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정 불만 없는 경기를 위하여' U리그 선수 출신 심판이 알려주는 심판 이야기

(사진=본인제공, 출처=KUSF 차화진 기자)

[KUSF=김기범 기자] 경기 중에 선수들을 그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심판이다. 특히, 축구 심판은 공의 움직임에 따라 선수들과 함께 쉴 새 없이 경기장을 뛰며 그 어떤 종목보다 경기에 깊게 참여한다. 또한, 경기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그 누구보다 선수들과 자주 소통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바로 축구 심판이다. 그렇기에 때로는 판정에 불만을 가지는 선수 혹은 코치진과 마찰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아마 몇몇 선수들은 가끔 심판들이 선수인 자신들의 마음에 공감하지 못하리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심판이 선수로 뛴 경험이 있다면 어떨까? 아마 비선수 출신 심판들보다는 선수의 심리를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 대학생 시절 U리그 선수로 뛰다가 심판이 되어서 다시 대학 축구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심판이 있다. 비록 선수는 아니지만, 심판으로서 계속해서 축구계에서 활동을 이어나가며 선수 시절 경험을 살려 공정한 경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인 원명희 심판과 인터뷰를 가져봤다.

※ 본 인터뷰는 비대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Q. 먼저 본인 소개 한번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대학교 3학년까지 축구 선수로 뛰다가 이후 심판의 세계에 입문하여 현재 6년째 축구 심판으로 활동 중인 원명희라고 합니다.

Q. 원래 대학 축구 선수로 활동했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심판으로서의 삶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U리그에서 계속 선수로 뛰다가 대학교 3학년 때 선수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해보려 했는데 저의 형한테 심판을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재학 중이던 경희대에서 심판 자격증을 얻고 심판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심판을 계속하려는 생각이 크지는 않았는데 초등학교 경기에서 저의 몇몇 판정 실수들로 인해 어린 선수들이 우는 것을 보고 선수들이 제 판정 때문에 슬퍼하는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각오와 함께 본격적으로 심판의 삶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Q. 심판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을 간단하게 소개해줄 수 있을까요?

A. 일단 심판이 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축구, 즉 규칙을 잘 알아야 하고, 선수들과 같이 뛸 수 있는 체력이 밑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5급부터 1급까지 심판 자격증이 있었는데, 제가 처음에 땄던 4급의 경우 400m 달리기 3바퀴, 40m 왕복달리기 6번의 체력 시험을 통과하고 필기시험에서 60점을 이상 얻어야 자격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후 급수가 올라갈 때마다 두 시험 모두 난이도가 증가하고 2급에서 1급으로 진급하기 위해서는 실기 시험도 추가되는데, 부심과 주심으로 각각 3경기의 임무 수행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또한, 일정 기간 동안 경기 출전 수를 충족해야 다음 시험에 대한 자격이 주어집니다. (혹시 급수별로 맡을 수 있는 경기 범위에 대해서 얘기해주실 수 있나요?) 일단 4급의 경우 초등학교, 중학교 경기 부심을 맡을 수 있고 3급은 중학교 주심, 고등학교 경기 부심을, 2급의 경우 대학교 부심까지, 1급은 모든 경기의 주심을 맡을 수 있지만, 경험이 많을수록 더 상위 무대의 경기를 맡는 편입니다. 저는 작년에 1급 자격증을 획득해 주로 대학교 경기에서 활동하지만, 가끔 프로팀 연습 경기에서도 심판을 맡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이런 과정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험은 무엇이었나요?

A. 저는 필기시험이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특히, 자주 일어나지는 않지만, 경기장 안에서 일어날 수는 있는 특수한 상황에 대한 문제들이 어려웠던 것 같네요.

Q. 혹시 심판으로서 한 경기를 뛰면 보통 얼마나 뛰시나요?

A. 일단 저희 심판들은 기본적으로 손목에 차는 시계를 통해 활동량, 호흡수, 맥박을 측정하는데 주심의 경우 평균적으로 8~9km 정도 뛰고 많이 뛰면 10km를 넘게 뛰는 것 같습니다

Q. 그렇다면 시험에 붙고 난 이후 체력 관리도 중요할 것 같은데, 심판이 되고 난 이후에도 따로 정기적으로 받는 테스트가 있나요?

A. 일단 필기 영역의 경우 매년 정기적으로 시험을 치르지는 않지만, 시험을 볼 수 없는 기간 동안은 보수교육을 듣고 체력 시험은 매년 정기적으로 받습니다. 1급 심판 같은 경우에는 필기시험이 거의 없고 보수교육이나 각종 교육을 받는 편입니다. 또한, 매년 바뀌는 경기 규칙에 대한 교육도 추가로 실시되고 있습니다.

