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의 탄생]산울림 '청춘'
[경향신문]

세대를 관통하면서 사랑받는 노래가 있다. 산울림의 노래 ‘청춘’이 그렇다.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달 밝은 밤이면 창가에 흐르는/ 내 젊은 연가가 구슬퍼.”
1981년 이 노래가 발표됐을 때 세상은 삼형제 밴드 산울림의 ‘파격’에 화들짝 놀랐다. 그 ‘파격’을 권력자들은 ‘반항’으로 읽었다. 김창완은 애초 ‘청춘’의 가사가 “갈 테면 가라지/ 푸르른 이 청춘”이었으나 심의에서 너무 염세적이라는 이유로 반려돼 개사한 거라 했다. 또 2절 마지막은 “정 둘 곳 없어라/ 텅 빈 마음은/ 차라리 젊지나 말 것을”을 순화해 “정 둘 곳 없어라/ 허전한 마음은/ 정답던 옛 동산 찾는가”로 바꿨다. 그는 청춘을 향해 “갈 테면 가라”고 소리치고, “차라리 젊지나 말 것을”이라고 원망했지만 어른들은 그게 눈에 거슬리고 불편했던 것이다.
김창완은 일주일에 한 번씩 라디오에 출연해 곡을 발표해야 했기에 아들 돌잔치 중에 이 노래를 떠올렸다. 부모님과 형제들이 모여서 돌잔치를 하던 날, 소주 한잔 하고 나니 불현듯 ‘아, 내 청춘도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빈방으로 가서 기타를 들고, 30분 만에 이 곡을 썼다. 그에게 청춘은 아름다운 한 시절이 아니라 어서 빨리 흘려보내고 싶은 거추장스러운 그 어떤 것이었다. 교과서에서 청춘을 예찬하고, 영어책에서는 야망을 가지라고 권했지만 그건 기성세대들의 일방적인 강요일 뿐이었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오늘, 당대의 청춘들에게도 이 노래가 낯설지 않다. 누군가가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위로하지만 어서 빨리 청춘으로부터 도망가고 싶다. ‘알바’는 일상이고, ‘취업’은 요원하다. 대량실업사태의 맨 앞에 위태롭게 서 있는 이들도 청춘들이다. 수십 년 전 천재 아티스트 김창완이 규정한 청춘은 지금의 아이유나 김필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오광수 부국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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