④강성 극대화의 4가지. 차체 길이는 5,235㎜로 4세대 롱 휠베이스보다도 25㎜ 길다. 자세는 낮췄다. 지붕은 5㎜, 보닛과 운전석은 30㎜, 트렁크 도어는 40㎜ 더 납작하다. 동시에 엔진룸의 워셔액 탱크는 870㎜ 뒤로 밀고, 하이브리드 배터리는 95㎜ 앞으로 당겨 무게를 중심으로 모았다.
렉서스는 5세대 LS의 차체강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단단한 차체는 운동성능뿐 아니라 안전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 예컨대 구조용 접착제를 86m나 쓴다. LC보다 13m 더 썼다. 용접은 렉서스의 상징 중 하나인 ‘레이저 스크류 웰딩(Laser Screw Welding, 이후 LSW)’ 공법을 썼다. 레이저를 소용돌이처럼 돌려 깊숙이 녹여 붙이는 기술이다.

4세대 때 보닛에만 썼던 알루미늄 합금은 이제 펜더와 도어, 트렁크 리드까지 넓혔다. 고장력 강판 사용비율은 31%로 두 배 이상, 비틀림 강성은 1.8배 높다. 차체 변형과정도 달라졌다. 기존엔 비틀림을 버티다 확 변형되었는데, 신형 LS는 LSW와 굴곡부 결합 효율 향상 등의 요인 덕분에 더 강력히 버틴다. 비틀림 역시 급작스럽게 진행되지 않는다.
4도어 쿠페에 가까운 비율

‘관능적 매력과 존재감(Sensual Aggressive).’ ‘프로젝트 치프 디자이너(이후 PCD)’ 스가 코이치가 밝힌 이번 LS 디자인의 지향점이다. 그는 1967년생으로, 1988년 토요타에 입사해 미국 유학 및 유럽 스튜디오 주재원으로 경험을 쌓았다. 2004년 귀국해 토요타 iQ와 오리스를 그렸고, 2010년 렉서스 4세대 LS 마이너 체인지와 4세대 RX를 디자인했다.
PCD는 한 차종의 기획부터 양산까지 디자인 전 과정을 책임지는 기획자. 따라서 PCD의 철학은 해당 차종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는 ‘직접 가서 보라’는 토요타의 ‘겐지겐부츠(現地現物)’ 원칙에 따라 미국을 찾아 딜러와 소비자 의견을 들었다. 결과는 명징했다. 고객들은 변화를 원했다. 그는 1985년생인 디자이너 가나스기 쓰네요를 불러들였다.
이후 ‘관능적 매력과 존재감’이라는 테마에 맞춰 각 디자인 팀에 신형 LS의 디자인을 주문했다. 스가 코이치 PCD, 렉서스 디자인부, 미국 디자인 스튜디오(칼티), 토요타 본사 소속 유럽인 디자이너가 각각 낸 4가지 콘셉트를 저울질했다. 이 중 스가 코이치 PCD의 안이 선정됐다. 미국 칼티의 제안은 너무 스포티했고, 나머지 두 스케치는 너무 중후했다.



이번 LS는 4도어 쿠페에 가까운 스타일을 자랑한다. 보닛과 휠베이스를 늘리고, C필러를 늘어뜨려 날렵한 이미지를 구현했다. 하지만 실내 공간은 이전보다 넓다. 비율이 관능적 매력이라면, 디자인은 존재감을 만든다. 아름다움 속에 디테일을 숨겼다. 도어 유리와 프레임의 단차를 최대한 없앤 ‘플러쉬 서피스(Flush Surface) 윈도’가 대표적 사례다.

5세대 LS 디자인의 화룡점정은 그릴이다. 디지털 모델러가 ‘CAD(컴퓨터 지원설계)’로 수개월 동안 빚은 결과다. 마름모꼴 격자를 기준선에 맞춰 하나씩 놓고, 5,000개 넘는 단면을 다듬어 완성했다. 외부의 물체와 닿을 수 있는 그릴 부위를 매끄럽게 둥글리는 등 안전까지 세심하게 고려했다. 결과는 놀랍다. 빛에 따라 변화하는 듯한 생동감을 지녔다.
대척점 이룬 성향의 앞뒤 공간

신형 LS의 실내를 아우른 디자인 테마는 ‘진보적 편안함(Progressive Comfort)’. ‘인테리어 치프 디자이너(ICD)’ 야마모토 케이가 총괄했다. 그는 1968년생으로, 1992년 토요타에 입사했다. 그는 유럽 주재원으로 근무한 후 복귀해 프리우스 α(알파), 86 등 토요타 주요 모델의 실내를 그렸다. 2013년 렉서스로 옮겨 이번 LS 실내 디자인을 맡았다.
그는 일본 자동차 전문지 <모터팬>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조사차 들렸던 미국 댈러스(Dallas)의 오페라 하우스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입체적인 부조 새긴 벽을 둥글게 두른 실내에서 한가로이 시간 보낼 수 있는 곳이죠. 이처럼 현대적이면서 여유로운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여기에 부드러운 빛을 더해 일본적 요소도 표현하기로 했습니다.”


