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샤워캡·고글.. '우한 폐렴' 확산에 달라진 일상

#2. “마스크 없습니다. 없어.” 같은 날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에 있는 편의점 점주 이모씨는 한 손님이 마스크를 찾자 기계처럼 답했다. 그는 마스크가 동난 전날부터 이 말을 수백번 넘게 반복했다. 갑작스레 늘어난 수요에 본사에서도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고 이씨의 편의점에도 마스크 공급이 끊긴 것이다. 그는 엊그제부터 매일 30~50개의 마스크를 본사에 주문하고 있지만 “언제 올지는 기약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9시쯤 강남역에서 만난 30대 이모씨는 설 연휴가 끝난 이후부터는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한다고 했다. 그는 “사람이 몰리는 출·퇴근시간에 지하철을 이용하다 보니 혹시나 병이 옮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세 번째 확진자가 강남 일대를 활보하고 다녔다는 소식을 듣고는 불안감이 커졌다”며 “지하철 같은 공간에서 누군가 기침을 하면 나도 모르게 쳐다보게 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우한 폐렴에 대한 우려가 불거진 이후 마스크와 손 세정제 등의 판매가 폭증했다. 이마트는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마스크와 손 세정제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870%, 277% 증가했다. 온라인의 경우 G마켓의 22일부터 28일까지 마스크와 손 세정제·소독제의 판매는 전년 대비 각각 4947%, 3791% 급증했다. 용산구의 한 편의점 점주는 “설 연휴 이후 손 세정제를 찾는 손님이 끊이지 않지만 이미 본사에도 물량이 없어 발주도 못 넣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학교에 중국인이 많아서 걱정이죠. 설에 중국 갔다 온 경우가 많을 테니까 더 걱정이 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에 대한 지역사회의 우려가 이어진 29일 오전. 이날 개학한 서울 구로구 A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학부모 주모(51)씨는 근심 어린 표정을 지으며 이같이 말했다. 학부모 정모(41)씨도 “아이 학급에 17명 중 10명이 중국인 엄마나 아빠가 있다”며 “학생 중 (중국에) 다녀온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A초교 정문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교사 3명과 학교 보안관이 등교하는 학생을 상대로 발열 여부를 확인하면서 20∼30m가량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서울 시내 602개 초등학교 중 이달 말까지 약 90%(541개)의 학교가 겨울방학을 마치고 개학을 하면서 학부모들의 우려도 커지는 모양새다.

학부모들은 절차상 휴교가 어렵다면 학교와 교육청이 나서 학생들의 위생관리를 하고, 교내에서 의심환자가 발생할 경우 투명하게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종로구 C초교에서 만난 학부모 박모(43)씨는 “아이들이 단체생활을 하다 보니까 학교에서 위생관리를 잘해줬으면 좋겠다”며 “학교 내부에서도 알려야 할 내용이 있으면 예방 차원에서라도 적극적으로 공개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학교는 학교장 재량으로 개학 연기를 확정했다. 강남구 청담초, 봉은초, 용산구 삼광초가 기존 31일로 예정됐던 개학을 오는 2월3일로 미뤘다. 이달 말까지 졸업식을 진행할 예정이었던 서울 시내 일부 중고교에서는 우한 폐렴으로 인해 졸업식 개최 여부를 확정하지 못해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7만명에 가까운 한국 거주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방역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으로 국내 대학의 중국인 유학생은 총 6만9287명이었다. 이는 국내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16만165명의 43.3%다. 중국인 유학생이 가장 많은 학교는 경희대학교로, 지난해 기준으로 4727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격리 대상자가 격리를 거부하면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다.
경찰청은 29일 감염증 격리 대상자가 격리를 거부하거나 이탈을 시도할 경우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감염병 관련 경찰 현장대응 요령’을 지난 22일 일선 경찰서에 배포했다.
대응 요령에 따르면 자택 격리 대상자가 격리를 거부하고 자택 이탈을 시도할 경우 보건소 관계자가 우선적으로 이를 설득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 경찰은 보건소 등 의료시설 등으로 강제 격리 조치할 수 있다.

경찰은 감염 의심자, 관리 대상자 등의 소재 파악에도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대응 요령에 따르면 경찰은 관리 대상자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이 가능하고, 위치추적이 불가능할 경우 지역경찰이 주소지에 방문해 현장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경찰은 강제 격리 등의 물리력이 동원되는 상황에서 감염을 막기 위해 방역 보호 장비인 ‘레벨D 보호복’ 1만2000벌을 일선 파출소와 지구대에 배부했다.
이종민·박지원·이강진·김승환·김선영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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