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타임머신 ㉖ 2008년] 하얗게 눈이 내리던 그날처럼

김유미 2020. 4. 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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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타임머신 ㉖ 2008년] 하얗게 눈이 내리던 그날처럼

(베스트 일레븐)

한창 뜨거워야 할 피치가 아직 차갑게 식어 있다. 코로나19가 이 땅의 모든 축구를 식힌 탓이다. 덩달아 우리들의 가슴도 달궈지지 않아 서늘하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언제고 다시 뜨거워질 K리그를 기다리며, 과거 <베스트 일레븐(월간 축구)>이 전한 기사와 함께 지난 37번의 시즌을 돌아봤다. 큰 이슈부터 작은 기록까지 가능하면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고, 당시의 생생함을 전달하기 위해 잡지에 실린 내용을 그대로 사진으로 옮겼다. 아직 숨죽이고 있는 K리그를 기다리는 데 ‘K리그 타임머신’이 작은 보탬이 됐으면 싶다. / 편집자 주


개막 전,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리그 타이틀 스폰서를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 2007년에도 개막 직전까지 타이틀 스폰서십을 정하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은 바 있었던 터라 더욱 상황이 심각했다. <베스트 일레븐>은 개막을 앞두고 발간한 잡지를 통해 “3월 8일 2008 K리그 개막을 앞두고 프로연맹에 한숨 소리가 진동하고 있다”라고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결국 타이틀 스폰서는 2007시즌과 동일한 삼성 하우젠으로 결정됐다.

리그에는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14개 팀이 참가했다. 2007시즌과 마찬가지로 14개 구단이 홈 & 어웨이로 26라운드를 소화한 단일 리그로 진행됐다. 정규리그 26라운드를 종료한 후 6강 플레이오프가 열린 것도 이전 시즌과 동일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과 A매치 휴식기 등으로 리그가 종종 멈춰서긴 했지만, 흥행은 성공적이었다. 2007시즌 리그 평균 관중 1만 2,227명에서 2008시즌 1만 3,242명으로 소폭 상승했다. 리그에서 경기당 2만 5,048명을 모은 수원과 2만 2,417명을 모집한 서울이 흥행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낸 덕분이다. 수원은 리그컵에서도 평균 1만 7,036명을 불러 모았고, 서울 역시 1만 2,499명을 끌어 들였다. 최고 인기를 누린 두 팀의 ‘슈퍼매치’가 K리그 대표 흥행 보증수표로 자연스레 자리 잡았던 시절이다.


전·후기제가 사라졌지만 임의로 리그를 절반씩 끊어 살피면, 초반 13경기에서 수원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수원은 1라운드 개막전부터 13라운드까지 12승 1무 무패를 기록했으며, 3라운드부터 13라운드까지 11연승을 내달렸다. 그러나 반환점을 돌면서 수원의 기세는 크게 꺾이고 만다. 수원이 부진한 사이, 서울이 그 자리를 치고 들어갔다. 14라운드부터 11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한 서울은 13경기 동안 단 1패를 기록하며 정규리그 2위에 랭크됐다.

2009년 1월 호를 통해 2008시즌 리뷰 기사를 내보낸 <베스트 일레븐>은 수원의 여름 이후 하락세에 “‘추락’에 가까운 발자취를 남겼다”라고 평가하면서, “갑작스런 내리막을 경험한 데 대해 다수의 전문가들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좇은 수원의 팀 운용 방식을 원인으로 지적했다”라고 전문가 의견을 옮겼다. 리그와 리그컵 ‘투 트랙’ 전략으로 2008시즌에 임한 수원은 끝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한다.

수원과 서울은 2008시즌 ‘라이벌’다운 명승부를 자주 연출했다. 2008년 4월 13일 서울 홈에서 펼쳐진 5라운드 슈퍼 매치는 수원이 2-0으로 승리했지만, 10월 29일 수원 홈에서 열린 24라운드에선 서울이 1-0으로 승리하며 1승을 주고받았다. 리그컵(삼성 하우젠컵)에서도 ‘일진일퇴’ 분위기는 이어졌다. 조별 라운드 A조에 함께 속한 두 팀은 나란히 1승 1패를 기록했다. 라이벌 구도를 끝까지 유지한 끝에, 두 팀은 챔피언 결정전에서 만나게 된다.


결과부터 이야기하면, 이해 트로피의 주인공은 수원이었다. “나의 마음에 환희를 또 한 번 더, 하얗게 눈이 내리던 그날처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 늘 울려 퍼지는 그 노랫말, 수원 삼성 서포터스 프렌테 트리콜로의 응원가 가사 일부다. 서정적 가사가 담긴 이 응원곡은 2008년 수원이 FC 서울을 꺾고 K리그 통산 4회 우승을 차지하던 당시 상황을 그린 곡이다. 수원은 눈이 펑펑 내리던 2008년 12월 7일, 안방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챔피언 결정전 2차전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플레이오프를 뚫고 올라온 서울과 미리 챔피언 결정전에 올라 있던 수원은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났다. 1차전은 1-1 무승부였다. 2차전도 팽팽했는데, 수원이 조금 더 공격적으로 나섰다. 선제골은 수원이 가져갔다. 전반 11분 에두의 골로 앞섰다. 서울도 전반 25분 정조국의 페널티킥 득점으로 균형을 맞췄다. 승부에 마침표를 찍은 건 송종국이었다. 전반 36분 에두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송종국이 처리했는데, 첫 슛은 막혔지만 다시 밀어 넣으며 역전했다. 2008시즌은 수원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감독상과 MVP는 우승팀 수원에 주어졌다. 2004시즌 이후 차범근 감독이 두 번째 감독상을 품었고, 경기당 0점대 실점을 기록한 이운재는 골키퍼 최초로 K리그 MVP를 수상했다. 득점왕은 두두가 차지했고, 도움왕은 브라질리아, 신인상은 당시 ‘유망주’로 꼽히던 이승렬이 받았다. 인천 유나이티드서 서울로 이적해 첫 시즌을 보낸 데얀은 아쉽게 한 골 차로 득점 2위에 랭크됐다.

베스트 11 각 포지션마다 수원 선수들이 한 명씩 속했다. GK 이운재, DF 마토, MF 조원희, FW 에두 등 총 네 명이 이름을 올렸다. 서울도 세 명의 베스트 11 플레이어를 배출했다. 서울에서 주전 입지를 굳힌 기성용과 이청용이 나란히 2008시즌 최고의 미드필더로 선정됐고, 수비수 아디가 한 자리를 가져갔다. 이외에는 수비수에 박동혁과 최효진, 미드필더 김형범, 공격수 이근호가 각각 남은 자리를 차지했다. 연말 <베스트 일레븐>이 K리거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선수들이 꼽은 최고의 선수’는 수원의 에두로 나타났다.


글=김유미 기자(ym425@soccerbest11.co.kr)
사진=베스트 일레븐 DB
그래픽=박꽃송이·김주희(www.bestelev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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