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별곡] 기억나지? 코나미 초기 '흥행 공신' 그라디우스


코나미의 명작 게임들은 시리즈화된 것들이 많은데 그 중에 '그라디우스', '고에몽', '악마성', '콘트라', '트윈비' 시리즈들은 게임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두 번 이상 게임을 해본 적이 있을 만큼 유명한 게임들이다.

그 중에서도 '그라디우스' 시리즈는 출시 이후 큰 인기를 바탕으로 이후 파생되는 다양한 변종 시리즈와 함께 '파로디우스' 시리즈로 이어지는 코나미 게임 사업 진출 초기를 견인한 공신 중에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게임이다.
특히 '그라디우스3'를 기점으로 그 이전과 그 이후의 코나미 슈팅 게임들이 그 느낌이 상당히 달라지게 될 정도로 명작에 반열에 들어갔다.

'그라디우스'는 1985년 5월 29일 발매한 슈팅 게임이다. 같은해 3월 출시한 '트윈비(Twin Bee, ツインビー)'와 함께 코나미의 게임 사업 초기를 이끌던 대표적인 게임이었다. 참고로 '트윈비'와 '그라디우스'는 같은 해 같은 기판으로 출시가 되었는데 두 게임 모두 코나미의 '버블 시스템(Bubble System)'이라는 기판을 사용한 게임이었다.
버블 시스템 기판은 1980년대 초반 코나미 게임들에서 사용한 아케이드 기판으로 메인 CPU는 모토로라의 68000(9.216 MHz)를 사용한 초기 시스템이다. 버블 시스템은 코나미의 게임들에 자주 사용되었지만 초기 시스템의 불안정한 문제로 설계 결함까지 더해져 결국 사장된 시스템이다.
코나미의 초기 게임이었던 '트윈비', '그라디우스', 'Konami RF2 –Red Fighter', '갤럭틱 워리어즈'는 모두 1985년 버블 시스템 기판으로 출시한 게임들이다. 이러한 아케이드 기판은 당시에는 각 게임 회사마다 별도로 자신들만의 규격으로 설계한 전용 기판들이 많았다. 코나미 외에도 세가나 남코, 타이토, 캡콤, SNK 등 많은 게임 회사에서 자신들의 규격에 맞춘 회로 기판을 설계하고 해당 기판에서만 자사의 게임이 구동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 당시 아케이드 기판은 가정에서 사용하는 게임기나 PC에 비해 상당히 고가의 칩을 사용한 덕분에 그래픽과 사운드 부분에서 가정용 게임기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고사양의 게임을 개발할 수 있었다.

당시 아케이드(오락실) 게임을 콘솔 게임기로 이식하면 '초월 이식'이나 '완벽 이식' 등의 문구가 꼭 삽입되고는 했다. 대부분의 아케이드 게임은 가정용 콘솔 게임기나 PC용으로 이식할 경우 상당히 낮은 수준의 퀄리티로 이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 몇몇 게임들이 아케이드 수준으로 이식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럴 경우에는 반드시 '초월 이식'이니 '완벽이식'과 같은 자랑스러운 문구가 새겨지곤 했다.
'그라디우스' 게임은 버블시스템 기판으로 출시된 이후 닌텐도의 패미컴으로 이식되었다. 나름대로 괜찮은 수준으로 이식된 덕분에 이후 MSX와 코모도어 64, PC 엔진 등으로도 이식되었다. 이후 새로운 콘솔 게임기가 출시될 때마다 이식되는 게임 중에 하나로 꼽히며 세가 새턴, 플레이스테이션, PSP, NDS 등 수많은 최신 게임기 들에도 이식된 인기 슈팅 게임이 되었다.
다양한 기기에 이식된 '그라디우스' 게임은 사실 그 원작이 따로 있었다. 1981년 2월 코나미에서 출시한 '스크램블'이라는 게임이다. '스크램블' 게임은 코나미 초기 시절 코나미에서 개발하고 자회사였던 '레자쿠(Leijac)'에서 유통을 담당한 게임이다. 코나미 초기의 횡스크롤 게임이다. 그 당시 게임 중에 '지형'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한 게임은 거의 없었다. '스크램블' 게임에서는 지형 시스템이 존재했고 이 지형에 충돌하면 당연히 게임 오버가 된다.

