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 갇힌 아저씨들의 힐링 먹방 '남극의 쉐프'

하루 정도 혼자 있고 싶은 당신을 위한 영화

도톰하게 썬 참치회와 말랑말랑 부드러움이 보이는 도미회 한 접시, 달콤한 간장양념을 성의껏 끼얹으며 조린 생선 한 토막, 해산물과 채소를 바삭하게 튀겨낸 모둠 한 접시, 데치고 볶아 간간하게 익힌 두어 가지 채소 반찬, 따뜻한 된장국에 흰 밥. 한 끼 메뉴만 읊었는데도 오만 가지 맛과 향이 머릿속에서 피어나며 군침이 돈다. 이제 겨우 시작이다.
허허벌판 눈밭으로 외근을 나간 날의 점심은 주먹밥이다. 나들이라고 표현하기는 뭐하지만 썩 잘 어울리는 메뉴다. 쌀밥 안에는 연어살, 연어알, 장조림, 우메보시를 넣고 빳빳하고 도톰한 김으로 꼼꼼히 감싼다. 흰 밥은 씹을수록 다디단 맛이 난다, 여기에 배릿하고 짭짤한 재료가 더해지니 '단짠'의 완벽한 조화인데 고소한 김까지 풍미를 더한다. 남극 아저씨들은 양손에 하나씩 움켜쥐고 어린아이처럼 마구 밥을 먹는다. 새콤하고 아삭한 단무지 한쪽이 그리울 법한데 멀건 된장국이 반찬 몫을 죄다하는 식사 모습이 우습고도 애처롭다.
라면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영화 속엔 별별 맛있는 음식에 외롭고, 우습고, 미안하고, 아픈 아저씨들 이야기가 양념처럼 계속 더해진다. 아름답진 않지만 시원한 눈밭 풍경까지 실컷 볼 수 있는 것도 이 계절엔 덤이다. 사람이 1년 동안 먹는 양은 대략 1톤 즉, 1000kg 정도라고 한다. 그걸 먹어치우는 방법은 저마다 다르다. 나는 '남극의 셰프'에서 먹는 동안 주어진 음식과 시간의 소중함을 엿보았다. 익숙한 것일수록 사라지는 순간 하나같이 거대한 존재감을 갖는다는 것도 함께.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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