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타임머신 ⑭] '박쥐 군단'의 영원한 보안관, 다비드 알벨다

조영훈 2020. 6. 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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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타임머신 ⑭] '박쥐 군단'의 영원한 보안관, 다비드 알벨다

(베스트 일레븐)

코로나19바이러스로 세계의 축구 시계가 멈춰 섰다. <베스트 일레븐(b11)>이 축구가 고픈 이들을 위해 새로운 연재물을 준비했다. 해외 클럽을 대표하는 최고의 레전드들을 소개하는 기획, 이름 하여 <레전드 타임머신>이다. 매주 화·목요일에 연재되는 <레전드 타임머신>을 통해 클럽을 이끌고 지탱해 온 여러 전설들의 이야기를 만끽하시라. 열네 번째 주인공은 2000년대 초반 발렌시아의 라 리가 제패와 더블을 이끈 핵심, 다비드 알벨다다./ 편집자 주


히스토리(‘He’Story)

알벨다는 발렌시아의 ‘성골’이었다. 발렌시아 지방에서 태어난 알벨다는 어린 시절 집 근처에 있던 UD 알씨라에서 축구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재능은 3부 리그 클럽이 붙잡아 두기에는 너무 뛰어났고, 곧 지역에서 가장 우수한 클럽이었던 발렌시아가 그를 발견했다. 알벨다는 1995년부터 발렌시아 B 팀에서 뛰기 시작했다. 어린 알벨다는 이듬해 당시 2부 리그 소속이던 비야레알로 임대 이적해 경험을 쌓았다. 당장 발렌시아 1군에 속해 라 리가에서 뛰기에는 어린 나이었지만, 2부 리그에서는 확실히 재능을 선보이며 39경기에 출장했다.

이후 비야레알 임대를 한 차례 더 거친 알벨다는 1999-2000시즌부터 발렌시아 1군의 레귤러 멤버로 활약했다. 당시 주전 미드필더였던 루이스 미야가 부상을 당하며 빈자리를 완벽히 대체했다. 발렌시아는 알벨다의 가세로 펄펄 날았다. 1999-2000시즌부터 두 시즌 연속으로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진출을 이룩했지만, 모두 준우승에 거친 점은 아쉬웠다.

알벨다와 ‘박쥐 군단’의 비행은 계속됐다. 2000-2001시즌 발렌시아의 지휘봉을 잡은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은 알벨다와 더불어 파블로 아이마르·루벤 바라하를 기용하며 중원을 꾸렸다. 강력한 허리는 발렌시아가 2001-2002시즌과 2003-2004시즌 스페인 라 리가 우승을 거두는데 전혀 모자람 없었다. 특히, 2003-2004시즌에는 UEFA컵(現 UEFA 유로파리그) 우승까지 거두며 더블을 달성했다.

그러나, 발렌시아는 이후 부침을 겪었다. 베니테스 감독 이후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네 명의 감독을 교체했고, 로날드 쿠만 감독 부임 시절 완전히 침몰했다. 쿠만 감독은 알벨다를 비롯해 카니사레스, 앙굴로 등을 축출했지만, 팀의 주장이자 리빙 레전드 알벨다가 버림받았다는 소식에 발렌시아 서포터들이 들고 일어났다. 알벨다는 은퇴를 고려하다 타 팀 이적까지 고했지만, 쿠만 감독 경질 후 팀으로 돌아왔다. 30대에 접어든 나이였는데도, 알벨다는 중원에서 안정적 경기력과 뛰어난 지휘력을 팀을 이끌었다. 2013년에 발렌시아에서 은퇴한 알벨다는 구단 역사상 세 번째로 많은 경기에 출장한 선수로 남았다.


왜 최고인가

2000년대 라 리가의 허리에는 슈퍼스타가 즐비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호나우지뉴·사비 등이,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지네딘 지단·루이스 피구가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알벨다는 안정적 수비력으로 이들을 막아냈다. 스페인 축구의 흐름과는 어울리지 않게 투박하고 거친 선수였지만, 상대를 집어삼키며 팀의 분위기를 북돋는 진공청소기였다. 2000년대 초반 발렌시아에서 거둔 리그 2회 우승도 그가 얼마나 뛰어난 선수였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발렌시아는 당시 갈락티코가 맹위를 떨쳤던 레알 마드리드, 히바우두·패트릭 클루이베르트가 이끄는 바르셀로나를 제치고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중심에는 단단한 허리로 팀을 떠받들었던 알벨다가 있었다.

