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 시장에서 '비트코인' 다시 불붙은 까닭

주하은 기자 2021. 11. 15.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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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한 달 동안 비트코인 시장이 다시 뜨거웠다.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사건이 큰 요인으로 꼽힌다. 이 ETF의 이름이 BITO다.
10월19일 미국 자산운용사 프로셰어즈 경영진이 비트코인 선물 ETF ‘BITO’의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을 알리는 벨을 울리며 기뻐하고 있다. ⓒAP Photo

비트코인 시장에 다시 불이 붙었다. 지난 10월 한 달 동안 무려 40%나 올랐다. 이런 상승세가 11월에도 계속될지, 시장에서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이렇게 급등한 까닭은 무엇일까? ‘비트코인 선물(先物) 상장지수펀드(ETF)’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사건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10월19일(현지 시각) 미국 자산운용사 프로셰어즈는 뉴욕 증권거래소에 비트코인 선물 ETF인 ‘프로셰어즈 비트코인 스트래티지(BITO)’를 출시했다. 비트코인과 연계된 ETF가 미국 최초로 증시에 등록된 것이다. 투자자들이 이 사건을 비트코인의 제도권 편입 신호탄으로 보면서 가격이 폭등했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BITO는 출시 첫날 40.88달러로 시작해 종가 41.94달러를 기록하며 5%가량 주가가 상승했다. 거래 규모는 9억8100만 달러를 기록했다. ETF 역사상 출시 첫날 기준으로 두 번째 큰 거래 규모였다. 한국 내 투자자들도 빠르게 반응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출시 첫날 한국 내 투자자들의 BITO 거래 규모는 675만8136달러에 달했다.

언뜻 보면 BITO는 매우 복잡한 금융상품이다. 무려 ‘비트코인 선물 ETF’로 불린다. 이 상품이 어떤 구조인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BITO는 두 가지 속성을 지닌다. 선물(先物), 그리고 ETF다.

우선, 선물은 현재의 상품(현물)이 아닌 미래의 상품을 사고파는 투자다. 선물시장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어떤 ‘물건(기초자산)’을 미래의 특정 시점에, 약속한 가격으로 거래하겠다는 계약을 맺는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일단 감자의 선물시장이 작동 중이라고 가정하자. 현시점(지금)의 감자 가격이 1개당 1000원이라고 치자.

‘지금’ 여기에 투자자가 두 명 있다. 이들은 한 달 뒤의 감자 가격에 대해 각자 다르게 예상하고 있다. 투자자 A는 감자 1개 가격이 600원으로 하락할 것으로 본다. 투자자 B는 1200원으로 오를 것이라고 예측한다. 선물시장이 존재한다면 두 투자자 모두 자신의 예측을 활용해서 이익(혹은 손실)을 얻을 수 있다. 예컨대 A와 B가 만나 ‘선물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이 계약에서 A는 ‘한 달 뒤 감자 1개를 1000원으로 B에게 파는 권리’를 획득한다. 거꾸로 표현하자면, B는 ‘한 달 뒤 감자 1개를 1000원에 A로부터 구입하는 권리’를 확보한다. 이 시점에서 두 사람이 거래한 것은 감자라는 실물 상품이 아니다. 단지 ‘한 달 뒤 감자를 일정한 가격에 사고팔 수 있는 권리’를 거래한 것이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달 뒤’, 감자의 실제 가격이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A와 B의 운명은 극명하게 갈린다. 만약 감자 가격이 600원으로 떨어진다면, A는 600원으로 감자 1개를 산 뒤 B에게 1000원에 팔아 400원의 이익을 볼 수 있다. B는 600원으로 살 수 있는 감자를 1000원에 사야 하기 때문에 400원의 손실을 본다.

‘한 달 뒤’, 감자 가격이 1200원으로 오른다면(B의 예측), 어떻게 될까? A는 감자를 1200원에 사서 B에게 1000원에 팔아야 하기 때문에 200원 손해다. 반대로 B는 1200원인 감자를 A로부터 1000원으로 살 수 있기 때문에 200원의 이익을 누린다. 미래 예측을 통해 수익을 얻으려 시도하는 것이 선물시장의 요지다.

