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포수목원에 알리움이 활짝 피었습니다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만병초는 천상초(天上草)로도 불리는데 꽃들이 만들어낸 풍경이 정말 천국에 서 있는 기분이다. 눈을 감으면 마치 방금 코 주위에 향수를 뿌린 듯 비강이 향기로움으로 채워진다. 만병초 덕분인데 꽃에서 나는 좋은 향이 멀리 퍼져 칠리향(七里香)으로 불린다. 브루스 브릭히르빌, 타우러스, 폰티악, 할렐루야, 해크멘스 플라릭스 등 다양한 만병초가 수목원의 식구들이다.

수목원은 태안반도 끝자락, 천리포해수욕장과 만리포해수욕장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덕분에 탁 트인 서해바다와 노을, 나무와 꽃이 어우러지는 풍경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푸른눈의 한국인’ 민병갈(미국명 Carl Ferris Miller)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곳이다. 미국 펜실베니아에서 태어난 청년은 23살이던 1945년 미국 정보장교로 한국에 파견된다. 그는 태안반도의 아름다움에 반해 전쟁이 끝난 뒤에도 한국에 눌러앉아 새 삶을 시작했다. 1962년부터 천리포의 민둥산을 매입해 나무와 꽃을 심기 시작했는데 목련, 호랑가시나무, 동백류 수집 규모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불어나면서 아시아에서 최초로, 세계에서 열두 번째로 세계수목원협회에서 인증하는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선정됐다.
나무와 꽃을 존엄한 생명체로 여긴 민병갈은 인간이 즐기는 곳이 아닌, 오로지 나무를 위한 수목원으로 가꿔 나갔다. 이에 수목 전문가와 후원자들에게만 입장을 허용하다 1970년에야 그의 본명을 딴 밀러가든만 일반인에게 개방했다. 밀러가든은 65㎡이고 수목원 전체 규모는 593㎡에 달한다. 다양한 식물과 나무 1만6000여종이 자라며 매년 4월이면 목련 축제가 펼쳐진다. 전세계에서 수집한 약 840분류군의 목련이 수목원에 심어졌고 밀러가든에서는 그중 110분류군을 봄부터 가을까지 즐길 수 있다.

전망대 인근 한옥 해송집은 민병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한옥을 사랑한 그는 1970년 서울 무악재에서 헐리게 된 한옥 5채를 수목원으로 옮겨 해송집과 소사나무집 등 한옥을 지었다. 깎아지른 해안 절벽 위에 바다를 내려다보고 선 해송집은 수목원과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 여행자들은 하룻밤 머물면서 힐링할 수 있다. 민병갈의 길에서는 기념관, 흉상, 수목장 나무 등을 만날 수 있고 그가 가장 아끼던 완도호랑가시나무, 초가집 등도 여행자들을 기다린다.
태안=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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