신형 LS의 실내 디자인은 수평에 바탕을 둬 넓어 보이고 안정감을 준다. 또한, 실내 전체를 감싸는 흐름을 강조했다. 가령 중앙의 12.3인치 대형 모니터를 디자인적으로 강조하지 않고, 송풍구는 마그네슘으로 만든 벤트그릴 안에 숨겼다. 5세대 LS 실내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①앞뒤 상반된 성격의 조화, 그리고 ②편의장비의 전 좌석 확대 적용이다.



실제로 앞좌석은 LC 못지않게 스포티하고, 뒷좌석은 경쟁사의 4도어 쿠페에선 상상도 못할 만큼 호화롭고 기능적이다. 에어 포켓으로 어깨부터 대퇴부까지 아우르는 마사지와 승객 체온감지 및 온도조절 기능을 기존 뒷좌석에서 앞좌석까지 넓혔다. 역발상도 서슴지 않았다. 통풍 기능이 대표적이다. 이전엔 바람을 뿜었는데, 이젠 포르쉐처럼 빨아들인다.


모든 좌석은 터치스크린으로도 조정할 수 있다. 시트의 바느질 간격은 기존 5㎜에서 3.5㎜로 좁히고, 가죽 이음매 부위를 두들겨 가공해 매끈히 이어 붙였다. 뒷좌석 등받이는 48°까지 기울일 수 있다. 실내는 간접 조명으로 그윽한 분위기를 더했다. 에어 서스펜션은 지상고를 탈 때 30㎜, 내릴 땐 10㎜ 높인다. 4세대보다 30㎜ 낮춘 차고를 감안한 배려다.
렉서스 하이브리드 기술의 정점


‘하이브리드 기술의 집대성’. 렉서스는 5세대 LS 500h의 ‘멀티 스테이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이렇게 정의한다. V6 3.5L 가솔린 엔진(8GR-FXE)에 전기 모터 두 개를 더했다. 엔진은 최고출력 299마력(6,600rpm), 최대토크 36.3㎏·m(5,100rpm)를 낸다. 최대회전수를 6,600rpm까지 높였다. 4세대 LS 600h의 최대 엔진회전수는 6,000rpm이었다.
전기 모터는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30.6㎏·m을 낸다. 이 둘을 합쳐 시스템 출력 359마력을 낸다. 기존 e-CVT엔 아이신제 자동 4단 변속기를 추가로 더했다. e-CVT로 3개의 가상 기어, 자동변속기의 1~3단까지 맞물려 총 9단을 만들었다. 자동변속기의 4단은 10단을 맡는다. 따라서 운전자는 손수 ‘모의 10단’을 리듬감 있게 주무르며 달릴 수 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핵심부품인 배터리는 3.7V 셀을 84개 엮은 리튬 이온으로 바꿔 뒷좌석 뒤에 숨겼다. 기존 니켈보다 부피가 20% 작고 무게도 가볍다. 덕분에 트렁크 안쪽을 95㎜ 더 캐빈 쪽으로 밀어 넣을 수 있었다. 그 결과 370L(LS 600h)였던 트렁크 용량을 60L 더 넉넉한 430L로 키웠다. 렉서스 측은 “골프백 4개를 실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렉서스의 4세대 기함 600hL은 ‘반전매력’ 있는 차였다. 바로 운전재미다. V8 5.0L 엔진(394마력)에 전기 모터 두 개(224마력)를 물려 시스템 출력 445마력을 냈다. 2011년 국제시승회에서 처음 탔는데, 출장 전 장소를 듣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한때 일본 F1 치른 오카야마 서킷이었다. 몰아보고 비로소 렉서스의 의도를 이해했다.
LS 600hL은 인제 스피디움 뺨치게 높낮이 차이 심한 코너를 기대 이상 맹렬히 헤집었다. 넉넉한 배기량에 뿌리를 둔 풍성한 파워와 전기 모터 특유의 ‘즉각 토크’는, 연비를 의식한 235/50 R 18 타이어의 한계를 넉넉히 압도했다. 5세대 LS 500h도 비슷했다. 굽잇길에서 진가를 드러냈다. 스타일이 암시하듯 운전의 손맛을 한층 뾰족이 강조한 결과다.
타이어 성큼 넘어선 섀시 성능

엔진을 ‘다운사이징’한 결과 LS 500h의 파워는 600hL에 못 미친다.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 개선을 위한 타협이었다. 덩치를 키우면서 무게 또한 10㎏ 늘었다. 반면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LS 600hL은 시속 120㎞를 넘어야 엔진의 최고출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따라서 급가속 땐 전기 모터가 총대를 메고, 엔진이 살짝 힘을 보탰다.
반면 ‘멀티스테이지 하이브리드’는 자동 4단 변속기를 더해 시속 60㎞부터 엔진 힘을 바닥까지 긁어 쓸 수 있다. 그 결과 급가속 때 엔진과 전기 모터의 역할이 거의 대등하다. 제원 상 0→시속 100㎞ 가속 시간은 5.5초. 445마력의 LS 600hL과 같다. 우리가 계측한 결과는 평균 6.53초. 성인 두 명과 촬영 장비를 감안하면 렉서스의 주장을 수긍할 만했다.


