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Run and then Run! 달리고 또 달린다, NBA 대세는 빠른 농구!

서호민 2020. 4. 1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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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서호민 기자] 최근 NBA는 코트를 넓게 쓰는 스페이싱 농구와 더불어 속공을 기반으로 한 빠른 농구가 대세다. 70년이 넘는 방대한 NBA 역사에서 빨라졌다 느려졌다를 수차례 반복하다 다시금 빠른 농구가 리그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대부분의 팀들이 빠른 농구에 기조를 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바스켓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지난 2018-2019시즌 경기 페이스(Pace) 수치는 100.0으로 1988-1989시즌(100.6) 이후 무려 3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바야흐로 NBA 역사 중 가장 빠른 농구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성적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빠른 농구는 어떻게 다시 리그에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일까. 빠른 농구가 리그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고, 또 앞으로도 이러한 기조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예상해보자. 

※ 본 기사는 점프볼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페이스/평균 득점 수치 변화 

1988-1989시즌_ 100.6/109.2
1989-1990시즌_ 98.3/107.0
1990-1991시즌_ 97.8/106.3
1991-1992시즌_ 96.6/105.3
1992-1993시즌_ 96.8/105.3
1993-1994시즌_ 95.1/101.5
1994-1995시즌_ 92.9/101.4
1995-1996시즌_ 91.8/99.5
1996-1997시즌_ 90.1/96.9
1997-1998시즌_ 90.3/95.6
1998-1999시즌_ 88.9/91.6
1999-2000시즌_ 93.1/97.5
2000-2001시즌_ 91.3/94.8
2001-2002시즌_ 90.7/95.5
2002-2003시즌_ 91.0/95.1
2003-2004시즌_ 90.1/93.4
2004-2005시즌_ 90.9/97.2
2005-2006시즌_ 90.5/97.0
2006-2007시즌_ 91.9/98.7
2007-2008시즌_ 92.4/99.9
2008-2009시즌_ 91.7/100.0
2009-2010시즌_ 92.7/100.4
2010-2011시즌_ 92.1/99.6
2011-2012시즌_ 91.3/96.3
2012-2013시즌_ 92.0/98.1
2013-2014시즌_ 93.9/101.0
2014-2015시즌_ 93.9/100.0
2015-2016시즌_ 98.4/102.7
2016-2017시즌_ 96.4/105.6
2017-2018시즌_ 97.3/106.3
2018-2019시즌_ 100.0/111.2
2019-2020시즌_ 100.2/111.4
*Pace : 48분 당 팀 평균 공격권

변화의 바람이 불다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건 2004-2005시즌부터다. 당시 피닉스 선즈의 지휘봉을 잡았던 마이크 댄토니 감독은 선수들에게 무수히 많은 속공과 3점슛을 주문했다. 7초 내에 슛을 던지는 이른바 'Seven Seconds Or Less(7초 이전에 공격 시도)' 전략으로 리그에 대혁명을 일으켰다. 현대농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을 꼽을 때, 댄토니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당시 피닉스는 댄토니 감독의 지휘 아래 스티브 내쉬-션 메리언-아마레 스타더마이어를 중심으로 한 런앤건(Run and Gun) 농구가 빛을 발하며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피닉스의 속공은 여느 팀과는 조금 달랐다. 상대 실수를 틈타 빠른 역습을 가하는 것이 보통 팀들의 속공 전개 방식이라면, 피닉스는 이는 물론 상대로 하여금 야투를 허용한다 하더라도 이후 공격 작업을 위한 패스 흐름을 빠르게 이어나가며 속도를 계속 유지해나갔다. 상대가 수비 대형을 갖추기 전에 공격을 쉽게 펼치자는 전술, 그것이 바로 'Seven Seconds Or Less'였다.

그 중심에는 역시 내쉬가 있었다. 당시 그는 트랜지션 공격을 중심으로 2대2 픽앤롤 그리고 외곽슛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며 팀을 이끌었다. 빠른 농구는 자칫 정돈되지 않는 농구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내쉬는 특유의 리딩 능력으로 선즈의 공격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또한 당시 피닉스에는 기동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았다. 속공 트레일러 역할을 비롯해 2대2 게임, 외곽슛 등 각기 다른 강점을 지닌 이들은 내쉬의 파트너로 부족함이 없었다. 피닉스표 런앤건 농구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던 이유.