Q. U리그나 혹은 다른 경기에서 심판의 경기 전후 일정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줄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경기 배정은 며칠 전에 발표되고 경기 몇 시간 전에 도착하는지, 경기 후 사후 평가에 관한 것들이요.

A. 일단 경기 배정 일정이 고정적으로 정해져 있지는 않고 저희는 경기 시작 1시간 반 전에 미리 도착해 운동장과 장비를 점검합니다. 또한, 경기 종료 후, 평가 기준에 따라 심판 평가의원에 의해 해당 경기 판정들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집니다.

Q. 그렇다면 경기에 앞서서 심판을 배정할 때 주심, 부심, 대기심이 나뉘는 기준 따로 있나요?

A. 일단 심판들이 주심, 부심, 대기심에 따라 따로 나뉘지 않고 역할도 고정적이지는 않습니다. 즉, 매번 다른 역할을 맡을 수 있기에, 해당 경기에서 맡을 역할에 맞게끔 컨디션 조절을 하는 편입니다. 다만, 프로리그 같은 상위 리그로 올라갈수록 심판의 역할은 분화되는 편입니다.

Q. 어떤 분야에서든 첫 경험이 제일 중요할 텐데, 처음 심판으로 뛰었던 경기에 대한 기억은 어땠나요?

A. 초등학교 경기에서 부심을 맡은 것이 제 심판 인생 첫 번째 경기였는데 당시에 가방 하나만 메고 부심기와 심판 목걸이를 챙겼던 것이 기억나네요. 당시만 해도 어느 정도로 부심이 주심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같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는 잘 몰랐습니다. 오히려 저는 부심이 자신이 맡은 간단한 판정만 내리면 되는 줄 알았거든요. 그래도 그날 경험을 통해 제가 비록 축구를 했지만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규칙서를 더 자세하게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진=본인제공, 출처=KUSF 차화진 기자)

Q. 그렇다면 U리그에서 처음 심판으로 뛰었던 경기에 대한 기억은 어땠나요?

A. 2급 심판이 되고 U리그 부심을 맡았는데 이전에 참여했던 경기에 비해 템포도 빠르고 관중들도 있다 보니 더욱 긴장감을 느꼈습니다. 또한, 첫 U리그 경기여서 그런지 어떻게 경기를 진행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많이 긴장했던 것 같네요. 이후 1급 심판을 달고 주심을 봤을 때도 성인 경기에서 주심 역할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되어서 긴장도 많이 했고 그만큼 준비를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Q. 과거에는 선수로서 U리그에서 뛰었는데 현재 대학 축구에서 뛰는 선수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A. 선수들을 보면서 ‘지금 만약 내가 선수를 했었다면 저 친구들보다 더 잘했을까?’라는 생각도 들고 저 중에서 성공하는 선수도 있고 실패하는 선수도 있겠지만, 축구가 다가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경기를 볼 때도 있습니다. 또한, ‘선수로서의 꿈을 이루기 어렵다면 심판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가지기도 합니다.

Q. 지금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경기를 맡았을 것 같은데 각 연령대별로 경기마다 어떤 점이 다른가요?

A. 일단 초등, 중등부 경기는 선수들의 신체적, 기술적 완성도가 미흡하다 보니 경기 템포가 빠르지 않고 선수들이 신체적으로 미성숙하다 보니 선수들을 좀 더 컨트롤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합니다. 고등부부터는 선수들이 신체적, 기술적으로 성장했기에 동작 하나가 골로 바뀔 수 있을 만큼 템포가 빨라져 선수들의 플레이를 좀 더 예측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리고 고등부와 대학부 경기의 차이는 선수들의 신체적 차이도 있지만, 경험 차이가 큰 것 같습니다. 대학생 선수들이 경험이 더 풍부하다 보니 경기에 임하는 태도도 차이를 보이고 순간순간마다 승부욕이 앞서다 보니 대학 경기를 맡을 때에는 선수 1명마다 대화를 통해 선수를 신경 쓰는 편입니다.

