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힙한 취미 '자석 낚시'..낚는 재미에 환경 보호까지

자전거에서 금고까지, 낚시에 보물찾기의 매력 더해
지리적 조건과 환경에 대한 높은 관심 맞아떨어져 인기
자발적 환경 정화 활동에 지자체 적극 협력
최근 스웨덴에서 풍광 좋은 물가나 도시 강가에서 오염물에 시커멓게 뒤덮인 자전거나 마트 카트 등이 쌓여있는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
누군가 방치해 놓은 자전거 옆에 양심 없는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기라도 한 걸까.
사실은 그 반대이다. 시민들이 레저활동을 즐긴 후 건져 올린 고철을 시청의 수거반이 가져가도록 모아 둔 것. 요즘 스웨덴에서 힙한 취미인 '마그넷피스케(magnetfiske: magnet fishing)', 자석 낚시의 흔적이다.

◆예테보리 중심가 로젠룬드 하천변에 자석 낚시로 건져 올린 고철 더미가 놓여져 있다. ©Swedishmagnetfishing
자석 낚시는 자석을 이용해 물속에 잠긴 고철을 낚는, 일종의 야외 레저 활동이다. 초강력 자석을 로프 끝에 묶어 호수나 강에 던져서, 진흙 바닥에 잠겨있던 물건들을 낚아 올리는 것을 말한다.
작은 주머니칼이나 자전거 같은 일상적 물건에서 골동품 동전이나 보석이 들은 금고까지 자석 낚시의 수확물은 상상을 넘어선다. 이렇게 뜻밖의 물건을 발견하는 희열 때문에, 자석 낚시꾼들은 그 매력을 종종 낚시에 보물찾기를 더한 것이라 설명한다.
사실 자석 낚시는 최근 몇 년 새 영국, 프랑스 등 서유럽과 북미 등지에서 빠르게 인기를 끌고 있는 취미이다. 언제 어디서 누가 시작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SNS에서 희귀하고 값진 물건을 찾아낸 영상들이 인기를 끌면서 부쩍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다.
기본적으로 던지고 끌어올리는 일종의 체력운동을 겸해, 수질 오염의 원인이 되는 고철 쓰레기를 수거하는 친환경적 취미라는 장점도 있다.
대부분의 아웃도어 스포츠는 비싼 장비나 특정한 자연 지형, 일정한 훈련 등을 필요로 한다. 반면 자석 낚시는 낚시용 네오디뮴 자석과 15~30m가량의 로프, 두꺼운 보호 장갑 정도로 단출한 장비에, 특별한 기술 없이 기본적인 요령만 익히면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스웨덴에서는 전통적으로 캠핑과 같은 야외 활동이 대중적인 취미로 인기가 높은 편이다. 더불어 10만 개 가까운 호수가 있으니 도심에서도 30분 이내 거리에 호수를 흔히 찾을 수 있고, 범람이 흔치 않은 기후 특성상 도시 하천과 운하에 강둑이 좁게 조성돼 접근성이 좋다.
여기에 사회적 거리두기에 유리한 야외 활동이다 보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취미를 찾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분석되기도 한다.

◆(좌)예테보리 관광명소이기도 한 페스케쇼르카(Feskekörka) 주변 운하는 자석 낚시꾼이 자주 찾는 '낚시 포인트'이기도 하다. (우)이곳에서 자석 낚시로 권총이 발견돼 스웨덴 미디어에 보도되기도 했다. ©Swedishmagnetfishing
하지만 스웨덴에서 자석 낚시의 인기몰이 비결에는 환경 문제에 대한 높은 대중적 관심을 빼놓을 수 없다.
기후변화에 대한 각국의 대응 자세를 평가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은 2018년 이래 4년 연속 기후변화 대응 선두국으로 꼽혔다. 환경 문제 대응에 대한 국민적 지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자석 낚시는 사실 값어치 있는 골동품보다는 녹슨 자전거나 킥보드, 대형마트 카트와 같이 쓸모없는 물건을 건지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방치된 쓰레기를 수거하고 중금속 등으로 인한 수질 오염을 방지한다는 환경적 가치가 더해져 의미 있는 취미로써 주목받게 된 측면이 있다.
빠르게 확산 중인 자석 낚시의 인기를 반영하듯, 페이스북에는 스톡홀름, 예테보리, 우메오 등 스웨덴 내 지역별로 만들어진 그룹 수십 개가 확인되고 있다. 중심이 되는 전국 단위 그룹, 마그넷피스케에 가입한 페이스북 회원은 약 9천 명에 이른다.
스웨덴 서부 외레브로의 자석 낚시꾼들이 주말 모임을 가진 후 74대의 자전거를 포함해 6톤가량의 고철이 수집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자발적으로 건져 올린 고철 더미가 다시 물에 버려지거나 방치돼 시민의 불편을 유발한다면 환영받는 취미가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스웨덴은 어느 지역에서나 자석 낚시를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한편, 건져 올린 고철은 담당 지방자치단체가 무료로 수거하는 등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지자체로서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지역의 하천과 호수를 정화해 주는 데다 수거한 고철은 분리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이므로, 적극적으로 이 취미 활동가들과 협력하는 모양새다.
다만 가끔 발견되는 총기나 가스통같이 위험한 물건의 경우 신고 시 경찰이 바로 현장 출동해서 확인 후 수거하도록 하고 있다.
달리기하면서 주변의 쓰레기를 줍는 일명 '착한 달리기', 플로깅(plogging)을 여러 나라에 유행시킨 것도 다름 아닌 스톡홀름의 시민들이었다. 이제는 자석 낚시가 또 한 번 환경을 생각하는 착한 취미로 스웨덴에서 인기몰이하고 있다.
스웨덴 예테보리 = 박인혜 글로벌 리포터 yierang@naver.com
■ 필자 소개
스웨덴 예테보리 교육정보기술학 석사과정
이화여대 MBA 석사
중앙대 심리학 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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