한편, 엔진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사운드는 LS 600hL보다 두드러진다. 그런데 V6의 음색은 V8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렉서스가 고안한 묘안은 ‘스포츠 S+’. 오직 이 모드에서만 사운드 제너레이터로 V8 모창을 하고, 650단계로 실시간 감쇠력 제어하는 에어 서스펜션과 전기식 스티어링 휠의 답력을 가장 바짝 조여 비장한 스포츠 쿠페로 빙의한다.
가혹한 굽잇길과 급진적인 스포츠 S+ 모드의 만남은 극적이었다. 드라마틱한 상황에서도 LS 500h는 변함없이 부드럽고 깍듯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선한 결과 조작과 반응의 괴리를 줄였다. 서로 다른 방향의 움직임도 우아하고 매끈하게 이어 나갔다. 앞머리 움직임과 꽁무니 추종성도 4세대보다 민첩했다. 운전감각을 간추릴 단어는 ‘깔끔함’이었다.

LS 500h의 섀시 성능은 245/50 R 19의 브리지스톤 런플랫 타이어를 성큼 웃돈다. 사륜구동 시스템은 렉서스 하이브리드 차종 중 유일한 기계식인데, 이른 아침 싸늘히 식은 노면을 슬쩍슬쩍 미끄러져 가며 접지력을 분주히 헤아렸고 악착같이 챙겼다. 전후 토크 배분은 40:60을 기본으로, 가속 시엔 31:69~48:52, 감속 땐 50:50~30:70까지 바꾼다.
치우침 없이 균형 이룬 상품성

승차감은 운전 모드에 따라 ①컴포트와 ②에코 및 노멀, 스포츠 S, ③스포츠 S+ 등 크게 세 가지다. ②번을 기준으로, 위아래 변화의 폭이 상당하다. ③번이야 어차피 이성을 살짝 놓는 모드니 논외로 치고, ①번이 의외다. 대륙횡단에 어울릴 만큼 서스펜션의 진폭과 여진이 큰 편이다. 앞좌석에선 편안한 반면, 뒷좌석에선 성향에 따라 멀미날 수도 있다.
②번의 승차감은 흠잡을 데 없이 정갈하다. 다만 감쇠력 제어로 가공한 느낌이다. 에어 서스펜션 쓰면서도, 코일 스프링의 자연스러운 감성을 재현한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와 대조적이다. 핸들링은 BMW 7시리즈만큼 정밀하진 않다. 렉서스 LS 500h의 전반적 운전감각은, 독일 프리미엄 삼인방 가운덴 편집증적으로 무결점 좇는 아우디 A8에 가깝다.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가 있더라고요.” 15년 전, 일본 토요타 본사 기자간담회 때 당시 렉서스 기술개발센터 총괄 요시다 다케시 상무가 한 말이다. “한 세기 안팎 역사 뽐내는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의 방식을 흉내 내선 결코 그들을 이길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강조했다. “그래서 결심했죠. 우리가 진짜 원하는 고급차를 만들겠다고.”
그때가 4세대 LS 460 출시 직후였다. 최선을 다해 만들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판매를 보고, 관점과 접근방식을 바꾼 계기였다. 이후 렉서스의 새로운 시대를 정의할 키워드는 ①정열적인 디자인과 ②감성적인 주행, ③최신 기술, ④일본 장인의 솜씨 등 네 가지다. 렉서스는 이 같은 꿈을 함축할 용어로, ‘새로운 챕터(The New Chapter)’를 골랐다.

LS 500h가 그 생생한 사례다. 호화 뒷좌석을 유지하되 외모와 성향 모두 오너드라이버에게 어울릴 기함으로 거듭났다. 품질집착을 넘어 전통공예품 같은 감성과 차진 손맛을 더했다. 그 결과 LS 500h의 가치를 소유에서 경험으로 확장시켰다. 무엇보다, 정상을 갈망하는 강박과 치열함으로 가득하다. 이 사실만으로도, LS 500h를 주목할 가치는 충분하다.
좋아요
① 렉서스 특유의 부드러운 승차감
②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운전감각
③ 공예품처럼 섬세하고 아름다운 실내
싫어요
① 한 세대 전 느낌의 후방 카메라 화질
② 기대와 환상엔 못 미치는 연비
③ 다소 분주하고 소란스러운 에코 모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