10월21일, 서울 용산구 ‘코인원’ 고객센터의 암호화폐 시세 현황판. 10월 한 달 동안 비트코인은 무려 40%나 올랐다. ⓒ연합뉴스

BITO의 두 가지 속성, 선물과 ETF

상장지수펀드(ETF)는 펀드의 한 종류다. 다른 펀드와 마찬가지로, ETF 역시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위탁받아 투자자 대신 투자한다. 다만 ETF엔 두 가지 고유한 특징이 존재한다. 첫째, ‘상장’이다. ETF는 증권거래소에 상장된다. 즉, ETF는 여러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펀드인데, 이 ETF 펀드 자체가 증권시장에 등록되어 다시 사고 팔린다는 이야기다. 둘째, ‘테마’다. ETF는 특정 테마의 자산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다. 예를 들어, ‘KODEX 삼성그룹’이라는 ETF는 삼성 계열사에 자금을 투자한다.

두 가지 속성(선물과 ETF)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비트코인 선물 ETF인 ‘BITO’를 살펴보자. 이 펀드 역시 ETF의 두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첫째, BITO는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다. 주식처럼 매매가 가능하다. 둘째, ‘비트코인 선물’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있다. 펀드에 모인 자금을 ‘비트코인 선물시장’에 투자한다.

이는 BITO라는 ETF가 뉴욕 증시에 상장되기 이전부터 ‘비트코인 선물시장’이란 것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예컨대 ‘한 달 뒤에 1BTC(비트코인 단위)를 8000만원에 사고팔 권리’를 거래하는 시장이, 비록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관련 ETF를 승인할 만큼 널리 인정되지는 않았지만, 작동하고 있었다. 실제로 비트코인 선물시장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17년 12월이었다. 프로셰어즈는 비트코인 선물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이런저런 ‘권리들’에 투자하는 ETF를 구성한 뒤, SEC의 승인을 거쳐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이로써 투자자들은 뉴욕 증권거래소, 더 나아가 SEC의 규제를 받는 ‘비트코인 연계 상품’에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비트코인 선물 ETF인 BITO가 폭발적 인기를 누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인기의 제1원인은 비트코인 그 자체다. 비트코인을 둘러싼 수많은 논쟁이 있지만, 이 상품이 투자자들에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일반 주식이나 채권, 심지어 부동산으로도 꿈꿀 수 없는 수익률(반대의 경우엔 엄청난 손실)을 삽시간에 달성할 수 있다. 전 세계의 모든 금융자산(주식·채권·파생상품 등) 종목 가운데 비트코인은 시가총액(최근엔 1조 달러 내외) 기준으로 10위권에 들 만큼 기염을 토하고 있다(아래 〈표〉 참조).

자료:CompaniesMarketCap, IBK투자증권 / 기준 시점: 2021년 10월19일 16:00

더욱이 최근에는 ‘앞으로 큰 규모의 물가상승이 세계를 덮칠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늘어난 유동성 규모가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자본주의 역사상 유례없을 정도로 팽창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유동성이 증가한 상태라면 엄청난 규모의 물가상승을 예상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물가가 상승하는 것은 그만큼 돈(미국 달러 등 주요 선진국의 법정통화들)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투자자들 처지에서는 자신이 보유한 자산의 가치를 지킬 필요가 있다. 즉, 자산을 이후 가치가 하락할 선진국 법정통화로 가지고 있기보다는 다른 ‘가치 저장 수단’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돈의 가치 하락을 견뎌낼 수 있는 자산(가치 저장 수단)이 물가상승을 우려하는 시기에 인기를 끄는 경우는 세계경제사에서 여러 차례 입증된 바 있다. 역사적으로는 금이 그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는 투자자들이 새로운 가치 저장 수단으로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를 채택하는 경향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가장 큰손들인 기관투자자들(일반은행·중앙은행·연기금 등)이 비트코인에 직접투자하는 것엔 부담이 있다. 가장 큰 부담은 매입한 비트코인의 보관 문제다. 비트코인은 여전히 해킹 등 조작에 취약한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천문학적인 자산을 투자하는 기관투자자들은 이를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암호화폐 맞춤 보관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이는 곧 추가 비용의 지출을 의미한다.

