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세 김혁 상사, 해병 특유의 도전 정신으로 미 해병대 DI 교육 수료

대한민국 해병대 김혁 상사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패리스 아일랜드 훈련소에서 미 해병대 DI 교육을 받고 있다. Marine Corps Recruit Parris Island, S. C. 제공.

최근 미 해병대 DI 스쿨이 SNS에 올린 사진 몇 장이 국내 커뮤니티사이트에서 화제가 됐다. 미 해병대 DI(훈련교관) 교육생들의 모습을 담은 이 사진에서 동양인 한 명이 눈에 띈다. 수많은 미 해병 사이에서 유일하게 빨간 명찰을 가슴에 달고 있는 군인. 대한민국 해병대 김혁 상사다. 20대 미 해병들 사이에서 43세의 나이로 고된 훈련을 이겨내고 있는 김 상사는 교육생 중 유일한 외국인인 동시에 최연장자였다.

국방뉴스 유튜브 군금해 화면 캡처.

김혁 상사를 소개한다. 해병대 부사관 258기로 1999년 임관한 김 상사는 해병대 핵심가치 중 하나인 ‘도전’ 정신을 끊임없이 실행에 옮긴 군인이다. 2008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진행된 AAV(상륙돌격장갑차)교육에 참가했을 때도 미 해병들 사이에서 유일한 외국인이었다. 2018년 몽골 칸 퀘스트(Khaan Quest) 훈련에 참가 했고, 2019년 해병대2사단이 개최한 청룡전사 선발대회에 최고령자로 참가했다. 최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패리스 아일랜드 신병 훈련소에서 10주간 진행된 미 해병대 DI 교육을 수료하고 지난 6월 귀국했다. 지금은 해병대1사단 상륙장갑차대대에서 근무하고 있다.

국방뉴스 유튜브 군금해 화면 캡처.

김혁 상사를 경북 포항의 한 사진관에서 인터뷰했다. 귀국 후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른 그의 자가격리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가 부대 근처로 찾아갔다. 미 해병대 DI 교육과정도 궁금했지만, 그가 품고 있는 해병 정신에 대해 듣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깔끔한 전투복 차림으로 나타난 김 상사는 피로한 기색 없이 밝은 모습이었다. 반듯하게 접은 소매와 바짝 자른 상륙형 머리에서 해병대의 엄정한 군기를 느낄 수 있었다. 절제된 행동과 말, 자신감 넘치는 다부진 표정, 올바른 복장. 외적 자세만으로도 ‘군인다운 멋’을 풍기는 군인이었다.

김혁 상사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패리스 아일랜드 훈련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Marine Corps Recruit Parris Island, S. C. 제공.

적지 않은 나이에 미 해병대 DI 교육에 지원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 교육에 지원한 이유는 바로 ‘도전’이었습니다. 교육생 대부분이 20대 미 해병이었는데, 이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럽긴 했죠. 하지만 이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또 과연 제가 이걸 이겨낼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무엇보다 후배 부사관들에게 ‘저 사람도 했는데,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동기부여를 주고 싶었습니다.

Marine Corps Recruit Parris Island, S. C. 제공.

우리 해병대는 미 해병대 DI의 교육기법을 가져다 연구·분석해 DI 교육과정의 기틀을 잡았습니다. 그래서 두 나라 해병대 DI 양성과정이 크게 다를 거 같지는 않은데요.

맞습니다. 본질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정예 해병을 만드는 DI를 양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초적인 군 기본자세부터 체력단련, 리더십 등 모든 교육훈련이 비슷하게 진행됩니다. 교육방식에서 조금 차이가 있고, 훈련 환경이 다르긴 합니다. 미 해병대 DI 스쿨은 워낙 넓기 때문에 다양한 훈련을 할 수 있는 교장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 우리 해병대 DI는 100% 자원해 선발 과정을 거치지만, 미 해병대는 병장 계급이 되면 몇몇 병과를 제외하고 모두 DI 임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국방뉴스 유튜브 군금해 화면 캡처.

미 해병대 DI가 훈련병을 교육할 때 얼굴 바로 앞에서 고함치는 장면이 인상적인데. 무슨 훈련인가요?

메이킹 스트레스(making stress)’라고 부릅니다. 실제 전장에서는 장병들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정신없는 상황을 일부러 만들고 이를 극복하게 하는 방식으로 훈련이 진행됩니다. 제가 뭔가를 잘못하면 처음엔 DI 한 명이 옵니다.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DI 4명이 다가와 저를 둘러싸고 소리를 질러대며 엄청난 스트레스를 줍니다. 이걸 계속 듣다 보면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예전에는 얼굴이나 귀 가까이에 대고 소리를 질렀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교관들도 마스크를 쓰고 한 팔 간격 떨어져 소리를 지르는 거로 바뀌었습니다.

미 해병대 DI 훈련은 어디서 이뤄지나요?

