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샤워캡·고글.. '우한 폐렴' 확산에 달라진 일상

이종민 2020. 1. 3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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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예방 위해 마스크 필수품 돼 / 미세먼지 때보다도 판매량 높아 / 일부 편의점 벌써 동나 품귀현상 / 손 세정제 매출도 전년比 '폭증'
29일 중국에서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로 입국한 승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 대비해 산업용 보호안경을 착용하거나 샤워캡과 마스크를 쓰는 등 안전에 만전을 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천공항=하상윤 기자
#1. 29일 오전 8시쯤 경기 수원 광교에서 출발해 강남으로 향하는 지하철 신분당선 2호차 객실 안. 7명이 앉을 수 있는 좌석에 평균 4∼5명가량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정장 차림의 마스크를 쓰지 않은 한 남성이 연거푸 재채기를 하자 바로 옆자리에 앉은 승객은 자리에서 일어나 옆 칸으로 몸을 피했다. 이때 지하철에는 “우리 자신과 지역사회를 감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는 안내방송이 울려 퍼졌다.

#2. “마스크 없습니다. 없어.” 같은 날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에 있는 편의점 점주 이모씨는 한 손님이 마스크를 찾자 기계처럼 답했다. 그는 마스크가 동난 전날부터 이 말을 수백번 넘게 반복했다. 갑작스레 늘어난 수요에 본사에서도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고 이씨의 편의점에도 마스크 공급이 끊긴 것이다. 그는 엊그제부터 매일 30~50개의 마스크를 본사에 주문하고 있지만 “언제 올지는 기약이 없다”고 말했다.
29일 개학한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학생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등교하고 있다. 뉴스1
29일 미세먼지 농도는 종일 보통에서 좋음을 오갔지만 사람들은 마스크를 벗지 못했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이날 취재진이 서울 강남역, 서울역, 신도림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살펴본 결과 시민들은 우한 폐렴에 대한 대비에 나서고 있었다.

이날 오전 9시쯤 강남역에서 만난 30대 이모씨는 설 연휴가 끝난 이후부터는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한다고 했다. 그는 “사람이 몰리는 출·퇴근시간에 지하철을 이용하다 보니 혹시나 병이 옮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세 번째 확진자가 강남 일대를 활보하고 다녔다는 소식을 듣고는 불안감이 커졌다”며 “지하철 같은 공간에서 누군가 기침을 하면 나도 모르게 쳐다보게 된다”고 말했다.

관할 지역의 우한 폐렴 의심환자를 1차로 조사하는 보건소도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날 구로구보건소에는 마스크를 받거나 의료 상담을 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보건소는 2차 감염 방지를 위해 보건소 입구에서부터 손 소독을 의무화했다. 출입문 앞에 선 직원이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손 소독제 사용을 요구했다. 입구 안쪽 현관에서는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에게 마스크를 나눠 주고 있었다. 보건소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커진 뒤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고 있다”며 “일반 내과를 방문해도 되는 경우에도 문자나 뉴스를 보고 보건소로 오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중국 관광객들이 자국으로 가지고 갈 마스크를 포장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서울역 안에 있는 한 약국 앞에는 마스크를 사기 위한 시민 10여명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약국 관계자는 “최근 마스크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났다”며 “여기저기 아는 연락망을 통해 물량을 공급받고 있다”고 말했다. 영등포역사 안의 한 약국 관계자도 “미세먼지가 심할 때보다도 마스크를 사 가는 사람이 더 많다”며 “갑자기 (우한 폐렴) 사태가 터져서 예측도 못했다”고 전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우한 폐렴에 대한 우려가 불거진 이후 마스크와 손 세정제 등의 판매가 폭증했다. 이마트는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마스크와 손 세정제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870%, 277% 증가했다. 온라인의 경우 G마켓의 22일부터 28일까지 마스크와 손 세정제·소독제의 판매는 전년 대비 각각 4947%, 3791% 급증했다. 용산구의 한 편의점 점주는 “설 연휴 이후 손 세정제를 찾는 손님이 끊이지 않지만 이미 본사에도 물량이 없어 발주도 못 넣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쓰고 손 소독을 하며 등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 정문서 발열체크… 일부 개학 연기

“학교에 중국인이 많아서 걱정이죠. 설에 중국 갔다 온 경우가 많을 테니까 더 걱정이 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에 대한 지역사회의 우려가 이어진 29일 오전. 이날 개학한 서울 구로구 A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학부모 주모(51)씨는 근심 어린 표정을 지으며 이같이 말했다. 학부모 정모(41)씨도 “아이 학급에 17명 중 10명이 중국인 엄마나 아빠가 있다”며 “학생 중 (중국에) 다녀온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A초교 정문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교사 3명과 학교 보안관이 등교하는 학생을 상대로 발열 여부를 확인하면서 20∼30m가량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서울 시내 602개 초등학교 중 이달 말까지 약 90%(541개)의 학교가 겨울방학을 마치고 개학을 하면서 학부모들의 우려도 커지는 모양새다.