더욱이 맞춤 보관 서비스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도 아니다. 비트코인을 보관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보안시스템을 적용해 인터넷에 연결된 채로 보관하는 ‘핫 스토리지’, 그리고 USB 등에 저장한 후 인터넷 연결을 차단하는 ‘콜드 스토리지’다. 가장 안전한 것은 콜드 스토리지다. 인터넷 연결이 차단돼 있기 때문에, 저장장치를 물리적으로 강탈하지 않는 이상 비트코인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남는다. 콜드 스토리지 상태인 비트코인을 거래하려면, 저장장치에 물리적으로 접근한 뒤 인터넷에 연결해야 한다. 여기에는 시간이 든다. 24시간 내내 잠시도 쉬지 않고 가격이 천차만별로 변동하는 비트코인 시장에서 이 시간은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핫 스토리지 방식을 사용해야 하지만, 여전히 해킹의 위험성이 남는다.

그러나 비트코인 선물 ETF에 투자한다면 이러한 부담을 떨칠 수 있다. 투자자가 비트코인을 직접 보유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자는 별도의 보관 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없고, 해킹 위험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증권거래 계정을 통해 투자할 수도 있다. 그 덕분에 비트코인 투자를 위해 별도의 계정을 만들거나 이와 관련된 회계를 처리하기 위해 새로운 항목을 만들 필요도 사라진다.

동시에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에 투자한 것과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3년간 일간수익률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비트코인 현물과 선물의 상관관계는 0.93으로 나타났다. 비트코인 현물가격의 움직임을 비트코인 선물이 93% 유사하게 따라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펀드가 비트코인 선물에 투자한다면, 비트코인에 투자한 것과 흡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 선물이 아니라 현물로 ETF를 만들면 어떨까? 위에서 말한 문제점들을 겪지 않으면서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효과를 더 밀접하게 누릴 수 있지 않을까?

문제는 금융당국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SEC는 비트코인 현물이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을 만큼 안전하지 않다고 본다. 지난 8월3일 SEC 의장 개리 겐슬러는 “금융의 핵심은 신뢰이고, 신뢰의 핵심은 투자자 보호다”라며 암호화폐 시장을 ‘서부 개척시대 무법지대’로 비유한 바 있다. 비트코인 현물시장이 위험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현물에 투자하는 ETF 역시 승인하지 않는 것이다.

SEC가 비트코인 선물 ETF를 승인한 이유

반면, 비트코인 선물 ETF는 한 겹의 안전장치를 더 가지고 있다. BITO가 기초자산으로 삼는 비트코인 선물은 시카고 거래소그룹(CME)에서 거래된다. 미국 상품거래위원회(CFTC)에 등록된 상품이기도 하다. BITO는 이미 한 차례의 감독(CFTC)을 거친 상품(CME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선물)에 투자하는 펀드라는 것이다. SEC가 BITO에 어느 정도의 안전성이 있다고 판단한 이유다. 사실 SEC는 윙클보스 형제가 최초로 승인을 신청한 2013년 이후 단 한 개의 비트코인 연계 ETF도 승인한 바 없다. 하지만 자산으로서 비트코인의 중요성이 계속 증가해온 추세를 감안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SEC는 결국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지난 10월엔 비트코인 선물 ETF인 BITO를 승인하는 데 이른 것이다.

여전히 비트코인을 둘러싼 우려는 존재한다. 비트코인 자체의 가격 변동성이 엄청나게 높은 만큼, 비트코인 선물 ETF도 매우 높은 변동성을 가질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프로셰어즈사의 ‘BITO’ 투자설명서 역시 “비트코인과 비트코인 선물은 변화가 빠르고 불확실한 자산이다. 비트코인 선물 ETF의 가치는 경고 없이 급격히 하락할 수 있다”라고 경고한다.

개리 겐슬러 SEC 의장(위)은 암호화폐 시장을 ‘서부 개척시대 무법지대’로 비유한 바 있다.ⓒAP Photo

비트코인 선물 ETF의 상장이 곧 비트코인이 가지고 있는 불안 요소들이 해결됐음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비트코인 선물 ETF를 승인한 이후인 지난 10월25일에도 SEC 의장 개리 겐슬러는 “비트코인 시장은 (주식이나 채권시장과 달리) 사기와 가격 조작을 방지하기 위한 보호장치가 없다”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선물 ETF 출시로 시작된 열기도 빠르게 가라앉았다. 비트코인 가격은 ETF 출시 이전 수준으로 회귀했고, BITO의 시장가 역시 40달러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제도권 편입’에 대한 기대와 ‘규제 강화’에 대한 우려 속에서 비트코인 시장은 또다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횡보를 보인다. 그럼에도 확실한 것은, 비트코인이 점차 자신의 영토를 넓히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하은 기자 ki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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