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는 여전히 탈세의 온상일까?
[경향신문]

코로나19로 타격받은 자영업자를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데에는 크게 이견이 없다. SBS가 지난 7월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10명 중 8명(84.4%)은 “코로나19로 손해를 본 소상공인을 위해 추가 보상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2월. SBS 비즈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를 통해 진행한 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74.1%가 자영업자 손실·보상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세부 내용을 보면 ‘간접지원’에 의견이 쏠렸다. 손실 매출 외 간접지원 방식에 45.7%가 찬성했다. ‘손실 매출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 28.4%였다.
여론이 자영업자 지원에 힘을 실어주면서도, 전격적인 지지에는 머뭇거리는 이유 중 하나가 ‘탈세’다. 자영업자의 탈세 규모가 커 ‘유리지갑’인 근로소득자만 손해를 본다는 관념은 오래도록 이어졌다. 굳어진 ‘자영업자=탈세’ 공식은 여전히 유효할까.
12명의 국세청·기획재정부 관계자, 국책연구기관 연구자, 교수, 세무사에게 물어봤더니, 조금씩 견해가 달랐지만 “자영업자 탈세 규모는 전보다 많이 줄어들었다”는 데에는 모두 동의했다.

자영업자의 탈세 규모는 ‘추정’만 한다. 정부 통계가 없다. 한국 정부는 자영업 탈세 규모를 측정하는 통계를 따로 생산하지 않는다. 대신 한국은행의 가계영업잉여와 국세청의 사업소득 통계를 비교해 이른바 자영업자 ‘소득파악률’을 추정해왔다. 두 기관의 통계가 동일항목을 담고 있지 않아 정확성은 떨어지지만, 자영업자의 소득신고 수준의 추세 정도는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 꼽힌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가계영업잉여와 국세청이 산출한 사업소득은 모두 자영업자의 영업이익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은행 가계영업잉여는 정부가 여러 수치를 교차·비교한 액수인데 반해 국세청 사업소득은 개별 자영업자가 과세당국에 신고한 소득의 합산이다. 한국은행 통계치가 항상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두 지표의 차이만큼을 탈루 규모로 추정한다. 2009년 자영업자 소득파악률은 55%였다. 한국은행 가계영업잉여를 ‘100’으로 볼 때, 국세청에 신고된 사업소득 규모는 ‘55’였다는 의미다. 실제 소득은 100만원이지만, 과세당국에 신고한 금액은 55만원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18 회계연도 총수입 결산 분석’ 보고서를 보면, 자영업자 소득파악률은 2009년 55%에서 2017년 91.6%까지 올랐다. 자영업자의 소득탈루액이 포함된 지하경제 규모도 “10년 전에 비해 2배가량 줄어든 국내총생산(GDP)의 10~15% 수준”(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줄어드는 탈세
“신용·직불(체크)카드 결제액과 현금영수증이 발행된 현금 사용액이 총 민간소비지출의 90%를 넘었다”(한국조세재정연구원 관계자)는 이야기처럼 현금영수증 발급과 신용카드 이용 확대가 탈세 감소를 이끌었다. 2013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총 민간소비지출액의 88.6%가 증빙된다는 통계가 공개됐다. 신용카드가 64.1%였고, 직불카드(12.4%)와 현금영수증(12.1%) 비율이 비슷했다. 지난해에는 총 민간소비지출에서 신용카드 결제 비중만 72%가 넘었다.
‘유리지갑’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 사이 형평성을 맞추려 근로소득자에게 각종 공제가 늘어나다 보니 소득세 실효세율이 역전됐다는 통계도 확인된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1 조세수첩’을 보면 자영업자가 내는 종합소득세의 2019년 실효세율은 평균 14.3%다. 반면 근로소득자의 평균 실효세율은 5.7%다. 2018년 소득 기준으로 작성한 기재부 내부 통계에서도 3000만~5000만원 구간에서 종합소득세 납부자(8.4%)의 실효세율이 같은 구간의 근로소득자(3.9%)보다 2배 이상 높다. “자영업자의 소득축소신고를 감안하더라도 자영업자의 소득세 실효세율이 근로소득자보다 최대 3.4%포인트 더 높다”(논문 ‘자영업자와 조세 부과의 형평성’, 2016)고 밝힌 연구도 있다.