미국 서부의 샌디에이고 훈련소와 동부의 패리스 아일랜드 신병 훈련소. 이 두 군데서 미 해병대 DI가 탄생합니다. 1년에 4개 차수가 들어오는데 1개 차수에 보통 50~100명 정도 입교합니다. 제 교육 차수에는 90명이 입교해 72명이 수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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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료율이 낮네요. 훈련이 힘들어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이 많은 건가요?

미 해병의 경우도 신체검사가 상당히 엄격한데 여기서 탈락하기도 합니다. 또 교육 중간중간 체력평가를 합니다. 특히 달리기나 턱걸이 능력이 수준에 못 미치면 과감히 퇴교시킵니다.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지만, 여기에 스트레스가 더해져 교육생들이 많이 힘들어 합니다.

국방뉴스 유튜브 군금해 화면 캡처.

미 해병대 DI 교육 10주간 구체적으로 어떤 훈련이 진행되나요?

대표적인 훈련은 제식훈련입니다. 미 해병대 DI는 소드(sword)라는 검을 이용해 제병지휘를 합니다. 교육생들은 소드를 오른손에 쥐고 제식훈련을 수없이 반복해 완벽한 동작을 만듭니다. ‘티치백(teach back)’ 훈련도 있습니다. 교육생은 제식훈련의 정의와 세부 동작법을 암기해 교관 앞에서 가장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며 평가를 받습니다. 교관은 50미터 떨어진 곳에서 교육생의 목소리와 행동, 암기 상태를 평가합니다. 다음은 ‘스쿼드 베이 프로시져(Squad bay procedure)’입니다. 스쿼드베이는 우리나라 생활관에 해당합니다. 이곳에서 교육생들이 팀을 구성해 마치 DI가 신병을 교육하듯 다른 교육생을 통제합니다. 이 훈련을 통해 간접적으로 DI 역할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국방뉴스 유튜브 군금해 화면 캡처.

체력훈련도 강도 높게 진행된다고요?

매일 새벽 4~5시에 일어나 무조건 PT 체조를 두 시간 동안 합니다. 체력평가도 받는데 ‘PFT(Physical Fitness Test)’라고 5km 달리기·턱걸이·윗몸일으키기 평가가 2회 이뤄집니다. 또 CFT(Combat Fitness Test) 즉, 전투복·군화 차림으로 800m 달리기와 탄약통을 반복해서 올렸다가 내리는 훈련을 합니다. 이 평가에서 탈락하면 퇴교당합니다.

Marine Corps Recruit Parris Island, S. C. 제공.

훈련소에서의 생활은 어땠나요?

훈련소 안 이름은 호텔이지만 매우 낡은 건물이 있습니다. 보통 2인 1실을 쓰는데 저는 외국군이라 혼자 생활했습니다. 밥은 차우홀(chowhall·식당)에서 사 먹었습니다. 메뉴는 스테이크, 햄버거 등 다양했지만 딱 일주일 지나니 물려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다행히 전역하고 미국에 사는 동기가 한국 음식을 보내줘 버틸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없는 아침은 숙소에서 냉동식품이나 빵으로 때웠고, 점심시간도 촉박해 빵 한 조각 먹고 나간 적도 많습니다. 오후 6시 일과가 끝나면 저녁엔 그나마 여유가 있지만, 다음날 평가 준비로 밤 11시나 돼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습니다.

국방뉴스 유튜브 군금해 화면 캡처.

미 해병대 DI 하면 챙이 둥근 모자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미 해병대 DI만의 복장을 소개해 주시겠어요?

가장 대표적인 건 ‘캠페인 커버(campaign cover)’라고 불리는 미 해병대 DI를 상징하는 모자입니다. 깊게 눌러쓰지 않고 앞에 살짝 걸쳐 착용합니다. 벨트는 그린벨트와 블랙벨트 두 종류가 있습니다. 처음 DI가 되면 그린벨트를 받습니다. 그러다 DI로서 실력을 인정받으면 블랙벨트가 주어집니다. 모든 미 해병대 DI는 블랙벨트를 받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국방뉴스 유튜브 군금해 화면 캡처.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 해병을 대표하는 입장에서 교육을 받으셨잖아요. 어떤 마음가짐이었나요?

항상 전투복 오른팔에 태극기를 부착하고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곳에서 한국인은 저밖에 없었고 미 해병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습니다. 그동안 체력관리를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20대 미 해병들에게 뒤처지지 않았고, 오히려 저보다 체력이 부족한 교육생들이 많았습니다. 교관들이 그들에게 ‘앞서가는 김혁 상사는 당신보다 두 배 이상 나이가 많다. 빨리 일어나 쫓아가라’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미 해병대 DI 교육에서 무엇을 얻으셨나요?

군 생활을 하면서 자칫 흐트러지기 쉬운 마음가짐을 다잡는 기회가 됐습니다. 또 어떤 임무라도 제게 주어진다면 적극적으로 임해서 완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후배들에게 또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해병대 부사관이 되고 싶습니다.

글=국방일보 안승회 기자 seung@dema.mi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