경기도 수원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예방을 위해 교실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개학한 서울 용산구 B초교 앞에서 만난 학부모 황모(42)씨는 “어제 아이 친구 엄마들과 함께 학교에 전화해 개학 연기를 요청하기도 했다”며 “학부모 입장에선 (정부가) 휴교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 딸이 재학 중인 한모(38)씨도 “어디서 (감염자와) 접촉할지 모르는 상황이 되다 보니 걱정이 많이 된다”며 “(정부가) 선제적으로 등교 금지 조치를 취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전날 정부는 학부모의 우려를 감안해 개학 연기를 검토했으나, 지역사회 내 감염이 발생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예정대로 학사일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학부모들은 절차상 휴교가 어렵다면 학교와 교육청이 나서 학생들의 위생관리를 하고, 교내에서 의심환자가 발생할 경우 투명하게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종로구 C초교에서 만난 학부모 박모(43)씨는 “아이들이 단체생활을 하다 보니까 학교에서 위생관리를 잘해줬으면 좋겠다”며 “학교 내부에서도 알려야 할 내용이 있으면 예방 차원에서라도 적극적으로 공개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학교는 학교장 재량으로 개학 연기를 확정했다. 강남구 청담초, 봉은초, 용산구 삼광초가 기존 31일로 예정됐던 개학을 오는 2월3일로 미뤘다. 이달 말까지 졸업식을 진행할 예정이었던 서울 시내 일부 중고교에서는 우한 폐렴으로 인해 졸업식 개최 여부를 확정하지 못해 혼란을 겪고 있다.

대전시 동구 한 초등학교에서 개학을 앞두고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우한 폐렴' 확산에 대비한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는 이날 중국 후베이 지역 방문 학생·교직원 대상으로 진행 중인 자가격리자 인원이 지난 28일 오후 8시 기준 48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7만명에 가까운 한국 거주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방역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으로 국내 대학의 중국인 유학생은 총 6만9287명이었다. 이는 국내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16만165명의 43.3%다. 중국인 유학생이 가장 많은 학교는 경희대학교로, 지난해 기준으로 4727명이다.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로 서울 용산구 삼광초등학교가 자체적으로 개학 연기를 확정한 29일 학교 정문에 개학 연기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의심환자 격리 거부 땐 현행범 체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격리 대상자가 격리를 거부하면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다.

경찰청은 29일 감염증 격리 대상자가 격리를 거부하거나 이탈을 시도할 경우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감염병 관련 경찰 현장대응 요령’을 지난 22일 일선 경찰서에 배포했다.

대응 요령에 따르면 자택 격리 대상자가 격리를 거부하고 자택 이탈을 시도할 경우 보건소 관계자가 우선적으로 이를 설득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 경찰은 보건소 등 의료시설 등으로 강제 격리 조치할 수 있다.

인천공항 내 고정검역대에서 간호장교와 군의관이 검역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감염병 확진자나 유증상자들이 격리에 응하지 않는 것은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는 범죄 행위이며, 이 때문에 경찰은 대상자를 현행범이라고 보고 체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격리에 불응한다고 무조건 체포한다는 것은 아니다”며 “설득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대상자가 격리를 거부해 감염증이 크게 퍼질 위험 등이 있으면 체포가 가능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감염 의심자, 관리 대상자 등의 소재 파악에도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대응 요령에 따르면 경찰은 관리 대상자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이 가능하고, 위치추적이 불가능할 경우 지역경찰이 주소지에 방문해 현장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경찰은 강제 격리 등의 물리력이 동원되는 상황에서 감염을 막기 위해 방역 보호 장비인 ‘레벨D 보호복’ 1만2000벌을 일선 파출소와 지구대에 배부했다.

이종민·박지원·이강진·김승환·김선영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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