Q. 사실 경기를 하다 보면 선수들 때로는 지도자분들이 판정에 관해서 불만을 적지 않게 표출하는데 그에 대해서 주로 대응하는 매뉴얼이나 본인만의 대응 방법이 있나요?

A. 따로 공식적인 매뉴얼은 없다 보니 다른 심판들에게 좋은 것들은 습득하고 경기 모니터링을 하면서 유동적으로 변화를 주는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경기장 안에 있으면서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시도하는데 대화를 통해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무조건 제 말이 옳다기보다는 선수들이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말로 표현하고 대화가 잘 안 통할 경우 불러서 강하게 컨트롤하는 것이 저의 노하우입니다. 또한, 선수가 흥분해서 경기를 망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심판이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기에,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심판으로서 인상 깊었던 경기와 어려웠던 경기는 어떤 종류의 경기인가요?

A. 일단 선수들이 흥분하지 않고 페어플레이를 하는 다득점 경기가 주로 인상 깊습니다. 골도 많이 나오고 경기 템포도 빨라지다 보니 경기 내용도 흥미롭고 선수들도 축구에만 집중해 페어플레이가 이뤄지는 경기가 주로 인상에 남는 것 같네요. 반대로 경기 중에 제가 선수들과 얘기를 해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서로에 대한 존중이 조금 부족한 경기가 저에게는 어려운 경기인 것 같습니다.

Q. 평소에 심판으로서 가지는 고충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경기가 끝나면 승자와 패자가 나올 수 있다 보니 심판으로서 역할을 잘 수행했는데도 비판받는 경우가 있어서 일종의 멘탈 관리가 필수적인 것 같습니다. 물론, 심판도 사람이기에 실수를 할 수 있고 선수들이나 코치진이 그 실수로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할 수 있기에 잘못된 판정을 내렸다면 그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겠지만, 경기에서 졌다는 이유만으로 판정 탓을 할 때 많은 고충을 느낍니다.

Q. 반대로 심판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들은 언제인가요?

A. 경기가 끝나고 나서 승패에 상관없이 선수, 지도자와 같이 인사를 나눴을 때 자부심을 느낍니다. 서로 페어플레이를 하며 경기를 잘 마무리 지었다는 생각 때문에 양 팀 모두에게 인사를 받을 때 뿌듯한 것 같네요. 특히, 보통 이긴 팀의 인사는 자주 받기에 진 팀에게도 인사를 받을 때 더 뿌듯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Q. 그렇다면 미래에 심판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따로 있으신가요?

A. 일단 심판을 계속하면서 국제심판이 되고 그다음에 월드컵 무대에서 심판을 맡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심판이라는 자격으로 월드컵에서 해외 선수들과 같이 경기를 뛴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기에 지금은 그 길을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사진=본인제공)

Q. 그렇다면 심판 이후의 삶에 대해서 혹시 구상한 것이 있을까요?

A. 사실 심판이라는 직업 자체가 정년이 정해진 것은 아니어서, 체력적인 면에서 무리를 느끼는 경우에 보통 은퇴를 한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도 일단 심판에서 은퇴한다면, 제가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해왔다 보니 축구를 그만두고 나서도 축구에 관련된 도움을 주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아직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제가 쌓은 경험을 전수하고 후배들에게 보탬이 되고 싶네요.

Q. 평소 경기에 나설 때 심판으로서의 마음가짐이 혹시 따로 있으신가요?

A. 선수들이 제 판정 때문에 경기에 졌다고 생각하지 않게끔 더 열심히 뛰어서 경기를 잘 마칠 수 있게 하는 것이 저의 매 경기 마음가짐입니다. 게다가 제가 선수로 뛰어 본 경험이 있으니, 선수들이 그런 느낌을 받지 않게끔 더 노력하는 편입니다. 또한, 선수들이 다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심판의 길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마디를 남겨주실 수 있을까요?

A. 심판을 하면 선수들과 같이 경기장에서 뛰며 플레이를 더 정확히 가까이에서 볼 수도 있지만, 경기 규칙이나 경기를 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심판을 하고 싶은데 주저하고 있거나 어떻게 심판이 되어야 할지 모르는 분들이 있으면, 심판의 길은 열려있기에 협회에 연락을 시도해서 한 번쯤은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과거 선수 생활을 그만둔 뒤의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할 수도 있는 U리그 선수들에게도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저 또한 축구를 그만두기 이전에는 축구 말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물론, 계속 축구를 해왔기에 당장은 축구밖에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축구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축구 말고도 여러 가지 일이 있기에 여러 방면에서 경험을 쌓고 프런트, 심판, 지도자 등 축구 관련 분야로 눈을 돌려도 되고 아예 다른 분야의 일을 시작해도 잘할 수 있으니 주저하지 않고 도전하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일단 축구선수로서 목표가 있다면 후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그렇게 했음에도 안 되었을 경우에는 미련 없이 다른 길을 선택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