알벨다는 사비 에르난데스나 다비드 실바처럼 테크닉이 뛰어난 미드필더가 아니었다. 오히려 당시 스페인 출신 미드필더들과 정반대의 플레이스타일을 구사했다. 대신, 탁월한 위치선정으로 상대의 공을 빼앗고, 수비 지역과 미드필드 지역 사이의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몸싸움과 태클 능력이 매우 우수해 1:1 대결에서는 밀리는 법이 없었다. 팀을 위해서라면 더티 플레이와 반칙을 통해서라도 상대 공격수를 막아내는 능력이 있었다. 덕분에 파블로 아이마르나 비센테, 호아킨 산체스 등 공격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전방에서 마음껏 상대를 휘저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헌신의 독보적 아이콘이었다.


영광의 순간

2003-2004시즌은 아직까지도 발렌시아와 알벨다의 역사에서 한 손 안에 꼽히는 영광의 순간이다. 발렌시아는 이 시즌 스페인 라 리가 우승과 더불어 UEFA컵까지 거머쥐며 더블을 기록했다. 베니테스 감독은 아이마르와 바라하를 알벨다와 함께 기용하며 중원의 균형을 잡았다. 라 리가에서 발렌시아는 완벽했다. 특히 훌륭한 수비를 뽐냈는데, 리그 38경기 중 27골만 실점하며 최소 실점 1위를 기록했다. 단단한 수비력의 바탕에는 언제나 알벨다가 있었다. 수비가 단단한 덕분에 공격진도 각자의 몫을 해내며 72골로 리그 득점 1위를 차지한 레알 마드리드에 이어 71골로 득점 2위에 오를 수 있었다.

이 시즌 UEFA컵에서도 발렌시아는 훌륭했다. 이전 라운드에서 베식타스 등을 꺾고 올라온 발렌시아는 8강에서 보르도를 총합 스코어 4-2로 꺾으며 4강에 진출했다. 4강 상대는 같은 발렌시아 지방을 연고로 하는 비야레알이었는데, 양 팀이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1차전에서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양 팀은 2차전에서 맞붙었다. 이 경기에서 미스타가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이자 결승골을 기록하며 결승전에 진출했다. 발렌시아는 결승에서 디디에 드록바가 이끄는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와 맞붙었는데, 결승전은 오히로 싱거웠다. 파비앵 바르테즈 골키퍼가 미스타를 넘어뜨리면서 퇴장 당했고, 이와 동시에 페널티킥까지 내줬다. 발렌시아는 키커로 나선 비센테가 골을 성공시키고 이후 미스타까지 추가골에 성공하며 UEFA컵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발렌시아가 무려 24년 만에 거둔 유럽 대항전 우승이었다.


영혼의 파트너

알벨다가 팀의 후방을 든든히 책임지는 버팀목이었다면, 그의 옆에 나란히 섰던 루벤 바라하는 보다 전진해 공격을 돕는 선수였다. 베니테스 감독은 2001-2002시즌 부임 이후 4-2-3-1 포메이션을 즐겨 활용했다. 알벨다와 바라하는 포백 앞에 나란히 서서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베니테스 감독은 기동성과 활동량을 살리는 공격 전술을 즐겨 사용했는데, 활동량이 높고 득점력이 뛰어난 바라하가 전방으로 올라가면 비센테가 단단히 후방을 지키며 상대의 역습에 대비했다.

알벨다의 지원 아래 바라하도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공격에 가담할 수 있었다. 바라하는 2003-2004시즌 리그에서 35경기에 출장해 여덟 골을 터트리며 공격 본능을 뽐냈다. 특히, 2004 UEFA 슈퍼컵에서는 당시 UCL 우승을 거둔 포르투를 상대로 득점포를 가동하며 2-1 승리의 주역이 됐다. 알벨다가 상대를 가로막고 공을 탈취하는 역할이었다면, 바라하가 중원에서 패스를 뿌리고 전방으로 전진하며 기름칠을 하는 역할이었다. 알벨다와 바라하는 스페인 매체 <마르카>가 진행한 발렌시아 역대 베스트 11 팬투표에서 나란히 미드필더 부문 2·3위에 올랐다. 그만큼 각각 탁월했지만, 함께 하면 더 빛을 발하는 동료였다.


글=조영훈 기자(younghcho@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래픽=박꽃송이·김주희(www.bestelev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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