하지만, 이런 지형 시스템을 활용한 게임 진행 방식은 당시 기준에서는 다른 게임에서는 보기 힘든 신선한 시도였다. 기존 게임들에는 없던 내용으로 사람들에게 인기를 끄는데 성공한다. 이 시스템을 개량하고 추가해서 출시한 게임이 '슈퍼 코브라'였고, 이 게임들을 본격적으로 확장해서 발전시킨 게임이 바로 '그라디우스'이다.
'그라디우스'의 연장선에 놓여있는 게임으로 '슈퍼 코브라'와 '스크램블'이 있었다면 이 게임들 역시 그 연장선 앞에는 1979년 코나미 공업 시절 발매한 '스페이스 킹(Space King)'과 '스페이스 워(Space War)' 게임이 있다.
코나미는 '스페이스 인베이더'를 모방한 게임으로 '스페이스 킹'과 '스페이스 워'를 출시하면서 아케이드 게임 시장에 진출하였다. 두 게임은 그럭저럭 괜찮은 수익을 내면서 코나미의 게임 사업에 대한 의지를 결정짓는데 큰 역할을 했다.
코나미는 '스페이스' 시리즈의 성공 이후 '스페이스 인베이더'의 모방작이라는 비난과 야유를 인식한 탓인지 독자적인 슈팅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 결실로 만들어진 게임이 바로 '스크램블'과 '슈퍼 코브라' 슈팅 게임이었다.
'스크램블' 게임은 기존의 '스페이스' 시리즈가 모방작이라는 비난을 의식해서인지 다른 게임에는 없었던 새로운 내용을 추가했다. 이것이 큰 인기 요인으로 성공했다. '스크램블' 게임의 성공 이후 코나미는 더 이상 인기 게임 카피게임이라는 모욕적인 비난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새로운 게임을 통해 게임 사업에 정착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사업적 발판을 마련하는데 성공하고 계속해서 '트윈비'와 '그라디우스' 게임을 출시하면서 슈팅 게임의 명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그라디우스'의 성공을 발판으로 코나미는 '그라디우스'의 속편이자 별 외 버전인 '사라만다'와 '그라디우스'의 정식 속편인 '그라디우스 II'를 출시했다. '그라디우스'의 정식 속편인 '그라디우스 2편'은 당시의 게임 계보에서 또다른 기행적인 행보를 보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같은 2편이지만 MSX용으로 출시한 게임과 아케이드 기판으로 출시한 게임의 내용이 서로 달랐던 것이다.
'그라디우스 2편'은 전체 '그라디우스' 시리즈 중에서도 '그라디우스'를 시리즈로 이어갈 수 있게 만든 구심점으로서의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받는 작품이다. 또한, 게임의 내용뿐 아니라 SCC음원을 사용하여 만든 게임의 사운드나 배경음악도 상당히 높은 퀄리티로 별도의 앨범으로 제작되어 판매되기도 했을 만큼 큰 인기를 얻었다.
코나미의 SCC음원은 'SCC(Sound Custom Chip, Sound Creative Chip)'이라 불리는 사운드 칩으로 MSC의 빈약했던 PSG 사운드를 보강하기 위해 야마하와 공동으로 개발했다. 이 사운드 칩의 정식 명칭은 'K051649'라 불렸다.
코나미의 '그라디우스' 2편을 시작으로 그 성능을 입증하여 악마성 드라큘라와 같은 명작 게임 등 많은 게임에서 사용된 명품 사운드 칩이다. SCC는 자체 8비트 5채널의 웨이브테이블 사운드 음원으로 채널마다 각각 12비트의 주파수와 32바이트의 웨이브폼을 재생할 수 있어 당시 MSX의 사운드 성능을 뛰어넘어 8비트 하드웨어에서도 이후 출시되었던 16비트 하드웨어에 뒤지지 않는 고품질의 사운드 성능을 보여주었다.

SCC는 MSX의 기본 내장 음원인 PSG(AY)의 3채널과 SCC의 5채널을 합치면 모두 8채널의 사운드를 출력할 수 있었다. SCC는 코나미의 '그라디우스 2'(1987)를 시작으로 F-1 Spirit(1987), '사라만다'(Salamander, 1987), '격돌 페넌트 레이스'(1988), '파로디우스'(1988), '왕가의 계곡'(1988), '고퍼의 야망 - 에피소드 2'(1988), '콘트라'(혼두라, 1989), '격돌 패넌트 레이스 2'(1989), '스페이스 맨보우'(1989), '메탈기어2 - 솔리드 스네이크'(1990), '쿼스'(Quarth, 1990) 등 1980년대 후반~ 1990년대 초반까지 코나미의 게임들에 주로 사용되었다.
코나미 게임 사업 초기에 '스페이스' 시리즈가 타이토의 '스페이스 인베이더'의 인기를 등에 업고 짝퉁 게임 취급을 받고 아류작으로 분류되었던 시절에 비하면 그야말로 엄청난 장족의 발전이었다. SCC음원을 지원하는 코나미의 슈팅 게임들은 당시 다른 게임들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사운드로 최고의 인기를 얻었고 이 사운드 하나만 보고 게임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였다.