물론 증빙 가능한 소비가 대부분이고 자영업자 소득세 실효세율이 더 높다는 점만을 가지고 ‘직장인보다 자영업자가 세금을 더 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여전히 자영업자의 소득이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2019년 전체 종합소득세를 내는 이들(722만3175명)의 64%는 종합소득 구간 2000만원 이하에 분포한다. 종합소득세 납부자의 약 90%는 자영업자다. 우석진 교수는 “낮은 소득구간에 지나치게 많은 자영업자가 몰려 있는 점은 상식적으로 보기 어렵다. 필요경비 지출을 부풀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자영업자의 사업소득은 세금을 낼 때 전체 매출에서 필요경비를 뺀 금액으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매출이 1000만원이고 인건비, 재료비 등 경비가 500만원이라면 사업소득은 500만원이다. 경비를 늘리면 소득이 줄어드는 구조다. 가족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 리스 비용이나 가족을 종업원으로 등록한 뒤 지급하는 ‘가짜’ 인건비를 필요경비로 처리하면 사업소득 규모를 줄일 수 있다.
필요 경비를 지나치게 높게 잡는다는 주장에는 “국세청이 업종별로 매출 대비 평균 소득률을 관리하기 때문에 필요경비를 확 늘려 소득을 무한정 낮추기도 어렵다”(이창식 한국세무사고시회장)는 반론이 나온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영세 자영업자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일부러 소득을 낮춰서가 아니라, 실제로 낮은 소득 구간에 자영업자가 몰려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부각되는 고소득 자영업자 탈세
자영업자의 탈세는 주기적으로 회자된다. ‘고소득 자영업자’의 세금 탈루 사례가 해마다 적발되기 때문이다. 업종마다 사례가 제각각이지만, ‘장사하는 사람은 대규모 탈세를 한다’는 관념이 굳어진 이유 중 하나다.
국세청은 2019년 4월 ‘페이닥터 명의로 운영하며 현금결제 유도한 임플란트 전문치과’, ‘광고수입 전액을 신고누락한 미등록 1인 방송 사업자’, ‘수임료·성공보수를 차명계좌로 받아 소득 탈루한 법무법인’ 등의 세금 탈루 사례를 예로 들었다. 2018년 공개된 고소득 자영업자 탈세 사례에는 불법 대부업자, 임대사업자, 고액학원·스타강사, 인테리어업자 등이 포함됐다. 대부분 코로나19 피해와는 거리가 먼 업종이다.

논문 ‘자영업자와 조세 부과의 형평성’은 “고소득 자영업자의 소득세 탈루액이 크고, 소수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세 행태가 언론에 노출되는데, 이를 자영업자 일반으로 확대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면서 통계를 제시한다. 소득 분위별 소득탈루율 추정치다. 소득탈루율 추정치는 소득이 높을수록 커진다. 소득 하위 10%의 추정 소득탈루율은 18.5%인데, 상위 10%는 38.1%다.