이처럼 피닉스는 댄토니와 내쉬가 기막힌 하모니를 선보이며 한 시즌 만에 리그를 대표하는 공격 농구 팀으로 자리매김했다. 2004-2005시즌 피닉스의 경기 페이스 지표는 97.35로 30개 구단 중 가장 빨랐다. 평균 득점 역시 110.4득점으로 맨 꼭대기에 올라섰다. 2위 새크라멘토 킹스(103.7득점)와 비교해도 월등한 1위였다. 

그리고 이는 곧 리그내 몇몇 팀들로 하여금 변화를 일으켰다. 이후 댈러스 매버릭스,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 뉴저지 네츠, 덴버 너게츠 등 런앤건을 무기로 삼은 팀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특히 그 중에서도 2006-2007시즌, 골든 스테이트의 런앤건 농구는 아직도 많은 매니아 팬들 사이에서 회자가 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당시 런앤건 농구의 대가인 돈 넬슨 감독을 사령탑에 앉힌 골든 스테이트는 넬슨 감독의 지휘 아래 배런 데이비스-제이슨 리차드슨-스테판 잭슨 등 포지션과 상관없이 코트 위 5명 전원이 달리고 또 달리는 업템포 농구를 선보였다. 그 결과 그들은 2007년 플레이오프에서 8번 시드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것도 모자라 정규시즌 67승 15패를 거둔 1번 시드 댈러스 매버릭스를 1라운드에서 4승 2패로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룰 개정

룰 개정도 경기 페이스가 빨라진 데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마이클 조던과 함께 새로운 황금기를 만들어 갔던 NBA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암흑기를 맞이했다. 저득점 농구, 수비 중심의 재미없는 농구가 10년 가까이 지속된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이러한 이유로 NBA는 팬들로부터 자연스레 외면당하고 말았다. 그러면서 NBA 사무국은 공격농구를 장려하기 위해 몇 가지 규정을 새롭게 손질했다. 핸드체킹 룰을 강화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후 리그의 경기 페이스와 평균 득점은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추세는 2010년대 이후 더욱 두드러졌다. 2010년대 들어 외곽슛의 중요성이 증가된 것도 경기 페이스가 빨라진 데 한 몫을 했다. 또한 공격 리바운드 후 샷클랏 규정이 24초에서 14초로 개정된 2018-2019시즌 이후 리그의 경기 페이스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100대에 진입, 과거 1980년대 센세이션을 일으킨 공격농구로 회귀했음을 알렸다.

빠른 농구로 정상에 올라 선 골든 스테이트와 토론토



전통적으로 런앤건은 분명히 한계가 있는 전술로 여겨진다.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지만, 안정감이 떨어진다"라는 게 런앤건을 바라보는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2000년대 초중반 런앤건을 팀 컬러로 리그에 새 바람을 일으킨 피닉스와 골든 스테이트도 플레이오프와 같은 큰 무대에서는 수비적인 한계를 드러내며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세간의 편견도 이제는 옛말이 돼 버렸다. 현재 NBA는 스페이싱으로 대변되는 빠른 공수전환을 앞세운 트랜지션 게임과 얼리 오펜스를 통해 흥행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2014-2015시즌 골든 스테이트의 등장은 리그 역사에 새 지평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경기당 평균 110득점을 넣는 골든 스테이트의 화끈한 공격력은 단연 30개 구단 중 1위였다. 골든 스테이트의 기본 공격 패턴은 잡으면 달리고 쏘는 런앤건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2014-2015시즌 경기 페이스(99.28)와 평균 속공 개수(20.9개) 부문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다만 당시 골든 스테이트가 보여준 런앤건은 기존의 농구와는 차이점이 있다. 기본적으로 페이스(Pace), 즉 경기 속도를 높이되 여기에 '스페이스', 공간 확보를 위한 움직임을 가미시킨 것. 당시 부임한 스티브 커 감독은 런앤건에 스페이싱에 대한 개념을 첨가하여 이 두 가지를 섞은 페이스 앤 스페이스(Pace & Space)라는 시스템을 팀에 녹였다. 스테판 커리와 클레이 탐슨은 이 스페이싱 전략을 통해 수 많은 3점슛을 터뜨리며 '슛'에 관한 각종 기록들을 갈아치웠다. 