'그라디우스' 시리즈는 2편 이후 1990년 12월 21일 그라디우스 3편 '그라디우스 III: 전설에서 신화로(グラディウスIII 伝説から神話ヘ)'가 출시되었다. (MSX 기반의 그라디우스 3는 '고파의 야망 에피소드 2'로 출시) 이전 시리즈들이 8비트 게임기로 출시되었던 것에 비해 그라디우스 3는 코나미의 첫 슈퍼패미컴 게임으로 발매되어 북미에서는 이전 시리즈들에 붙어 있었던 ''NEMESIS'라는 부제를 떼 버리고 'Gradius'라는 이름만으로 발매된 버전이기도 하다.
'그라디우스 3'는 이전까지의 '그라디우스' 시스템을 집대성한 최고의 명작으로 당시 어떤 게임보다 뛰어난 사운드와 그래픽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짝퉁 게임으로 시작된 슈팅 게임의 기원에 대한 스트레스와 최고의 자리를 노려야 한다는 압박감이 지나치게 작용한 나머지 '그라디우스3'는 뛰어난 그래픽과 웅장한 사운드를 갖추고 발전된 웨폰 시스템을 갖추고도 최고의 게임으로 등극하지는 못하였다.
물론 '그라디우스 3'를 최고의 게임으로 꼽는 사람들도 있지만 슈팅 게임 유저들에게도 '그라디우스 3'는 굉장히 어려운 난이도로 인해 게임의 진입 장벽이 꽤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라디우스 3'는 초기 슈퍼패미컴의 판매량을 견인하는 게임 중 하나로 전작 '그라디우스 2'와 '사라만다'와 같은 게임을 즐긴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 게임 중 하나로 리스트에 올라가 있었다.

'그라디우스3'는 지나치게 높아진 난이도로 아케이드 버전은 유저들의 불만이 상당히 많았지만 슈퍼 패미컴으로 이식한 버전은 성공을 거두었다.
닌텐도의 8비트 게임기였던 닌텐도 패미컴으로 출시된 '그라디우스II'나 '사라만다나'는 패미컴의 하드웨어 성능의 한계로 낮은 수준의 이식이 되었지만 차세대 기종인 16비트 슈퍼 패미컴은 원작을 초월하거나 원작에 버금가는 이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는 유저들이 많았다.
하지만, 슈퍼 패미컴의 스펙으로도 아케이드용 게임을 그대로 이식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고 게다가 '그라디우스3'의 경우는 '그라디우스3' 출시 당시 슈퍼 패미컴의 카트리지 용량(512 KB)의 한계로 완전 이식에 어려움이 많았다. 게다가 이미 아케이드판은 말도 안 되는 난이도로 원성이 자자한데 그것을 있는 그대로 게임기용으로 출시한다는 것도 비싼 돈을 주고 게임을 구매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었기 때문에 여러가지 이유로 슈퍼 패미컴 버전의 '그라디우스3'는 결국 난이도가 대폭 하락하고 이에 따라 무기나 스테이지 구성이 변경되는 등 많은 부분에서 수정이 가해졌다.

놀라운 일은 코나미의 예상과는 반대로 낮은 수준의 난이도와 형편없이 수정하고 편집된 슈퍼 패미컴 버전의 '그라디우스3'는 자신들의 신념이 가득 차 있는 아케이드 버전과 달리 초보 유저들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슈팅 게임이 되었다. 슈퍼 패미컴의 킬러 타이틀 역할을 해내는 데 성공했다.
결국 코나미의 개발팀은 '그라디우스3'의 난이도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과 판매량을 보고 자신들이 그동안 가졌던 지나친 자격지심과 고집이 과연 좋은 게임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했다. 그 결과로 기존의 코나미 게임 방식을 탈피하고 누구라도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고 조금은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는 슈팅 게임을 만들기로 하는데 그렇게 탄생하게 된 게임이 바로 '파로디우스다! - 신화에서 웃음으로 –(パロディウスだ! ~神話からお笑いへ)'이다.

'파로디우스다! - 신화에서 웃음으로'는 '그라디우스 3편'의 부제가 '전설에서 신화로(グラディウス III -伝説から神話ヘ)'였던 것에서 '신화에서 웃음으로'라는 부제로 바뀐 만큼 게임의 성격이 잘 표현되어 있다.
'그라디우스3'는 그렇게 '스페이스' 시리즈로 시작되었던 짝퉁 게임 개발 업체의 오명에 짓눌려 기존에 없었던 새롭고 신선한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게 한 계기를 마련해 준 게임으로 '그라디우스3'를 기점으로 그 이전과 그 이후의 코나미 슈팅 게임들은 그 느낌이 상당히 달라지게 된다.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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