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이란 오해도 받았죠" 한국刀 장인의 칼 사랑

김영준 기자 2020. 1. 4. 03: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정욱 나이프갤러리 대표
세계 도검 6000점 수집해 전시.. 철가루로 강철 만들어 직접 제작도
"계승할 만한 사람 없어 안타까워"

"왜 이리 도검(刀劍)에 집착하느냐는 질문 참 많이 받았습니다. 저는 아직도 그 답을 찾지 못했어요. 아무도 안 하려 하니까 제가 하는 거예요."

지난 1일 서울 인사동 '나이프갤러리'에는 한국, 중국, 일본의 전통 검은 물론 서양 중세 시대의 검, 영화 속에 나오는 칼까지 각종 도검 6000여 점이 전시돼 있었다. 모두 이곳 대표 한정욱(66)씨가 수집한 물건들이다.

서울 인사동 나이프갤러리에서 도검 장인 한정욱씨가 자신이 만든 한국도를 들어 보이고 있다. 한씨는 "내가 은퇴할 때까지라도 제대로 된 검을 많이 만들겠다"고 했다. /김영준 기자

한씨는 전통 한국도(刀)를 만드는 장인이기도 하다. 경기도 양주 대장간에서 아들과 함께 직접 검을 제작하고 있다. 칼 전문가로 인정받아 2016년 이태원 살인사건 재판 당시 검찰 측 증인으로 나서 재판정에서 범죄 장면을 재연해 진범을 밝히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그의 '칼 사랑'은 중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이스카우트 활동 때 작은 캠핑용 대검으로 나무와 밧줄을 자르며 칼의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용돈을 모아 군용 대검, 맥가이버 칼을 모은 것으로 시작해 성인이 되고 나서는 해외에 나갈 때마다 그 나라 대표 도검을 사들이며 본격적인 수집에 나섰다.

한씨가 인사동에 전시관을 차린 것은 2000년.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던 그는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본격적인 칼 '덕후'의 길로 접어들었다. 한씨는 "60세에 은퇴한 뒤 그동안 수집한 도검으로 전시관을 차리겠다는 계획이 있었는데, 46세에 일찍 시작하게 됐다"며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마음이 끌리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했다. '칼 갤러리'를 만든다고 하니 폭력 조직의 아지트로 의심받아 당국의 허가를 받는 데 애를 먹기도 했다고 한다.

2003년부터는 직접 한국도를 만들었다. 한씨가 연습 삼아 만들어 전시한 검을 불상 제작 전문가였던 민속학자 고(故) 김익홍 선생이 보고 '한국도를 제대로 만들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것이 계기였다. "처음엔 얇으면서도 단단한 칼을 만들어내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3~4년 정도를 매일같이 쇠를 두드리며 연습하니 그제야 '칼다운 칼'이 나오더라고요."

한씨는 전통 방식으로 사철(沙鐵)을 채취해 강철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드문 장인이다. '세종실록지리지' 등 옛 문헌에 나오는 사철 산지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녀 다섯 곳을 확보했다. 기계를 쓰는 대신 자석으로 모래를 훑어 철가루를 모으는 방식이다.

그는 전통 검 제작 기술을 전수받을 사람이 없다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솔직히 검 만드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아들이 일을 도와주지만 물려받을 생각은 없어 보이는데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10년이 지나 75세가 되면 검 제작을 내려놓고 쉬어야 될 운명인지…." 덤덤한 말투였지만 표정에선 언뜻 아쉬움이 스쳐갔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