상위 소득 자영업자는 소수이면서 특정 직종에 몰려 있다. 국세청 통계를 보면, 2017년 기준으로 사업소득 5억원 이상 고소득 자영업자는 1만1898명이다. 고소득 사업자 중에는 보건·의료업(43%) 종사자가 가장 많았다. 이들은 소득 액수가 크고, 소득탈루율도 높아 탈세액이 커진다.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세가 반복적으로 알려지면서 ‘자영업자=탈세’라는 인식은 뚜렷해진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고소득 자영업자 세무조사 현황’을 보면, 2019년 조사대상이었던 고소득사업자 808명의 소득탈루액은 1조1172억원이었다. 소득탈루율은 47.6%였다. 벌어들인 액수의 절반을 국세청에 신고하지 않고 빼돌렸다는 뜻이다. 최근 고소득 자영업자의 소득탈루율은 50% 수준을 유지하는 추세다. 국세청 관계자는 “조사 대상인 고소득 자영업자는 보통 한해에 600~800명 수준인데, 이들의 탈세액이나 규모가 전체 자영업자에게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8월 발간한 ‘2021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고소득 자영업자 탈세를 막기 위해 현금영수증 발급의무 기관을 확대하고, 현금영수증 발급 기준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탈세 유인’이 자영업 지원?
정부가 자영업 지원 명목으로 추진하는 정책이 오히려 탈세를 유인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대표 사례가 부가가치세(부가세)다. 부가세는 상품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윤에 매겨진다. 통상 10%의 세율을 적용한다. 6000원짜리 물건을 샀을 때 영수증을 보면 6000원의 10%인 600원은 부가세로 표기돼 있다. 소비자가 내지만, 세금 납부는 자영업자가 한다.
정부는 올해부터 부가세 납부 면제자 기준을 직전 연매출 300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올렸다. 부가세 감면을 받는 간이과세자 기준도 연매출 48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올랐다. 연매출 4800만원까지는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아도 된다. 세금계산서가 면제되면 기록이 남지 않는 거래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고, 세금계산서 면제 상한액까지 매출을 줄이려는 시도도 늘어나기 쉽다. 총 대상자 57만명, 1인당 평균 53만~117만원의 세부담을 줄인다는 명목이었지만, 정부가 탈세를 부추기고 “세입기반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각종 감면이 늘어나는 것은 우려스럽다”(시민단체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지적이 이어졌다.
비슷한 사례로는 ‘세무조사 유예’가 꼽힌다. 정부는 2018년 8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세무조사 등 세무검증을 2019년까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자영업자 지원대책 중 하나였다. 당시 “근본적인 자영업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탈세를 용인하는 듯한 논란만 낳을 뿐”(시민단체 참여연대)이라는 논평까지 나왔다.
자영업자 지원을 명목으로 소득 파악을 어렵게 하기보다는 코로나19 국면에서 투명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견해에 힘이 실린다. 정부의 자영업자 손실보상은 과세당국이 파악한 소득을 기준으로 이뤄진다. 돈을 번 만큼 소득을 신고한 자영업자가 더 지원을 받는 구조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재정정책연구실장은 “정부의 자영업 지원대상 선정 시 국세청에 신고된 소득내역이 중요해진 것처럼, 이번 위기를 계기로 삼아 소득 파악 시스템을 투명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판·검사 처벌 ‘법왜곡죄’, 국회 본회의 통과…곽상언 반대, 김용민·추미애 불참
- 검찰, 강북 모텔 연쇄살인 피의자 신상공개 검토···피해자 측도 “신상 공개해야”
- [속보]대통령 ‘의지’ 통했나···강남3구·용산 아파트값 2년 만에 꺾였다
- 이 대통령 지지율 67% 최고치…국민의힘 17%, 장동혁 취임 후 최저치 [NBS]
- 이 대통령의 경고 “불법 계곡시설 은폐 공직자들, 재보고 기회 놓치면···수사·처벌”
- [속보]서울 중구 북창동 화재···“건물서 연기” 신고
- 혜은이 ‘피노키오’ 만든 김용년 작곡가 별세…향년 82세
- 스크린골프장 비용 오르나···대법 “골프코스도 저작물” 골프존 소송 파기환송
- 조희대 대법원장, ‘노태악 후임’ 선관위원에 천대엽 대법관 내정
- 파리바게뜨, 3월13일부터 ‘빵’ 100~1000원 ‘케이크’는 최대 1만원 인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