이처럼 코트 전체를 사용하는 스페이싱, 2대2 게임과 스크린 플레이 등 다양한 전술을 무기 삼아 골든 스테이트는 4년 간 3번의 우승을 거머쥐며 리그 역사에 손꼽히는 초강팀으로 발돋움했다. 이와 같이 골든 스테이트가 페이스 앤 스페이스 전략으로 뚜렷한 성과를 거두면서 리그의 트렌드는 점점 더 빠른 템포와 3점슛에 의한 스페이싱 위주의 농구로 바뀌었다. 더 나아가 이제는 우승을 원하는 팀들에게는 꼭 갖춰야 하는 필수요소로 자리잡게 됐다. 



이는 지난 시즌 파이널 우승팀 토론토 랩터스의 사례에서도 잘 나타난다. 지난 시즌 토론토는 빠른 템포와 외곽 중심의 공격적인 농구로 파이널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지난 시즌 부임한 닉 널스 감독은 선수들에게 수비 리바운드를 사수한 뒤 적극적인 속공 참여를 주문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 시즌 토론토의 경기 페이스 리그 15위(100.52). 속공 득점은 리그 4위(18.4득점)를 기록, 업템포 팀으로 거듭났다. 그렇다고 단순하게 경기 페이스만 끌어올렸던 것은 아니다. 토론토는 트랜지션 플레이 득점 기대치(Points Per Possession)에 해당하는 수치에서 1.19점 전체 1위에 오르는 등 오픈 코트에서도 수준급 마무리 솜씨를 발휘했다. 이를 계기로 이번 시즌 토론토는 한 차원 더 빠른 농구를 구사하고 있다. 이번 시즌 토론토의 속공 득점은 평균 19.4득점으로 리그 전체 1위. 수비 성공 뒤 파스칼 시아캄을 중심으로 한 트랜지션 플레이는 이제 토론토의 가장 확실한 공격 옵션으로 자리잡았다. 

빠른 농구, 언제까지 이어질까? 



이미 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생존 방법은 명확하게 증명되었다. 결국, 이 방법을 잊지 않는 팀들이 살아남는다. 십 수년간 다운 템포 기반의 농구를 고수했던 멤피스 그리즐리스도 자신들의 농구를 포기하고, 결국 대세에 따르기로 했다. 그렇기 때문에, 트렌드에 따라가지 못하는 팀들은 자연스레 위기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물론 이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너나 할 거 없이 모든 팀들이 트렌드만 좇으려 하다보니 "전체적인 경기 스타일이 너무 비슷하다", "팀마다 개성이 없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 경기 페이스가 빨라짐에 따라 선수들이 경기에서 뛰는 양이 많아지면서 부상 위험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리그에 다시 불고 있는 빠른 농구의 바람. 그렇다면 이러한 흐름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실제로 공격농구 부활과 함께 시청률, 상품 판매 등 각종 인기도 측정 지표에서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하고 있는 NBA 사무국 입장에서는 현 트렌드를 당연히 반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마 이 때문이라도 빠른 농구를 기반으로 한 현 트렌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행은 돌고 도는 법이다. 샤킬 오닐과 데이비드 로빈슨 같은 센터들이 언제 다시 등장해 리그를 주름 잡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또 지금까지 그래왔듯 전술은 앞으로도 꾸준히 진화할 것이다. 2010년대 중반 골든 스테이트의 등장과 함께 빠른 농구가 리그 트렌드로 자리 잡은 현 시점에서, 과연 어떤 팀이 이 트렌드를 멈춰 세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스타일의 농구가 득세하게 될지 지켜보는 것도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사진_점프볼DB, AP/연합뉴스, 나이키 제공
  2020-04-10   서호민(syb2233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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