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없이, 바람없이 타는 서핑보드..낙동강에 띄운다면

창원(경남)=김훈남 기자 2020. 6. 2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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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찾는 유니콘-4편]전동서프보드 개발업체 제트웨이크
제트웨이크 강영도 이사가 18일 창원 진해해양공원에서 전동서프보드 제품 B200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김훈남 기자

블루투스 조종기 스로틀을 당기면 진동과 함께 보드가 추진력을 얻는다. 상체를 일으켜 세워 무릎을 꿇고 엎드린 뒤 한발 한발 일어서야 한다. 가장 긴장되는 순간, 보드 앞머리가 물속을 향하지 않도록 속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오른발을 세워 뒤편 홈에 끼운 뒤 한순간 일어서며 나머지 왼발을 앞쪽 홈에 끼우면 성공. 엎드려 있다가 섰을 뿐인데 진해해양공원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토하기 직전까지 들이켰던 바닷물의 짠맛도 긴장감과 함께 한순간 사라진다.

바람이나 모터보트가 만들어내는 파도 없이도 서핑이 가능하다. 1미터가 조금 넘는 보드에 달린 소형 워터제트 엔진 덕이다. 해외에서도 불과 5년이 채 안된 상품이지만 국내에선 이미 독자기술로 구현해 냈다. 해양수산 스타트업 기업인 '제트웨이크'가 만든 전동서프보드 제품이다.

부산의 완구기업 디자이너, 퇴근길 낙동강에서…

이중건 제트웨이크 대표. 부산 지역 완구제조업체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던 이 대표는 전동모토를 이용한 서핑보드 제작에 성공, 국내 특허 6개를 등록했다. /사진=김훈남 기자
제트웨이크의 이중건 대표는 창업 전 부산 지역 완구업체에서 전동 모터를 이용한 유모차 등 개발을 기획했다. 한 번도 서핑을 해 본적 없던 이 대표가 모터를 동력 삼은 서핑보드를 떠올린 것은 일을 마치고 퇴근길 낙동강을 바라보면서다.

"낙동강에 노을이 지면 붉게 타는 모습이 무척 아름답거든요. 강이 작은 것도 아니고 아깝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윈드서핑을 하는 사람은 종종 있는데, 파도가 없는 낙동강에서 서핑은 할 수 없죠. 파도없이 서핑을 즐길 수 있으면 레저활동을 확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 대표는 '파도없이 탈 수 있는 서핑보드'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곧바로 해외 사례를 찾아봤다고 한다. 이미 해외에선 내연기관(엔진)을 동력으로 한 서핑보드 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이 대표는 내연기관 대신 배터리를 사용한 모터를 택했다.

2015년 5월 중소기업진흥공사가 운영한 청년창업사관학교에 들어가 곧바로 사업을 준비했다.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등 분야별로 직원을 모아 현재 이 대표를 포함한 4명이 제트웨이크를 창업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제품 개발에만 3년이 걸렸다.

"그거 모터보트를 축소해 놓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예상과 달리 제품을 구현하기엔 넘어야할 산이 많았다. 전동서프보드는 워터제트를 이용한 추진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빨아들인 물을 압축시켜 엔진 속 프로펠러를 이용해 분출하는 구조다. 물속에서 구동하는 엔진이다 보니 물의 저항을 고려해 최적의 효율을 찾아야 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대신 프로펠러가 노출돼있지 않아 깊은 수심이 필요 없고 사용자의 부상위험이 적다. 그러면서도 물 위를 시속 30㎞로 달릴 수 있다. 다른 해양레저에 비해 상대적으로 배우기 쉬운 것은 덤이다.

전동서프보드 제품 시연을 한 이 회사 강영도 이사는 "스노보드나 서핑보드 경험이 있는 사람은 빠르면 30분이면 배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팔로 물을 젓는 패들링이 없는 덕에 일반 서핑보드에 비해 피로도도 덜하다는 설명이다.

동력도 내연기관 대신 배터리를 전기 모터를 이용한 전동모터를 사용하면서 공해가 발생하지 않고 오일과 필터관리가 필요없다고 한다. 보드에 모터와 배터리를 고정하는 일체형보단 탈부착이 가능한 모듈방식을 채택해 완성도를 높이고 사후관리가 쉽도록 했다.

제트웨이크가 보유한 국내 특허는 6건. 각종 설명회나 IR(기업소개) 당시 심사위원이 "워터제트를 자체 개발 하는 중소기업이 있었냐"고 되물을 정도라고 한다.

이중건 대표는 "워터제트나 전동서프보드 등 분야에서 정부지원 과제를 신청한 기업은 많지만 제품을 상용화한 업체는 제트웨이크가 유일하다"며 "'지금까지 없던 방식의 해양레저스포츠 시대가 온다'는 콘셉트를 내세운 회사"라고 소개했다.

2026년 1.5조 성장하는 전동제트보드 시장…"새 해양 e모빌리티 시장 열 것"

이중건 대표(왼쪽에서 두번째)와 제트웨이크 임직원 /사진=김훈남
제트웨이크가 도전한 전동 제트보드 시장은 아직 개화기다. 선두기업인 체코 업체가 2016년 본격적으로 시작해 100억원대 매출을 달성하고 지난해 2000억원대로 성장한 것이 대표적 성공사례다. 나머지 경쟁사는 2017~2018년 제품 사업화를 시작했다.

제트웨이크의 제품은 경쟁사 대비 성능은 비슷하면서도 제품가격은 7200달러(한화 870만원)로 30%가량 저렴한 게 강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2019년 전동제트보드 시장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업체로 꼽혔다. 2018년 말 스페인 레저총판 업체에 1만5000달러를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미국과 스페인 등 해외 고객을 상대로 수출실적을 올렸다.

제품개발과정에서 해양수산부의 해양수산 창업기업 사업화 컨설팅 지원 프로그램의 도움도 받았다. 비지니스 모델 수립과 디자인·브랜드 개발, 디지털 미디어 홍보 마케팅 전략, 시장조사 진출 전략에 대한 컨설팅과 시제품 제작비용 등을 지원받았다. 올해는 해양수산 투자유치 컨설팅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돼 투자자 발굴 매칭 등에 대한 컨설팅을 받고 있다.

코로나19(COVID-19)로 야외활동이 위축된 만큼 2020년은 도약을 준비하는 해라고 이중건 대표는 설명했다. 해외 출장이나 판로가 막힌 만큼 신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기존 제품보다 크기는 줄고 출력은 강해진 모델이다. 핵심 부품인 워터제트도 소형화·경량화를 했다.

동시에 제품 제작·판매의 단순한 제조업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렌트 사업을 준비해 수익을 다각화한다는 전략이다. 레저업체나 지방자치단체 운영 휴양지에 3년 단위로 전동서프보드를 임대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 제품 판매뿐만 아니라 새 레저문화 형성을 염두에 둔 전략이기도 한다.

전동제트보드 시장이 성장하면 레저용 보드뿐만 아니라 소형 선박 등 해양레저 다양한 분야에 전동워터제트 제품을 적용하는 목표도 갖고 있다. 단순히 레저 스포츠 1개가 아닌 '해양 e(전동) 모빌리티' 시장에서 헤엄치고 싶다는 포부다.

이중건 대표는 "코로나19로 수출길이 막히다 보니 국내 시장으로 눈을 돌리려 한다"며 "레저 사업장 측과 얘기해 보니 대대적인 투자를 부담스러워 하는 만큼 렌탈을 통해 부담을 줄이고 사용자에겐 초기시장 저변확대를 노릴 것"이라고 향후 전략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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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경남)=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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